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제대로 리뷰하기

이 글은 제가 퍼블리(publy.co)에 발행한 글의 홍보성 글입니다. 🙂

지난 1월(2020년)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텐츠 플랫폼’ 퍼블리를 통해 ‘프로젝트 제대로 리뷰하기’라는 장문의 컨텐츠를 발행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계신 지인과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퍼블리라는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들이 매달 약 2만원의 구독료를 결제하고 컨텐츠를 읽는 곳이다보니 단순한 블로그 글은 아닙니다. 7개 챕터로 나누어 65분 분량의 장문의 글이며 저를 포함한 저자 2명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있습니다.

퍼블리에는 제 글 외에도 기획, 스피치, 컨텐츠, 스타트업 등 커리어 성장 및 비즈니스/경제 지식 습득에 좋은 컨텐츠가 다수 있습니다. 저도 작년부터 구독료를 내고 새로 올라오는 컨텐츠들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획’ 그리고 ‘창업’ 분야의 글들을 읽고 있구요.

아래 링크를 통해 퍼블리에 들어가 서비스를 구독하게 되면 첫달 50% 이상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양질의 컨텐츠를 찾고 계셨다면 한 번 구독해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취소는 나중에도 하실 수 있으니까요.

제 글로 가는 링크

퍼블리 컨텐츠 참고 스크린샷

농구와 자신감

네덜란드 와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라 하면 한달에 한 두 번 주말에 회사 동료(혹은 퇴사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원들과 농구를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 외에는 같이 농구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긴장도 했고 좀 주눅이 들어있던 건 사실이었다. 탄력 좋은 흑인들이나, 키 크고 힘 좋은 네덜란드나 동유럽 친구들이랑 비교하자면, 나는 체력적, 신체적으로 열세이니까 (30대 후반의 나이에 키 170cm의 단신). 하지만 일년 조금 넘게 같이 운동하다보니 몇 가지 사항만 유의하면 할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 기본기 중의 기본기에 충실할 것 : 공을 잘 ‘잡고’, 뺏기지 않고, 동료들에게 패스하여 기회를 열어주는 것. 사실 여지껏 한 번도 공을 잘 ‘잡는게’ 기본기라는 생각 못했는데, 이것을 잘못하면 실책이 많아진다. 실책은 골을 못 넣는 것보다 못한 것이고, 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2.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드리블을 하다 바로 위로 올라가 중거리슛을 쏘는 것이다. 아마추어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중거리슛(점퍼)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다. 이것만 잘해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3. 3점슛 시도를 해 보는 것 :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라 항상 자유투 라인 앞뒤 정도 거리에서 점프슛을 쏘곤 했었는데, 가드에게 3점슛이 없으면 제약이 참 많아진다. 연습할 때와 경기 때는 리듬이 틀려진다. 이에 잘 안되더라도 경기 중에 3점슛 시도를 점점 많이 해보고 있다.
  4. 그리고 1, 2, 3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실수해도 주눅들지 않고, 내가 익숙한 움직임으로 내 게임을 뛰면 된다. 그리고, 잘 안되더라도, 그냥 웃어 넘기는 것도 자신감인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운동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일은 피해야겠다.

매일밤 농구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내 마음은 앨런 아이버슨이나 카이리 어빙급이지만 사실상 화려한 드리블러의 꿈은 접었다. 위 3개만 잘해도 팀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에, 한 동안은 위 3개만 집중해서 운동을 해볼까 한다. 3점슛터가 될 수 있을지는 일년 후에 다시 되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위에 언급한 4가지는 일터에서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1. 기본기에 충실할 것. 본인 직무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은 충실히 수행하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할 것.
  2. 내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 내가 잘못하는 부분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장점을 찾아 이를 극대화시키는 게 더 필요하다. 사실 ‘잘못하는, 모자라는’ 점을 찾으면 끝이 없다.
  3. 나만의 무기를 찾는 것. 2번과 어느 정도 겹칠 수 있겠지만, 나만의 한 방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4. 내 생각과 업무에 자신감을 갖는 것. 내가 항상 책임을 피하거나, 일을 개차반처럼 하지 않은 이상, 내가 내 일/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최소한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그 뒤에는 적절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게 최선의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틀린 답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준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적었지만 사실 2번과 4번은 아직도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면 2번을 잘 하면 4번이 따라올 가능성도 높겠다. 그럼 앞으로 내 숙제는 일터에서 내 장점을 찾아 더 발전시키는 것일까? 생각해 봐야 하겠다.

