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옆방으로 출근한다.

오늘 아침에도 안방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출근했다. 물론 출근 전에 세수도 하고 아침도 먹고 커피 한 잔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CoVID-19(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 나는 재택근무가 처음은 아니다. 네덜란드 오기 전 쿠팡에서 일하면서 가끔씩 재택근무를 했었고 Booking.com에서도 한달에 두 세 차례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며 혼자 집중하면서 일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 때도 재택근무가 익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가 아닌 매일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이도 학교를 못가게 되어 아이도 함께 집에 있는 상황이었다. (네덜란드는 지난 주부터 모든 학교를 닫았다) “아빠가 방문을 닫아 놓으면 일하고 있는 거니까 들어오면 안돼”라는 말은 소용이 없었고, ‘퇴근’이라는 물리적인 행위가 없다보니 5시 반(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일을 붙잡게 있게 되고,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오히려 더 쉬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에 일주일 간 일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효율적으로 재택근무하는 법’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다른 블로그나 기사를 참고해서 내가 실험해보고 있는 것도 있고 일하면서 느낀 것들도 있다.

1. 일하는 공간을 정하자. 그리고 사무실같이 꾸며놓자.
출근해서 일할 장소가 뚜렷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은 그곳에서만 해야 한다. 먹고 쉬는 것은 다른 곳에서 해야 업무와 쉼의 구분이, 출근과 퇴근의 구분이 뚜렷해진다.

2. 업무 시간을 정해 놓아야 한다.
사실 내가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에 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5시에 끝낸다와 같은 룰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쉼없이 일하게 된다.

3. 옷은 갈아입고 출근하자.
침대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일하진 말자.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 뿐더러 어차피 화상 회의를 할 때 잠옷 입고 미팅할 것은 아니잖는가?

4. 중간 중간 휴식은 꼭 취하자. 업무 공간 밖에서.
내가 워커홀릭 타입인 건지, 이상하게 집에서 조용히 일하면 쉬지 않고 계속 일하게 된다. 회사에 있을 땐 종종 동료랑 잡담도 하고 화장실 다녀오면서 바람도 쐬곤 했었는데, 재택근무 중에는 계속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쉬질 않게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건강을 생각했을 때, 틈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5. 건강을 위한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라.
재택근무 중에는 모든 생활이 ‘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식당과 카페, 바(bar), 체육관(gym) 등이 닫은 상황이다보니 갈 곳도 없다. 날씨도 좋지 않으면 더 고역이다. 집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지겹고 지친다. 그래서 난 이번 주부터 저녁에 조깅을 하고 있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조용한 밤에 뛰다 보면(코로나 덕분에 거리에 사람도 없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에도 좋다.

6. 아이와 룰을 정하자
처음에 얘기했지만 나는 아이에게 “아빠가 방문을 닫아 놓으면 일하고 있는 거니까 들어오면 안돼”와 같이 말하며 룰을 지키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온전히 콘트롤 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 반복을 해서 얘기했고 지금은 일주일 전보다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5시 퇴근 후에는 아이와 꼭 놀아주기’와 같은 룰도 정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보자. 내가 잘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것도 ‘루틴’에 추가해서 반복한다면 아이도 놀 수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7. 미팅(화상회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
재택근무를 한다고 미팅이 없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재택근무를 했을 때에는 미팅을 피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려고 했었지만,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화상으로 미팅을 진행해야 한다. 허나 화상회의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라면 회의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힘들다.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회의가 자주 끊기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발언을 하다보면 이해도 안되고 정리도 안되기 일쑤다. 이를 몇 번 경험하고 난 후 내가 사용해 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인사는 짧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기
  • 발언을 할 사람은 손을 들게 하기 (발언할 사람은 음소거를 끄고 손을 들고 있게 한다. 보통 조그만 화면으로 참석자들이 손을 들고 있는게 보이게 된다). 필요한 경우 미팅을 운영하는 이가 발언할 사람을 지목하여 발언하게 한다.
  • 안건마다 시간을 정하여 놓고(time boxing) 최대한 시간 안에 결론을 낸다. 꼭 화상회의만의 팁은 아니지만 미팅이 비효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간 내에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8. 시간을 정해서 메신저와 메일을 확인하자.
팀원들과 떨어져 원격으로 일하다 보니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메신저 알림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된다. 나 때문에 의사 결정이 늦어지진 않을 지, 놓치는 게 없을 지 등의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직무와 직급에 따라 그 사람의 부재가 팀의 의사 결정을 막을 순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시간 자리에 없다고 큰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메신저 알림과 메일을 확인한다면 계속되는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9. 미팅 내용을 실시간으로 문서화하자.
모두 회의실에 있을 때는 화이트 보드를 사용하여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결정사항 등을 적곤 했었다. 하지만 원격 화이트보드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한 화상회의에서 같은 경험을 하기엔 쉽지 않다.
보통 화상회의 솔루션에는 ‘화면 공유’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여 미리 준비한 문서나 빈 문서를 띄운 후 결정사항을 적어나가면서 회의를 진행해보자. 모든 참석자들의 이해와 동의도 실시간으로 구하고 나중에 회의록 작성할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일하기 좋은 나라, 네덜란드에서 살아가기

