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직 1년. 그간의 영어 고민과 노력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현재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딱 1년이 지난 시점이 마침 3살배기 아들의 방학(pre-school ; 유치원 개념)이라 가족과 함께 독일/프랑스/룩셈부르크 몇개 도시로 2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이 잠 들고 난 이후 혼자 호텔 로비에 앉아 “인생의 목표와 앞으로 해야 할 일…” 고민을 하며 맥주를 홀짝이곤 했다. Refresh를 위해 떠난 휴가에서 생각만 더 많아진 것 같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과거를 복기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그 중 영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을 풀어보고자 한다.

사실 작년 말에 ‘영어’에 대해 한 차례 글을 쓴 적이 있고 [링크 : 영어, 오랜 숙제], 업무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링크 : 토론 문화에 익숙해지기]도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1년 간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는지, 지금은 어떤지,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노력을 해 보려 하는지를 짧게 얘기해보겠다.


English 24/7 환경으로 이직 후 겪은 어려움

세부적으로 보면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순수하게 ‘영어’만 보자면 아래의 두 가지이다.

1. 다양한 억양/발음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그들의 영어 발음, 억양에 익숙치 않아서 처음엔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첫 매니저는 독일인이었고, 지금 새로운 매니저는 프랑스인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이집트, 인도, 마케도니아, 아르헨티나, 헝가리, 러시아, 영국, 미국 등 정말 여기저기서 왔다. 각자의 발음이, 억양이, 표현이 다른 게 당연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2.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절실하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특히 내가 하는 업무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내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로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buy in)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영어’의 문제로 생각을 했다. 내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보니 문장을 머리 속에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 길어지다보면 꼬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점은 ‘영어’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점(논리)’이 문제였다. 미팅이나 1:1 대화 시에 별 준비없이 대화를 진행하다보니, 가끔은 나 자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모르겠거나, 생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애드립을 (더구나) 영어로 하려다보니, 말이 꼬이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어떤 노력을 했나?

1년 동안 영어에 익숙해지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노력해봤다. 솔직히 엄청 열심히 하진 않은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 했고, 업무 자체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고, 각종 행정 업무 처리도 밤마다 해야 했고(세금, 교육, 이사 등), 가끔은 Netflix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박함’을 무기로 계속 영어의 끈을 놓지 않았다.

1. 미팅, 대화 전에 미리 내 생각을 정리해 놓는다. (현재 진행 중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위의 ‘문제점’ 부분에서 이미 얘기했지만,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영어’가 아니라 ‘논리’에 있다고 본다. ‘논리’가 서 있으면 영어로는 어떻게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간지나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느냐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논리’가 상당히 약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선생님/상사의 말이 곧 진리이며, ‘실행력’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 이었던 것 같다. 허나 네덜란드에 와보니 모두들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들이 틀린 게 아니고 다만 ‘다른 것’이다. 이 다른 생각이 설득력만 있다면 된다. 모두들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으며 자신이 있다.

내게 중요한 건, 나도 나만의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이며, 이 생각이 충분히 논리적이어서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내겐 사실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에 미팅이나 대화 전에 짧게라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에버노트에 미리 정리해 놓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물론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미리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 최소한 ‘자신감’은 있는 상태에서 대화에 임하게 된다.

2. 책은 최대한 원서로 읽는다.  

동료에게 빌려 읽든, Kindle 버전을 구매해서 읽든 웬만한 책은 원서로 본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와 표현은 엄청나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붙는 게 느껴진다. 원래 어떤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편인데, 여기서 한국어 책은 구할 수 없기에 영어 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요샌 ‘좋은 표현’을 찾아 표기해놓고 정리해놓는 습관을 기르려 하고 있다.

3.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영어 뿐 아니라 업무 관련해서도 도움을 얻기 위해 종종 Product management, English phrasal verbs, Startup, Growth hacking 관련한 영어 팟캐스트를 출퇴근 시 듣곤 했다. 업계 최신 소식을 듣거나, 영어 듣기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꾸준히 들을만한 좋은 컨텐츠를 찾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4. 영어 원서를 Audio book으로 읽는다.

Kindle로 책을 읽다보니 아마존에서 인수한 Audiobook 서비스인 Audible를 자연스럽게 접하곤 했다. 최근에 1달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서 Ray Dalio의 Principle이라는 책을 들었다. 장점이라면 운동(자전거, 조깅)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저녁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고, 단점이라면 메모해 놓고 싶은 내용이나 표현이 있어도 메모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북마크 처리는 할 수 있지만 오디오 특성 상 특정 표현을 저장해놓거나 메모해 놓는 기능은 없다. 운동 중에 사용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유료 서비스 사용은 보류 중이다. 소설책이나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의 경우는 오디오북도 괜찮을 것 같다.

