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면?

반년 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현 회사의 면접을 통과하고 나서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에게 큰 장애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는 업무에 사용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이 글 참고), 그 당시 다니던 회사와 동일한 Product owner라는 직무(이 글 참고)로 그대로 이직을 한 것이었고, 또한 기존 회사들에서 외국인들과의 업무 경험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에 올린 ‘토론 문화’ 관련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네덜란드 이직 3개월 차에 나에게 ‘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살아온 환경이 우리를 만든다. 다르다는 걸 인식하는 게 첫 걸음

네덜란드, 미국 등 미주/북유럽 계 서양권 사람들은 비판적으로 토론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미국에서 지냈던 것을 제외하면 순수히 한국에서만 30년 이상 살아온 토종이기 때문에, 이해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상대방을 direct하게 비판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이것이 지난 주에 ‘토론 문화’ 관련 글을 올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 후 한 주 동안 회사 내의 몇몇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열어놓고 의견을 물어봤다. 사람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만 이 고민을 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또한 이로 인해 조금 마음이 놓였다. 몇 가지 피드백들을 잠시 소개해본다.

– Data scientist from Russia :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땐 똑같이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목소리가 높은 동료(기존에 일하던 Data scientist)를 옆에서 보면서 따라 해보니까 극복이 되더라”
– Product director from England : “나는 사실 너와 반대였어. 나는 영국에서 스타트업 쪽에서만 계속 일했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 위주였어. 여기(현재 회사) 와서 처음에는 동료 중 한 명을 울리기까지 했고, 그 후 오히려 좀 더 Tone down 하게 되었어”
– Product manager from India : “나도 너처럼 처음에는 직설적인 피드백에 적응하기 힘들었어. 인도도 비평은 돌려서 하는 경향이 있거든. 시간이 해결해 준 것 같아. 너도 그럴거야. Improve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넌 잘 하고 있어. 다만 익숙해지기 시간이 걸릴 뿐이지”
– Business 관련 직무 from America/Korea : “나는 이 전 회사(네덜란드 내 컨설팅 회사)에서 고생을 엄청했어. 네덜란드 사람들은 토론 시 엄청 직설적인데, 나는 말 잘 하기로는 최고인 컨설팅 회사에 입사를 했으니 더 힘들었지.”

정도와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에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이 차이를 좁혀나간다. ‘적응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Gap을 좁혀나가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 Gap과 이에 대한 원인을 자가 인식/진단하여 주위 사람들과 공유를 했고, 이런 활동이 어느 정도 내 스트레스와 걱정을 덜어주었다. “Once you identify your sickness, you are halfway cured“라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 회사에 120% 적응해서 멋지구리하게 일해보리라 하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위에서 ‘네덜란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친구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라고 한국 대기업(나와 같은 S모 회사)에서 잠깐 일하다 프랑스 INSEAD에서 MBA를 마치고 암스테르담에 있는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현재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한국인이라고 했지만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친구이기에 토종 한국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어쨋든 이 친구가 본인도 이런 차이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했을 때 사실 좀 놀라웠다. 영어가 Native language이고 실제 말도 논리적으로 잘 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가뜩이나 직설적으로 토론하는 네덜란드에서 말빨이라면 최고라는 컨설턴트(최고 컨설팅 업체 중 하나다)들과 같이 일하다보니, 힘든 점이 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똑같은 고생을 했다는 ‘공감’을 넘어서 나는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절실했기에 이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렇게 해서 추천받은 책이 바로 “The Culture Map” 이라는 책(Amazon 링크)이다. 이 친구도 실제로 이 책을 읽은 후에 고민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바로 책을 빌렸고, 주말 동안 금방 읽었다. 책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라마다 성향이 다르다. 그 차이를 인식하고, 필요/상황에 따라 이를 좁혀나가면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이다.


8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문화적 차이

이 책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회사 대 회사일 수도 있고, multi culturer team일 수도 있고) 시에 Conflict을 만들 수 있는 원인을 8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나라별로 그 ‘정도’를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그 예를 아래의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국가별로 아래 8가지 항목을 비교하였다.

  1. 의견 전달이 분명하고 직접적인 방식인지, 문맥의 파악이 중요한 방식인지(전체 맥락 내에서 해석을 해야 하는지 등)
  2. Negative 피드백을 직설적으로 하는지, 돌려서 하는지
  3. 상대방을 설득 시(예, Presentation) 해결책을 중시하는지, 그 원리(결과를 도출한 방식)를 더 중요시하는지
  4. 수평적인 조직문화인지, 수직적인지
  5. 의사결정 시 모두의 동의가 우선시 하는지, Boss가 결정하는 문화인지
  6. ‘능력’으로 신뢰가 생기는지, ‘관계’에서 신뢰가 생기는지
  7. 상대방 의견에 동의 못할 때 바로 맞서는지, 아니면 갈등을 피하는 편인지
  8. 시간 약속에 칼 같은지, 유연한 지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굉장히 이해하기 쉽고, 실제 업무/생활에 적용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누가 MBA 교수 아니랄까봐 실제 사례들을 풍부히 제시한다. 예를 들자면, 미국 회사와 독일 회사가 함께 일할 때 Persuading 항목에서 Application first인 미국 사람은 프리젠테이션 시 바로 결론/해결책부터 얘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Principle first에 속하는 독일 사람은 처음부터 그 결론이 어떻게 해서 도출됐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이 안 풀리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본인이 만약 글로벌 비즈니스 혹은 팀워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위 8가지 항목 중 하나로 인해 고생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일단 위 항목들 중 본인의 상황에 적합한 항목을 찾고, 해당 섹션에서 제시하는 해결책(방향)을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다시 나의 상황으로 돌아와보자. 한국은 꽤 많은 항목에서 네덜란드와 반대 지점에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솔직히 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이며, consensus를 중시하는 의사결정 문화이다. 그리고 disagree도 굉장히 강한 편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은 부정적인 피드백은 돌려서 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이며 의사결정도 Top-down인 편이다. Public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disagree도 좀 꺼려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네덜란드 회사에 적응을 할 때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한국 내에서 이직만 해도 스트레스가 큰데, 이민에 이직까지 했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이상한 것일 수도 있고…)

출처 : Flickr

다름을 인정하자. 조금씩 맞춰나가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 스트레스의 원인이 ‘토론 문화’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난 후는 좀 더 세분화하여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 외에 개인 성향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이지만 내 스스로 ‘전형적인 한국인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도 결국 ‘집단 내에서 특수한 경우’이지, 이 집단의 문화적 성향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학술적으로 내 상황을 분석해보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차이를 제대로 인식을 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서인지, 더 빠져들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최근에 내가 하고 있던 고민이 책의 내용과 굉장히 align하고 있기에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머리로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게 첫걸음이다. 이것을 계속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 조금씩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할까’에 대해서는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살고/일하고 있는 나의 예를 계속 들었기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표현을 몇 번 썼지만, 사실 이 책은 외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국 회사,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 회사 직원들에게도 굉장히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고로, 이 책 추천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그 일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 덧글 1 (업데이트) : 오늘은 이스라엘 출신 동료랑 같은 주제로 얘기해봤는데, 워낙에 직설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유명한 이스라엘 사람답게, 본인은 여기(현재 회사) 와서 Tone down 해야 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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