본 글은 제가 처음으로 돈을 받고 기고해 본 글입니다. 독립잡지 ‘나이이즘’이라는 잡지의 2호(2019년 봄 발행)지에 실린 글입니다. 잡지 발행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제 블로그에 원문을 올려봅니다. 올해 초에 이미 제 블로그에 써놓은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긴 합니다.

인생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다

“해외에서 일하고 살아보는 것”.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항상 있던 바람이었다. 1980년대 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미국 MBA 수학으로 2년간 미국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 입장에선 늦은 나이에 간 유학이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지만, 나는 워낙 어렸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해선 밝은 기억만 있다. 위의 바람이 버킷리스트에 항상 있었던 이유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한 후 아이를 출산했다. 대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10여년 간 일하면서, 한국에서 일과 삶(특히 아이가 있을 때)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그 와중에 미세먼지가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가까운 가족 중 두 분이 폐질환으로 삶을 마감한 가족력이 있기에, 미세먼지 이슈는 나에겐 ‘생존’의 문제였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는 나름 성과도 잘 내고 있었고, 더 잘 하고 더 많이 벌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이 성치 않고, 가족과의 시간 — 특히 아이와의 시간 — 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안되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옵션으로 이민을 준비했다. 한 옵션은 내가 쌓아온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학업부터 해야 하는 옵션이었고, 다른 옵션은 당시 다니던 회사의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비자였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비자 발급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둘 다 미래가 막연한 옵션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회사로의 이직을 도전해보지 않겠냐는 메일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면접 몇 번 통과하면 공짜로 암스테르담 관광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최종면접을 위해 암스테르담행을 눈앞에 두니, 욕심이 생겼고 갑자기 절실해졌다.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최종 합격을 했다. 

외국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2017년 7월 말, 무척 더웠던 한국을 떠나 도착한 네덜란드는 생각보다 추웠다. 햇빛보다는 비와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아이는 오자마자 고열로 며칠 동안 고생했다. 신고식을 하는 느낌이었다.

2주간의 서류 처리 및 적응기간을 거치고 8월에 입사를 했다. 수십개국에서 온 동료들과 영어로 일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솔직히 첫 6개월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영어로 종종 업무를 하곤 했지만, 하루 종일 영어로 일하는 환경은 처음이었다. 또한, 직설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다. 오해를 많이 했다. 1:1 미팅 중에 나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그들의 어법이 문화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한국 내에서 이직만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는데, 나는 이직과 함께 이민을 한 경우이다. 모든 고등교육과 직장생활을 한국에서 하다가 유럽으로 바로 넘어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업무 및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날씨 또한 예상외의 복병이었다. 부슬비가 계속 오고, 바람이 세며, 오후 4시부터 어두워진다. 이런 날씨가 4~5개월 동안 이어진다. 날씨 때문에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반면 내가 네덜란드에 바랐던 점들은 확실히 보장받았다. 우선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개인/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답게 업무시간은 유연했다. 야근은 1년 반 동안 해본 적이 없고, 퇴근 후 업무 때문에 연락받은 적도 없다. 또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세계 1위인만큼, 내 아이도 나중에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희망을 가졌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

