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와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라 하면 한달에 한 두 번 주말에 회사 동료(혹은 퇴사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원들과 농구를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 외에는 같이 농구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긴장도 했고 좀 주눅이 들어있던 건 사실이었다. 탄력 좋은 흑인들이나, 키 크고 힘 좋은 네덜란드나 동유럽 친구들이랑 비교하자면, 나는 체력적, 신체적으로 열세이니까 (30대 후반의 나이에 키 170cm의 단신). 하지만 일년 조금 넘게 같이 운동하다보니 몇 가지 사항만 유의하면 할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기본기 중의 기본기에 충실할 것 : 공을 잘 ‘잡고’, 뺏기지 않고, 동료들에게 패스하여 기회를 열어주는 것. 사실 여지껏 한 번도 공을 잘 ‘잡는게’ 기본기라는 생각 못했는데, 이것을 잘못하면 실책이 많아진다. 실책은 골을 못 넣는 것보다 못한 것이고, 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드리블을 하다 바로 위로 올라가 중거리슛을 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중거리슛(점퍼)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다. 이것만 잘해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 3점슛 시도를 해 보는 것 :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라 항상 자유투 라인 앞뒤 정도 거리에서 점프슛을 쏘곤 했었는데, 가드에게 3점슛이 없으면 제약이 참 많아진다. 연습할 때와 경기 때는 리듬이 틀려진다. 이에 잘 안되더라도 경기 중에 3점슛 시도를 점점 많이 해보고 있다.
- 그리고 1, 2, 3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실수해도 주눅들지 않고, 내가 익숙한 움직임으로 내 게임을 뛰면 된다. 그리고, 잘 안되더라도, 그냥 웃어 넘기는 것도 자신감인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운동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일은 피해야겠다.
매일밤 농구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내 마음은 앨런 아이버슨이나 카이리 어빙급이지만 사실상 화려한 드리블러의 꿈은 접었다. 위 3개만 잘해도 팀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에, 한 동안은 위 3개만 집중해서 운동을 해볼까 한다. 3점슛터가 될 수 있을지는 일년 후에 다시 되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위에 언급한 4가지는 일터에서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 기본기에 충실할 것. 본인 직무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은 충실히 수행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할 것.
-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내가 잘못하는 부분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장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시키는 게 더 필요하다. 사실 ‘잘못하는, 모자라는’ 점을 찾으면 끝이 없다.
- 나만의 무기를 찾는 것. 2번과 어느 정도 겹칠 수 있겠지만, 나만의 한 방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 내 생각과 업무에 자신감을 갖는 것. 내가 항상 책임을 피하거나, 일을 개차반처럼 하지 않은 이상, 내가 내 일/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최소한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그 뒤에는 적절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게 최선의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틀린 답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준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적었지만 사실 2번과 4번은 아직도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면 2번을 잘 하면 4번이 따라올 가능성도 높겠다. 그럼 앞으로 내 숙제는 일터에서 내 장점을 찾아 더 발전시키는 것일까? 생각해 봐야 하겠다.
농구하면서 깨달은 점을 간단히 Facebook에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본인에 대한 자성(自省)으로 되돌아 올 진 몰랐다. 이런 게 글쓰기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4번, 상황에 따라 완벽히 맞는 말일수도 있겠지요. 근데 어떤 상황에선, 예를 들어 자신이 아직 완벽히 콘트롤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닐때에는, 자신감을 갖는건 위험하다고 봐요. 쉽게 자신을 해버리면, 더 이상 더 나은 해결책을 찾지도 않을 테니까요. 내 동료 한애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지 반년 남짓 되었어요. 모든일에 자신감이 충만해요.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을때 자기가 하겠다고 바로 나섰죠. 그 프로젝트가 이미 지난주에 완성되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전전긍긍, 그래서 주위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하지만, 태도에 문제가 있어요. 조언을 구해서 도와주면, 결국은 자기 고집대로 해나가는것, 그래서 일이 전혀 진척이 없는것, 왜냐면 방식부터가 완전 틀렸거든요. 전 걔를 한번 도와준후 그 태도때문에 더이상 조언도 주지 않아요. 걔의 경우가 잘못된 자신감으로 인해 발전이 없는 경우죠 -:)
말씀해주신 사례는 좀 극단적인 사례 같아요. 🙂
아무래도 전 한국에서 자라고 일해온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 기준에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사례는 한국에서는, 최소한 제 주위에서는, 찾기 힘든 사례인 것 같아요. 물론 꼭 더치라고 그럴 확률이 높다는 말도 아닙니다. 제 주위 더치 동료들은 자신감도 높고 나름 reasonable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래도 나중을 위해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