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와 자신감
- 2019년 10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네덜란드 와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라 하면 한달에 한 두 번 주말에 회사 동료(혹은 퇴사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원들과 농구를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 외에는 같이 농구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긴장도 했고 좀 주눅이 들어있던 건 사실이었다. 탄력 좋은 흑인들이나, 키 크고 힘 좋은 네덜란드나 동유럽 친구들이랑 비교하자면, 나는 체력적, 신체적으로 열세이니까 (30대 후반의 나이에 키 170cm의 단신). 하지만 일년 조금 넘게 같이 운동하다보니 몇 가지 사항만 유의하면 할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기본기 중의 기본기에 충실할 것 : 공을 잘 '잡고', 뺏기지 않고, 동료들에게 패스하여 기회를 열어주는 것. 사실 여지껏 한 번도 공을 잘 '잡는게' 기본기라는 생각 못했는데, 이것을 잘못하면 실책이 많아진다. 실책은 골을 못 넣는 것보다 못한 것이고, 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드리블을 하다 바로 위로 올라가 중거리슛을 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중거리슛(점퍼)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다. 이것만 잘해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 3점슛 시도를 해 보는 것 :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라 항상 자유투 라인 앞뒤 정도 거리에서 점프슛을 쏘곤 했었는데, 가드에게 3점슛이 없으면 제약이 참 많아진다. 연습할 때와 경기 때는 리듬이 틀려진다. 이에 잘 안되더라도 경기 중에 3점슛 시도를 점점 많이 해보고 있다.
- 그리고 1, 2, 3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실수해도 주눅들지 않고, 내가 익숙한 움직임으로 내 게임을 뛰면 된다. 그리고, 잘 안되더라도, 그냥 웃어 넘기는 것도 자신감인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운동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일은 피해야겠다.
매일밤 농구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내 마음은 앨런 아이버슨이나 카이리 어빙급이지만 사실상 화려한 드리블러의 꿈은 접었다. 위 3개만 잘해도 팀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에, 한 동안은 위 3개만 집중해서 운동을 해볼까 한다. 3점슛터가 될 수 있을지는 일년 후에 다시 되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위에 언급한 4가지는 일터에서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 기본기에 충실할 것. 본인 직무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은 충실히 수행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할 것.
-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내가 잘못하는 부분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장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시키는 게 더 필요하다. 사실 '잘못하는, 모자라는' 점을 찾으면 끝이 없다.
- 나만의 무기를 찾는 것. 2번과 어느 정도 겹칠 수 있겠지만, 나만의 한 방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 내 생각과 업무에 자신감을 갖는 것. 내가 항상 책임을 피하거나, 일을 개차반처럼 하지 않은 이상, 내가 내 일/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최소한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그 뒤에는 적절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게 최선의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틀린 답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준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적었지만 사실 2번과 4번은 아직도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면 2번을 잘 하면 4번이 따라올 가능성도 높겠다. 그럼 앞으로 내 숙제는 일터에서 내 장점을 찾아 더 발전시키는 것일까? 생각해 봐야 하겠다.
농구하면서 깨달은 점을 간단히 Facebook에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본인에 대한 자성(自省)으로 되돌아 올 진 몰랐다. 이런 게 글쓰기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