이제 이직 후 1년 반 정도가 지나고 두번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솔직히 이직 초기에는 업무 적응을 위해 가끔 밤에 업무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집에서까지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업무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 나한테 그 정도까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상사도 나를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압박하지 않는다. 아이의 방학이나 휴학 등 가족 일이 있을 경우는 눈치보지 않고 가족 일을 우선 챙길 수 있고, 내 업무의 양과 속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한다. 바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이다. ‘유리천장’이 있다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고위 관리자 및 임원급 자리는 네덜란드인(특히 백인)의 비중이 높다. 다른 로컬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고, 벌써부터 이른 걱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만약 다른 나라로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면, 아직 30대인 지금 가야 하는 것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좀 더 행복하기 위해 이민을 왔고, 환경도 나름 괜찮은데,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어쩌면 내가 아직도 열심히, 경쟁적으로 일하는 한국인의 피가 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 중에도 밤낮없이 일해서 성공과 부를 성취하려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일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고소득일수록 세율이 엄청나게 높고(2018년 기준 연 소득 68,507 유로, 한화로 대략 8,700만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율 51.75%[링크]), 저소득 계층에 대한 교육 및 주거 등의 지원이 좋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좀 더 이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등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나이가 들고 있을 지 궁금하다. 

무엇이 사람들을 한 회사에 오래 다니게 만들까?

2019년 5월에 ‘일하는 사람들의 컨텐츠 플랫폼’ Publy의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글로 발행한 글입니다. Publy에서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중단했기에, 제가 작성했던 본문(‘큐레이터의 말’)을 Publy 동의 하에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삼성전자에서 8년 동안(사실 이제 삼성전자 전체 평균 근속 기간이 10년이 넘었다고 들어서, 8년이 그리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네요) 일 할 수 있었던 요인을 제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풀어내봤습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던 비결

나는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8년이나 일했다. 만 8년을 채우고 퇴사하는 날, 시원섭섭했던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재밌게도 입사 시 목표는 3년을 채우고 장기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8년을 일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인생과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바로 배움과 성장이다. 이 부분을 회사가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S/W 엔지니어로 입사 후 3년 간 개발팀에서 일했고, 이후 상품기획 업무 3년, 그리고 해외영업 부서에서 2년 동안 일하며 여러 직무를 경험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성격이었지만, 단순히 계속 ‘다른 일’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사용자와 회사(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개발팀에서 S/W의 일부분을 개발하는 일보다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의 더 영향력이 커보였고, 실제 고객(스마트폰/태블릿을 구매하는 통신사나 리테일 업체)과의 접점에 있는 해외영업 업무가 더 임팩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쿠팡으로 이직을 결심한 계기 중 하나도 내 제품의 실제 사용자를 더 가까이에서 분석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오해는 마시길. 지금 돌이켜보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없었고, 오히려 개발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운이 좋았는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여러 직무를 거치면서 나에게 맞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업무 능력도 많이 성장했다. 

스스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회사의 인사 시스템이 이를 지원해주지 않았거나, 보수적인 문화가 가득한 조직이었다면 조직 이동은 힘들었을 것이다. 회사에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경험을 역으로 생각해 봤다. 회사가 좋은 직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파악한 후, 직원들이 가장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조직과 일을 찾아주는 게 아닐까 한다. 진부하고 나이브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소스’를 관리하는 게 아닌 ‘사람’을 관리한다고 생각한다면,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회사의 가치와 문화는 왜 중요한가

이 경험을 역으로 생각해 봤다. 회사가 좋은 직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UC버클리와 스탠포드 비즈니스스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근속할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요인은 1)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2) 조직문화와 얼마나 공명할 수 있는지였다고 한다. 

이를 회사(혹은 미래의 창업자)와 직원(혹은 구직자) 입장에서 각각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내가 스타트업의 CEO인데 우리 회사에 직원을 끌어오고, 열심히 일하게 하고, 오랫동안 같이 일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가 이루고자 했던 일, 풀고자 하는 문제와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 방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잘 뽑는게 최선일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본다면 대표가 없어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다. 이를 통해 목표하던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직원의 이탈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직이나 구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가 나와 같은지, 이 회사의 업무 문화가 나와 맞는지 등을 면밀히 알아보고 지원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복지와 보상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매일 ⅓ 이상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야 하는데 가치와 문화적인 핏이 맞지 않는 조직에서 일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의 경우 네덜란드에 있는 Booking.com으로의 이직을 긍정적으로 고려했던 이유는몇 가지가 있다. 우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동료들과 좌충우돌 영어로 업무를 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좀 더 성숙한 제품관리 조직에서 많이 배우고 싶었으며, 한국보다 훨씬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두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승진과 연봉도 중요하지만 가족, 특히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배움과 성장, 그리고 자율이라는 내가 지향하는 가치·문화와 회사가 어느 정도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해 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직과 이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나를 잘 안다는 것