농구하면서 깨달은 점을 간단히 Facebook에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본인에 대한 자성(自省)으로 되돌아 올 진 몰랐다. 이런 게 글쓰기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일하기 좋은 나라, 네덜란드에서 살아가기

본 글은 제가 처음으로 돈을 받고 기고해 본 글입니다. 독립잡지 ‘나이이즘’이라는 잡지의 2호(2019년 봄 발행)지에 실린 글입니다. 잡지 발행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제 블로그에 원문을 올려봅니다. 올해 초에 이미 제 블로그에 써놓은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긴 합니다.

인생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다

“해외에서 일하고 살아보는 것”.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항상 있던 바람이었다. 1980년대 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미국 MBA 수학으로 2년간 미국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 입장에선 늦은 나이에 간 유학이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지만, 나는 워낙 어렸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해선 밝은 기억만 있다. 위의 바람이 버킷리스트에 항상 있었던 이유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한 후 아이를 출산했다. 대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10여년 간 일하면서, 한국에서 일과 삶(특히 아이가 있을 때)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그 와중에 미세먼지가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가까운 가족 중 두 분이 폐질환으로 삶을 마감한 가족력이 있기에, 미세먼지 이슈는 나에겐 ‘생존’의 문제였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는 나름 성과도 잘 내고 있었고, 더 잘 하고 더 많이 벌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이 성치 않고, 가족과의 시간 — 특히 아이와의 시간 — 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안되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옵션으로 이민을 준비했다. 한 옵션은 내가 쌓아온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학업부터 해야 하는 옵션이었고, 다른 옵션은 당시 다니던 회사의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비자였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비자 발급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둘 다 미래가 막연한 옵션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회사로의 이직을 도전해보지 않겠냐는 메일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면접 몇 번 통과하면 공짜로 암스테르담 관광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최종면접을 위해 암스테르담행을 눈앞에 두니, 욕심이 생겼고 갑자기 절실해졌다.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최종 합격을 했다. 

외국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2017년 7월 말, 무척 더웠던 한국을 떠나 도착한 네덜란드는 생각보다 추웠다. 햇빛보다는 비와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아이는 오자마자 고열로 며칠 동안 고생했다. 신고식을 하는 느낌이었다.

2주간의 서류 처리 및 적응기간을 거치고 8월에 입사를 했다. 수십개국에서 온 동료들과 영어로 일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솔직히 첫 6개월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영어로 종종 업무를 하곤 했지만, 하루 종일 영어로 일하는 환경은 처음이었다. 또한, 직설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다. 오해를 많이 했다. 1:1 미팅 중에 나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그들의 어법이 문화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한국 내에서 이직만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는데, 나는 이직과 함께 이민을 한 경우이다. 모든 고등교육과 직장생활을 한국에서 하다가 유럽으로 바로 넘어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업무 및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날씨 또한 예상외의 복병이었다. 부슬비가 계속 오고, 바람이 세며, 오후 4시부터 어두워진다. 이런 날씨가 4~5개월 동안 이어진다. 날씨 때문에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반면 내가 네덜란드에 바랐던 점들은 확실히 보장받았다. 우선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개인/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답게 업무시간은 유연했다. 야근은 1년 반 동안 해본 적이 없고, 퇴근 후 업무 때문에 연락받은 적도 없다. 또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세계 1위인만큼, 내 아이도 나중에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희망을 가졌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