5. 영어 관련한, 혹은 영어로 얘기하는 Youtube 컨텐츠를 많이 봤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할까?”, “영어 논리적으로 말하기”와 같은 영어 컨텐츠(내용도 영어)를 많이 보고 들었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또한, 몇몇 한국인 Youtuber들(교포 혹은 준교포) 중 내 스타일의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이 말하는 스타일을 mimic하여 실제 업무 시에 적용해보려고도 했다. Tone, 억양, 속도 등을 주로 따라했다. Youtube 컨텐츠는 정말 방대해서 내 스타일의 채널만 찾으면 본인에게 적합한 좋은 컨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끊임없는 컨텐츠 추천으로 인해 중독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나도 영어공부하러 Youtube를 열었다가 2시간 후에 스타크래프트나 축구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본인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하다. (참고로, Youtube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사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Youtube에 머물러 있었는가?라고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1. 웬만한 영어는 들린다.  

완전 미국인만 있거나 영국인만 있는 게 아닌, 세계인이 모인 회사다보니, 직원의 7~80% 이상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다. 유창함의 정도는 다 다르지만 슬랭이나 어려운 관용구가 아닌 쉬운 표현들을 주로 쓴다. 발음/억양에만 조금 적응하면 듣기가 크게 어렵진 않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 같다.

2. 웬만한 생각은 다 영어로 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정 뉘앙스나 표현의 경우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느낌)의 50%도 못 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 중에 “이걸 어떻게 영어로 얘기하지…..”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 막히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3. 위 2번 관련해서, 생각을 말로 ‘할 순’ 있지만, 조리있게 말하는 부분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것은 on-going하는 문제점이며 의식적으로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 말하는 훈련 이전에 내가 업무 현안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해놓고, 내 생각까지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야 한다. ‘내 생각’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

이것저것 많이 할 생각은 없다. 계획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동영상을 촬영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미리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 카메라 앞에서 이를 발표한다. 혼자하는 작업이며 Youtube에 올릴 생각은 아직 없다. 긴 영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억양과 발음을 제대로 측정해 볼 기회이며, 1) 적당한 속도로, 2) 버벅이지 않으며, 3) 입이 꼬이지 않은 상태로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2. 정리해놓은 표현, 단어를 꼭 주기적으로 복습한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표현/좋은 표현이 나올 경우 노트에 적어놓곤 했다. 그런 노트가 지금 몇 권 있다. 허나 노트 정리만 해놓고 복습을 하지 않다보니, 체득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예전에 봤던 단어임에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거창한 것 필요없다. 출퇴근 길에 내가 정리해놓은 노트라도 복습하고, 괜찮은 표현들은 최대한 실제 업무 중에 사용해보려고 노력하자.

3. Netflix를 볼 때 무자막으로 본다.

집에 3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밤에 거실에서 Netflix를 볼 때 볼륨을 굉장히 낮게 하고 영어자막을 켜놓고 보곤 했다. 만약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번 돌려 보는 경우라면, 한 번은 그냥 보고, 한 번은 영어자막으로 보는 등의 방법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성격상 한 번 본 영상은 근 시일 내에 절대 다시 보지 않으며, 볼륨이 작아 무자막으로 보면 내용 이해가 힘들다. 이에 Bluetooth 지원되는 헤드폰을 구매하여 무자막으로 영화/드라마를 보고자 한다.

출장 후 리서치 내용을 조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던 모습

사실 위의 방법들이 맞는진 모르겠다만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실험 결과는 1년 정도 후에 평가해 볼 수 있겠다. 한국 나이로 40이 가까워지는 나이인데도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허나 내가 의식적으로 그 배움의 방향과 속도(더 빨리!)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얼마 가지 못해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 지하철에서 마음을 다진다.

One thought on “해외 이직 1년. 그간의 영어 고민과 노력

  1. jmchoi March 16, 2020 / 9:50 am

    우연히 해외취업 관련 포스팅 검색중 들어오게 되었는데
    다른 해외취업 관련 글보다 현실적인 부분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40이 다되가는 시점에 한국에서 바로 해외 취업이 가능할까?
    고민만 많이 늘어놓는 제자신이 좀 한심하면서도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배움을 놓지 않는모습 정말 많이 깨닫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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