회사나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가 내가 지향하는 바와 같은 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3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어느 해 연말, 혼자 회고의 시간을 가지면서 종이 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 행복한지 등을 써내려가면서 알게된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를 ‘호기심은 많지만 끈기가 부족하고, 자주 관심사를 바꾸는 사람’으로 파악했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깨닫고 나서는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됐다. 설령 새로운 직장·조직에서 생각보다 성과가 안 난다 하더라도 매달 혹은 매분기 나를 되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아져 있었다’. 그리고 계속 나아지다 보면 예전과 같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조직도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숫자로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조직이었다면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직원의 적응과 성장을 기다려주는 것 역시 회사나 조직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문화다. 

창업도 해 본 적 없고, 큰 조직을 이끌어 본 적도 없다.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다만 내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어하고, 어떤 업무 문화를 좋아하는가’이다. 

이걸 알면 내가 어떤 회사에 가면 더 즐겁고 열정적으로 일 할 수 있을 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내가 창업을 한다면 어떤 조직문화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바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도 지향하는 가치를 확실히 하고, 더 나아가 회사가 조직원 개개인의 가치를 바로 알아준다면, 직원도 회사도 윈-윈 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소프트 스킬, 커뮤니케이션을 여는 열쇠

2019년 4월에 ‘일하는 사람들의 컨텐츠 플랫폼’ Publy의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글로 발행한 글입니다. Publy에서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중단했기에, 제가 작성했던 본문(‘큐레이터의 말’)을 Publy 동의 하에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지난 12년의 경력 중 이직을 두 번 경험했다. 경력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두 번 모두 환경의 변화가 굉장히 컸다. 첫번째는 삼성전자에서 8년간 일하다 쿠팡으로 다른 직무로 이직한 경우였고, 두번째는 멀리 네덜란드에 있는 Booking.com 본사로의 이직이었다. 두 번 모두 초기에는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업계와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업무에 필요한 스킬을 익히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 

처음에는 해당 직무를 일단 ‘수행하기 위한’ 하드 스킬 위주로 업무를 익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더 잘하기 위해서’는 소프트 스킬이 필수적이라고 느꼈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상품기획과 해외영업 업무를 하다가 쿠팡으로 옮겨서는 ‘제품관리자(당시 쿠팡에선 Product owner라고 불렀다)’라는 타이틀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장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프로세스를 위주로 공부했다. 애자일 개발 방법론, 데이터 분석(SQL), 웹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익혔다. 

무엇보다 당장 팀이 돌아가야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발팀과 함께 해결방안을 구상하고, 실행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실행(신규 기능 런칭 혹은 제품 개선)한 후 다시 데이터를 확인하는 싸이클을 멈추지 않고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런 하드 스킬이 필요했다.

그러나 업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자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관리자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관련부서(stakeholder)와의 업무 조율이다.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런칭하는 과정에서 나는 주문 관련 개발팀, 고객서비스 담당부서, 회계 및 자금 부서, 대외정책팀, 법무팀, 그리고 금융사 및 결제 관련 협력업체 같은 외부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 마케팅 계획을 세웠다. 

각자 바쁘게 돌아가는 부서에 새로운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계획한 일정 내에 작업을 모두 끝마치고 서비스를 런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누가, 어떤 부분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을 관련 부서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문서화해서 공유하고,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특히 결제 서비스 런칭에는 보다 세심한 준비와 조율이 필요했다.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고객이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취소 및 환불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 결제 및 취소 관련 내용은 (고객 및 상담원 각각의 입장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고객 상담원이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사 사무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서비스 부서에 방문해 상담원들을 직접 교육했고,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담원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품팀에서 직접 상담원 교육을 하는 일은 없었던 터라 고객서비스 부서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일정 내에 서비스 런칭을 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10년 간 일한 후 네덜란드에서 일하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유럽에서 제품관리자로 일하면서 처음에는 우리가 이걸 왜 하는지, 왜 이것부터 해야 하는지, 이걸 하면 뭐가 좋아질지 같은 질문에 계속 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업무 속도는 한국이 훨씬 빠르지만, 이곳은 한국보다 ‘왜’에 더 집중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확한 가설을 내세우지 않으면 팀원들을 움직이게 하기 힘들다. 