이제 이직 후 1년 반 정도가 지나고 두번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솔직히 이직 초기에는 업무 적응을 위해 가끔 밤에 업무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집에서까지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업무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 나한테 그 정도까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상사도 나를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압박하지 않는다. 아이의 방학이나 휴학 등 가족 일이 있을 경우는 눈치보지 않고 가족 일을 우선 챙길 수 있고, 내 업무의 양과 속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한다. 바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이다. ‘유리천장’이 있다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고위 관리자 및 임원급 자리는 네덜란드인(특히 백인)의 비중이 높다. 다른 로컬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고, 벌써부터 이른 걱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만약 다른 나라로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면, 아직 30대인 지금 가야 하는 것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좀 더 행복하기 위해 이민을 왔고, 환경도 나름 괜찮은데,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어쩌면 내가 아직도 열심히, 경쟁적으로 일하는 한국인의 피가 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 중에도 밤낮없이 일해서 성공과 부를 성취하려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일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고소득일수록 세율이 엄청나게 높고(2018년 기준 연 소득 68,507 유로, 한화로 대략 8,700만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율 51.75%[링크]), 저소득 계층에 대한 교육 및 주거 등의 지원이 좋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좀 더 이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등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나이가 들고 있을 지 궁금하다. 

나는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글쓰기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고백한다.
나는 사실 군 입대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학 입학 시 논술도 보지 않았다. 글쓰기가 싫어 논술이 있는 ‘정시’ 대신 ‘특차’로 입학하는 걸 택할 정도였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개인 블로그에, 회사 블로그에 글을 쓰더니, 올해는 처음으로 ‘돈을 받고’ 글을 써보는 경험도 해보았다. 뭐든 관심이 가는 대상이 생기면 훅 파고드는 성격 덕분일 수도 있지만, 나도 나 자신이 언제부터 글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어떤 계기에서 시작을 했고, 무엇이 나를 계속 글을 쓰도록 동기부여를 했을까? 그래서 잠시 뒤돌아 보았다. 크게 보면 3번의 ‘때(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편지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2000년 초반에는 군대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개인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훈련소에서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랬다. 이 편지들이 내가 제대로 글을 써 본 첫 계기인 것 같다. 가족들과, 밖에 있는 친구들과, 다른 부대에 있는 친구들과, 심지어 외국에 유학 가 있던 친구들과도 편지를 계속 주고받았다. 주로 개인적인 내용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주고받고, 인생에 대한 고민 조금 하고, 쓸데없는 말도 자주 지껄이는, 그런 소소한 편지들이었다.

그리고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오랜 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신 후 얼마 후에 입대를 했다. 신병 시절 혼자 이불속에서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답답했고 뭔가 토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제대하고도 한동안 일기를 썼다. 그리고 그 습관 덕분인지 혼자 유럽과 중국 배낭여행을 다닐 때도 ‘여행 일기’를 썼고, ‘아랍의 봄’ 운동이 막 시작된 이집트를 여행할 때도 일기를 썼다. (당시 카이로 시내가 불타는 상황이어서 관광지는 문 닫고 공항에서 노숙도 했었다) 언제부턴가 더 이상 일기를 안 쓰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신입사원 시절 2년간 매주 발송하던 문화 주간지

신입사원 때, 연애를 안(못)하던 시절, 썸녀든, 여사친이든, 혼자든 주말마다 계속 돌아다녔다. 영화를 보고, 여행도 가고, 미술관도 갔다. 휴대폰 제조업체에 개발자로 입사를 했지만, 일이 내 성향에 맞지 않았고, 이에 회사생활이 답답했다. 또한, 대기업이라 굉장히 수직적이었고, 오전 8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9시 반 ~ 11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주말은 해방구였다. 한 동안 소개팅을 꽤 많이 했는데, ‘사랑’을 찾아다닌 것보다, ‘맛있는 것 같이 먹고, 같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고, 듣고, 생각한 걸 주말에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걸 매주 월요일 아침에 사내 지인들(우리 팀 포함해서 100여 명)에게 메일로 보냈다. 선배들과 동기로부터 듣는 칭찬과 격려가 동인이었다.

글의 내용은 주로 도서, 영화, 전시회, 공연 리뷰였다. 한 때는 일 년에 책을 70여 권까지 읽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토해냈다. 20대 후반은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였는데, 아빠가 참으로 보고 싶었다. 아빠와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를 대체할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단순히 관용 표현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책 속에서 인생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다 정리했다. (* 아직도 네이버 블로그에 남아 있는데, 문제는 내가 해외에 있다 보니, 네이버 아이디, 비번을 찾을 수가 없어 관리가 불가한 상황이다)

네덜란드로 이민을 왔고 이직을 했다. 다른 차원의 고민들이 시작됐다.