사용성을 개선하는 경우처럼 통계 데이터로 증명하기 어려울 때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때는 조직 및 제품의 비전을 기반으로 그 당위성을 ‘스토리’로 풀어낼 필요도 있다. 동료들에게 우리가 가는 길과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하기 위해 ‘내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끄는지’에 대해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고, 어떻게 하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친한 동료들 및 매니저와 상의해보기도 했다. 그 덕분에 나름의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미팅을 앞둔 경우, 에버노트 등에 내가 할 이야기를 미리 적어 논리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런 다음 믿을만한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아 메시지를 다듬고, 미팅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과 사전 1:1 대화를 통해 핵심 메시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회사에서 제공한 ‘Art of Influence’라는 4일짜리 트레이닝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트레이닝을 통해 내 커뮤니케이션 타입을 파악했고, 상대방의 타입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서로 다른 타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익혔다. 이후 지금까지 실습을 계속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고,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문화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한국은 여러 면에서 반대편에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 네덜란드인들은 직접적(direct)으로 얘기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돌려 말하는(indirect) 편이다. 또 한국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돌려서 말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강하게 부정하는 일은 피하는 편이지만(avoid confrontation), 네덜란드인들은 상대방이 나보다 몇 직급 높은 상사더라도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confrontational) 문화다. 

애초에 이런 부분을 미리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서로에게 잘 맞춰갈 수 있었을 테고, 불필요한 오해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내용을 배운 적이 없었다. 동료들도 이런 부분은 잘 몰랐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네덜란드인 동료의 직설적인 피드백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였고, 한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 때 한 동료가 추천해 준 The culture map이란 책을 읽고서야 상황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례로 미팅 도중 러시아인 동료가 무안할 만큼 나에게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거나, 네덜란드인 동료가 1:1 대화 중 “인용, 너에게 실망했어”라고 대화를 시작했을 때 기분이 나빴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나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 ‘다른 것’ 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스트레스가 많이 완화됐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누가 이런 것 좀 가르쳐 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의 사울 P 스타인버그 경영학 교수(Saul P Steinberg Professor of Management)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MBA 과정에서 소프트 스킬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어쩌면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랜트 교수에 따르면 소프트 스킬이 “가치 있을 뿐 아니라 가르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많이 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스킬을 가르칠 책임이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중)

여러 경로를 통해 배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중 하나는, 우선 내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하는 것이다.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나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잘 주고 받는 것도 스킬이며, 이런 스킬들은 모두 ‘배울 수 있다’. 관심을 갖고 나를 지켜본다면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이 필요한 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책에서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온/오프라인 트레이닝 등을 통해 이런 소프트 스킬들을 배울 수도 있다.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필요할 때 적절한 트레이닝을 받는 것도 성장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들도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교과과정을 개선해 나간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졸업생’이라는 좋은 산출물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이 수업은 LBS 경력개발센터의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학생들이 자신을 너무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졸리 교수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거만하기만 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는 학생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 그 이상을 이 수업이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관계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 들어가면 엑셀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쌓아 나가게 되죠.”

나는 어떻게 해외취업을 했는가?

네덜란드에 있는 Booking.com에서 Product manager로 일하게 된 지 이제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2017년 봄, 이민/이직을 결정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동안, 그리고 여기 와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취업하셨어요?”였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했고, 한국에서만 일했고, 취업 당시 한국에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많은 분들도 같은 상황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뒤돌아보니까 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고 일하는 얘기만 했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은 절대 “이렇게 하면 해외취업 할 수 있다”가 아니다. 단 1회 뿐인 해외 이직 경험을 가지고 일반화된 글을 쓰고 싶진 않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이 글의 목적은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함에 있다. 이 글을 해외취업을 위한 왕도보다는, 한 사람(글쓴이)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했는지를 참고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준비가 막연한 사람을 위한 팁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해외에서 외국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Tech 업계에 있다. 이 점도 참고해서 읽었으면 좋겠다.

긴 글 읽을 시간 없는 분을 위해 본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 짧은 문장으로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5. 열정을 보여라 :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LinkedIn 프로필 업데이트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는 LinkedIn을 통해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에 Booking.com(이하 ‘회사’라고 하겠다)과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채용 담당자와 통화하기 전에 헤드헌터와 먼저 통화를 해서 양쪽(회사와 나)이 서로 궁합이 잘 맞을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내가 회사의 문화와 잘 맞을 지, 내 경력이 그쪽에서 찾는 역할과 맞을 지, 네덜란드로 이주할 용의가 있는지, 회사에서 맞춰 줄 수 있는 연봉 범위가 내 기준과 맞을 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전화통화 처음에 내가 한 질문은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하게 되었나?”였다. 이에 대한 헤드헌터의 답은 간단했다. 회사에서 찾고 있는 직무가 Senior Product Owner 였는데, 당시 내 LinkedIn 프로필에 등록된 쿠팡에서의 직무/직급이 Senior Product Owner였기 때문이다. 즉, 검색어와 내 직무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최근 회사에서 기존 다년간 Product owner라고 써오던 직무를 Product manager로 공식적으로 변경하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Product manager’가 좀 더 업계 standard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Product owner와 Product manager의 업무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허나 당장 Glassdoor에서 이 두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Product manager” 키워드의 검색결과가 훨씬 많다.

Glassdoor에서 미국 내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Job 검색 결과 (19년 1월 기준)

위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으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는 게 좋다’ 였다. 특히, 한국에서 해외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한국어로 쓰던 직무명을 그냥 영어로 번역하면 어색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대충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해외 취업을 위한 첫째 단계가 바로 우선 HR 혹은 헤드헌터의 ‘눈에 띄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나는 쿠팡 전에 삼성전자에 있으면서 ‘상품기획’ 업무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 상품기획(자)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알아 들을 것이다. 허나 ‘상품 기획자’를 영어로 Product planner라고 직역해서 Glassdoor에서 검색해보면 극소수의 검색 결과만 나온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상품 기획’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래 참고)

그럼 어떻게 하면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을 찾아볼 수 있을까? 바로 LinkedIn을 활용하면 된다. 나와 같은 업계의 회사명으로 검색해서, 비슷해 보이는 직무를 가진 사람을 찾아보고, 그 사람의 프로필을 읽어봐서 내가 하는 일이랑 비슷하면 우선 1차 기준 통과다. 그 다음 단계로는 그 사람의 직무명(예, Product manager)으로 다시 한 번 LinkedIn 검색을 해서 여러 사람을 찾아보고, 검색 결과가 많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업무가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면 그 직무명을 내 프로필에 당당히 올리면 된다. (직무명 말고도 업무 상세내용도 다른 사람들 것을 참고해서 쓰면 훨씬 수월하다. 물론, 그냥 copy하면 안된다.)

또 하나, 내가 회사에서 ‘과장’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Manager’라고 올리진 말자. 한국에서는 ‘과장’, ‘차장’ 등의 직급이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내가 한 일, 내가 맡은 책임의 크기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anager 외에 내 직무도 꼭 함께 적어야 한다. LinkedIn 잠시만 돌아다녀도 좋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nkedIn 프로필을 한국어로 적는 경우도 봤는데, 한국 내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당연히 영어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면접 전 철저한 사전조사는 필수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현재 회사 면접 프로세스 진행 전에 Glassdoor나 Google, Youtube 등에서 ‘Booking.com interview question’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해봤다. 이직 경험이 딱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면접이 익숙하진 않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만 10년 넘게 일하다가 해외 업체와의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프로세스/언어 적으로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서 검색을 많이 했고, 내용을 정리하고, 예상 질문 리스트도 뽑아서, 모든 예상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회사의 크기에 따라 검색 결과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경우에 놓인다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1. LinkedIn에서 해당 업체명으로 검색을 해보고, 나와 connection이 있을만한 사람(학교, 국가 등)을 찾아 연락해 본다. 실제 이전 직장인 쿠팡에 입사할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이, 당시 쿠팡에 다니던 지인(친하진 않았지만 안면은 있던 직장 동료)의 팁이었다. “케이스 면접을 봐”(컨설팅 업계에서 주로 쓰는 방식)라는 짧은 한 마디를 듣고, 케이스 면접 책을 구입해서 주말 내내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준비를 했었고, 실제 면접 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보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플러스다.