이직을 하면서 전혀 다른 환경의 국가로 이민을 왔고, 이에 새로운 사람들과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 내용은 브런치(혹은 블로그)의 이전 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처한 환경(30대 후반의 나이에 유럽에 있는 글로벌 업체 본사에 현지 채용되어 일하는 케이스)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에 내가 겪은 내용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고 싶었다.

이 고민들의 해결책 중 많은 부분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편향된 생각은 아닌지 되짚어보고, 결론을 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들을 매주, 매달 겪으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반복했다. 이런 훈련들이 내가 업무를 잘 수행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지만,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훈련도 되는 것 같다.

피드백의 중요성

아버지가 투병시절 독일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나와 주고받은 편지가 있다. 그 편지의 내용은 그전에 내가 보낸 편지에 대한 비평이었다. 중학생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치고는 좀 특이하긴 했다. 그 당시의 나(글쓰기를 싫어하던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내용이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내가 직장인이 된 후에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굉장히 달랐다. 몇 장의 편지를 요약하자면 ‘초등학생은 계곡에 핀 꽃을 보고 한 줄로 설명하겠지만, 대학생 즘 되면 이를 몇 장에 걸쳐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직장생활을 하면 글쓰기가 굉장히 중요하다.’의 내용이었다.

어찌보면 그냥 단순한 편지지만, 암 투병을 하고 계신 분이 독일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와중에 중학생 아들에게 보낸 편지이다. 그만큼 꼭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편지가 내 글에 대한 첫 ‘피드백’인 것 같기도 하다.

10대 시절 글쓰기를 그렇게 무서워했던 것과는 달리, 20대에 들어서는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하고, 주위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반복했다. 사실 글쓰기라는 게 내 머리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 잘 정리한 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잘 보여주는 과정인데, 나는 이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나는 내 생각을 토해내고 싶었다. 이런 내 성향도 글쓰기 실력이 느는데 한몫을 한 것 같다. 종종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엔 이런 걸 유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종종 내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묻는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얘기가 오해없이 전달이 되는지, 불필요한 내용은 없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피드백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나 혼자 쓰는 일기라면 모르겠지만, 결국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읽을 글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오해없이 전달되었는지, 이해하기는 쉬웠는지 등에 대한 확인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여행의 미래는 누구인가

Publy에 파이낸셜 타임즈 큐레이터로 기고한 세 번째 글은 내 얘기보다는, 내가 일하고 있는 산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마침 최근에 에어비앤비, 메리어트, 구글 등 굵진한 회사들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서비스를 런칭하며, 여행산업이 격전지가 되고 있기에, 내 생각을 풀어내기에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았다.

내 일, 내 일터, 내가 일하는 산업에 대한 얘기다보니, 글을 ‘줄이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얻은 점이 있다. 내 제품(Product)과 회사에서의 내 분야를 벗어나, (간만에)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내가 속한 산업을 분석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몇 년 동안 한 산업에 있으면서 일하다보면 내가 꼭 전문가가 된 것 같이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 나를 둘러싼 부분을 더 넘어선 큰 틀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트래킹하고 앞을 내다보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내가 내 일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되고,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 2019년 6월에 ‘일하는 사람들의 컨텐츠 플랫폼’ Publy의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글로 발행한 글입니다. Publy에서 파이낸셜 타임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중단했기에, 제가 작성했던 본문(‘큐레이터의 말’)을 Publy 동의 하에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여행 산업, 가속화되는 경쟁

2019 여행 산업의 현재: 경쟁과 성장

호텔과 숙박 공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다

메리어트 호텔, 부킹닷컴(Booking.com), 에어비앤비. 숙박 산업의 큰 회사들이다. 이 세 회사는 각기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다른 이미지만큼 실제로 셋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거나, 서로 다른 종류의 숙소(세그먼트)가 주 무대이다. 