2. HR에 당당하게 회사 자료를 요구한다. 회사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살펴보고 입사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 취업이라고 아무데나 가려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HR에 해당 회사의 문화, 업무 프로세스, 추구하는 바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보통 실무자와 면접 전에 HR과 1차 면접이 있을테니, 회사의 외적인 자료는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되, 내부의 문화나 업무 방식 등에 대한 부분은 HR과의 전화 통화 시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정리/숙지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면접 예상질문을 최대한 많이 적어보고, 모든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봤다. 그리고 반쯤 암기하듯이 숙지했다. 예상질문은 아래와 같은 경로를 통해 뽑아봤다.

1. Glassdoor 검색 (위 참고)

2. 직무명으로 검색 (예, product manager interview question)

3.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면접 질문 리스트업 (왜 지원했니, 장/단점, 5년 후에 뭐하고 있을 것 같아? 등)

해외 취업의 경우, 최종 면접 전까지는 화상 혹은 전화로 면접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목소리 외의 방법(예, 바디 랭귀지, 시각적인 도움 등)으로 맥락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무조건 내 생각을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리 생각을 정해 두었다.

질문에는 짧고 명료하게 대답해라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그리고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영어를 못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팡에서 종종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영어 문장을 길게 끌게 되면 말이 꼬이게 되고, 말이 꼬이게 되면 내 생각도 꼬이게 되어서, 요점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질문에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 우선 내 생각을 말하고(요점),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 덕분인지 암스테르담에서 치른 최종 면접에서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었다. (피드백은 원래 따로 안주는데, 나는 면접 후 “합격하던 안하던 피드백을 달라”고 HR 담당자에게 요청했었다)

+ Structured, disciplined, yet creative.

+ Very good communication skills. Able to describe work with clarity.

+ very clear communication – to the point, understands when to explain more/less

열정을 보여라!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세 차례 전화 면접을 합격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치를 최종 면접 관련 메일을 받았을 때, 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특정 Business case에 대해 내 생각과 계획을 준비해서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혼자 생각을 정리한 후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를 ‘실제 업무 상황’이라 가정하고 ‘사용자 리서치’를 우선 하고,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정리한 후,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 몇 가지 케이스를 준비해 갔다. 누구도 사용자 리서치를 하라고 하진 않았으나, 모든 문제와 기회는 고객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퇴근 후에 지인들을 만나 실제 Booking.com 웹사이트/앱을 사용해보라고 하고,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를 관찰하고,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사항을 가설화했다.

사실 이번 5번은 직무 등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에 실제 리서치를 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참고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자가 정말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보이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다. 보통은 플러스일 것이다. 실제 면접 중에 “내가 면접을 위해 직접 사용자들을 만나서 조사를 해봤고 이게 그 결과야”라고 내가 한 일을 언급했고,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종면접 후 받은 피드백을 보면 아래와 같은 항목을 볼 수 있다.

+User focused – conducted mini-user test to prepare for interview

 


간절함 한 스푼 넣고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쳐봐라

위에서 길게 얘기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5. 열정을 보여라. 면접관도 사람이다

그러나 위 다섯 가지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언어에 대한 자신감 문제는 크다. 주위에 보면 해외취업을 하고는 싶으나 ‘나는 영어를 못해서….’라면서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본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영어가 장벽이라면 노력을 해서 영어 실력을 끌어올린 후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취업은 실력 이전에 간절함의 문제인 것 같다. 나의 경우 간절함이 컸다. 결혼 후 아기를 낳은 상황이었기에, 미세먼지가 없고 경쟁이 덜 한 곳,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 캐나다로 가서 컬리지 졸업 후 개발자로 재취업을 하려는 계획도 추진했었고(실제 현지 실사도 가보고, 언어 시험도 보고, 학교에 지원도 했다), 미국행도 병행 추진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온 해외 취업의 기회였고, 잡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려고 하진 않았다. “이거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면접을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꿨다. “좀 잘 되면 최종면접 가서 암스테르담 공짜로 관광하겠네?”가 합격 전까지 내 마인드였다.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현재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당연하겠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일을 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의 장벽이 크게 느껴지겠지만, Tech 업계 기준에서보면 한국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진보된 나라이고, 오히려 이곳이 더 후진적인 (개인 생각이다) 케이스도 종종 본다. 실력의 차이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준비를 많이 하면 된다. 내가 했던 것처럼. 다른 고민은 일단 최종 합격을 한 후 해도 된다.

그러니, 간절함을 가지되, 기대치를 좀 낮추되(공짜 관광하러 간다고 생각해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