메리어트는 7000여 개의 오프라인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호텔 그룹이고, 부킹닷컴은 고객을 전 세계에 있는 200만 개 이상의 숙소와 연결시켜주는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이며, 에어비앤비는 개인의 집이나 방을 공유해줌으로써 게스트와 호스트를 연결하는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그 외에도 힐튼(Hilton), IHG(InterContinental Hotel Group) 등의 대형 호텔그룹,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 업계의 또 다른 공룡 익스피디아 그룹(Expedia Group), 그리고 여러 국가와 지역의 수많은 온, 오프라인 여행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여행 전문 리서치 업체인 Skift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호텔 업계의 전체 매출은 5500억 달러(약 651조 원)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에 비해 4% 증가한 수치로 파이의 크기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제 여행자의 수 또한 계속 성장 중이다. 2019년에는 전 세계에서 14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산업의 또 다른 큰 축인 항공 업계의 2019년 예상 매출은 6060억 달러(약 718조원)이다. 여기에 크루즈 업계, 티켓, 교통, 레스토랑 등 여행자가 여행 중에 경험하는 모든 접점에서의 매출을 합하면, 2조 달러(약 2370조 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강점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로 확장 중 / 에어비앤비를 넘보는 부킹닷컴

최근 여행 업계 트렌드의 가장 큰 축에 대해 말한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업체가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분야(세그먼트)로 진출하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숙소 예약 1위. 월 사용자 1500만 명.* 호텔 예약의 강자 부킹닷컴은, “온 세상 사람들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empower people to experience the world)”라는 미션 아래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자매회사인 렌터카닷컴(Rentalcars.com)과 병합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제품을 강화하고 FareHarbor를 인수함으로써 투어, 액티비티 분야로의 새로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숙소뿐만 아니라 렌터카,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모두 연결시키고자 하려는 것이다. 

* 관련 기사:Booking.com plans to take on Airbnb (CHINA TRAVEL NEWS, 2018.2.22)

** 관련 기사: Rentalcars will join Booking.com and forge ‘BookingGo’ brand (CHINA TRAVEL NEWS, 2017.12.13)  / Booking.com acquires FareHarbor: 5 fast facts about World’s leading Dutch travel fare aggregator (Silicon Canals, 2018.4.24) 

현재 부킹닷컴 홈페이지를 보면 항공권 예약 메뉴도 볼 수 있다. 아직은 다른 항공권 예약 사이트로 단순히 연결해주는 단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부킹닷컴은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한 통합 및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른 호텔을 넘어, 에어비앤비가 강세를 보이는 홈(Home, 숙박 공유) 분야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 인지도나 고객 경험은 에어비앤비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보유한 숙소 개수가 5.7백만 개에 이르렀고, 이는 에어비앤비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미 부킹닷컴 전체 매출의 20%가 홈 타입 숙소에서 나오고 있다.** 

* 에어비앤비의 숙소 개수는 대략 5백만 개 이상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 Airbnb Statistics (2019): Users, Booking, Financials & Fun Facts (Muchneeded.com)

** 관련 기사: Booking Holdings breaks down private accommodation revenues for first time, now at 20% of total  (Phocus Wire, 2019.2.27)

반대로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프레임을 깨고 호텔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4월에 호텔 업계의 유니콘 업체인  호텔투나잇(HotelTonight)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호텔투나잇은 주로 비체인 호텔(independent hotel)이나 부티크 호텔 위주의 숙소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깔끔한 디자인에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데, 특히 막바지(last minute) 숙소 예약에 특화된 서비스로 유명하다.

에어비앤비는 이 인수를 통해 2만 5천여 개의 호텔 리스트를 추가하게 될 뿐 아니라, 막바지 예약 분야의 강화, 그리고 특정 규제로 인한 주요 비즈니스(숙박 공유)의 제약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에서는 법적으로 호스트가 1년에 30일 이상 에어비앤비 렌트를 진행할 수 없다.

* 관련 기사: Airbnb Is Buying HotelTonight: Here’s What That Means (Skift, 2019.5.7) / HotelTonight and Airbnb Finalize Acquisition (Airbnb, 2019.4.15)

전통적인 여행 업체 외에, IT 업계의 트렌드에 있어 구글이 빠질 수 없다. 

지난 5월, 구글은 구글의 여행 관련 서비스를 모은 구글 트래블(Google Travel)*의 데스크탑 버전을 런칭했다.* 해당 페이지에서 항공권, 호텔, 투어와 액티비티를 검색 및 예약(실제 예약은 파트너사의 웹사이트에서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여행을 계획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툴(Google Trip) 기능도 있으며, 관광 코스 추천부터 여행 일정과 지역에 따른 날씨 확인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모바일에서는 작년부터 가능했던 일이다. 

 * 사실 구글이 공식적으로 구글 트래블이라는 이름을 발표하진 않았다. 위 이름은 저자가 해당 서비스의 웹페이지 주소 www.google.com/travel 을 참고해 사용했다. Skift라는 여행 전문 리포트 업체에서도 구글 트래블이라는 이름으로 리포트를 공개한 바 있다.

구글의 강점은, 지메일(Gmail)과 구글맵(Google Map)이라는 인프라성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웹사이트에서 항공 및 호텔을 예약한 내역을 지메일 계정으로 수신하면, 구글은 이를 읽어 구글 캘린더로 일정을 짜고 구글 트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구글맵을 통해 공항이나 시내 명소 근처의 호텔을 쉽게 예약할 수 있으며(여러 예약 사이트의 리뷰 점수도 보여준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를 토대로 관광 계획을 알아서 짜주기도 한다.

유럽에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된 앱 중 하나가 구글맵이다. 차량 내비게이션 용도 뿐 아니라, 모르는 곳으로 이동할 때의 대중교통 정보도 쉽게 알려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 전에 맛집을 검색해놓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남긴 평점과 리뷰 덕분에, 저 식당 들어갈지 말지 고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앞서 열거한 여행 업체의 서비스는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서비스지만, 구글의 서비스는 계획뿐만 아니라 실제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계속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다. 숙박과 여행 산업의 비즈니스 경쟁자들이 ‘여행 경험의 시작과 끝’을 이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구글맵이란 서비스를 가진 구글은 이미 한 단계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살아 남을까? / 여행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한 회사가 여행 산업을 독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숙박 산업은 기본적으로 방을 찾는 사람(수요)과 방을 가진 사람(공급)을 연결해주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보수적인 산업이다.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고,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공존하고 있으며, 로컬 업체도 많다. 기반 기술도 상당히 오래된 상황이다.  간단히 말해, 한 회사가 모든 걸 다 하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솔직히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회사 혹은 서비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뻔한 소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여행 경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연결하여 ‘OO 없이는 여행을 가지도 못하겠어’와 같은 말이 나오게끔 하는 회사. 더하여 웹사이트 뒤에 있는 수많은 파트너, 즉 호텔, 액티비티 제공 업체, 레스토랑, 그리고 기술 협력 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주로 온라인을 바탕으로 하는 여행 비즈니스 플랫폼, 그리고 고객 경험 등의 사용자적 요소를 얘기했지만, 여행 비즈니스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은 바로 공급이다. 실제 숙소와 액티비티를 공급해주는 파트너가 있어야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주요 관광지의 호텔에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 중에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우버의 등장으로 택시 업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로컬 사업을 하고 있는 소규모의 여행 관련 업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기회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술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진짜 ‘파트너’로 대해야 신뢰가 쌓이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러 서비스를 지속적인 운영함으로써 쌓이는 수많은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를 잘 분류하고 분석하고 활용함으로써, 고객에게는 ‘하나의 유기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파트너들과는 데이터 통계와 인사이트를 공유해서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스스로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계속 찾아나가는 회사가 살아남지 않을까 한다. 

솔직히 현 상황에서 상당히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라고 본다. 이미 구글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검색과 지도라는 강력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구글맵은 핵심 서비스다.

여행 산업의 버티컬을 모두 장악할 수는 없겠지만 사용자와의 접점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구글은 여행 경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연결하고 다양한 여행 상품의 메타 검색 서비스만 추가로 제공해도, 스케일과 수익성 모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혹여나 자체적인 여행 서비스로 인한 수익이 빠르게 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 같은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가 매년 조 단위(KRW)의 마케팅비를 구글에 지불하기 때문에, 구글은 여행 분야에서 단기 수익성 추구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고객 경험’에 포커스를 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 있다.

‘여행’이란 단어에 설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1년에 몇 차례 경험하게 되는 여행을 망치고 싶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여행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걱정을 덜어줄 수 있어야, 소비자의 뇌리에 계속 남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