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y -제품 업데이트 하기 전 PM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들

정말 오랜만에 (social media 포스팅이 아닌) 글을 썼습니다. 

Publy에 “제품 업데이트 하기 전 PM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 지인들 중 Publy 유료 회원이신 분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access 가능하시면 보시고 피드백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ubly에 관심이 있으시면 이 기회에 회원 가입을 하시면 되고(유료입니다), Publy 회원이 아니시라면 아래 커리어리 글을 읽어도 좋아요. 짧은 버전이라 보시면 됩니다. 왜 대규모 업데이트는 항상 욕을 먹는지,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재작년 말에 둘째를 출산하고 작년 초에 이직을 한 이후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Publy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다시 글을 써봤어요. 이것을 계기로 예전처럼 PM의 일 관련 글을 계속 쓸까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민이 좀 되긴 하지만 글쓰기가 저 자신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기 때문에 내 머리 속을 정리하고 ‘제가 경험한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_^

첫 출판 – 집필과 출판 관련한 FAQ 및 깨달음

2020년 10월, 내 인생의 첫 책을 출판했다. 2019년 여름부터 출판사와 얘기를 시작했으니 출판 계약서를 쓴 시점부터 따지자면 1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한 시점부터 따지면 1년 혹은 그보다 조금 짧은 기간 안에 집필 및 출판을 마친 것이다. ‘책을 출판하는 것’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 뿐 아니라 본인 이름으로 된 책을 집필하고자 하는 분들이 꽤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 업무(해외에서 product management 업무) 관련된 얘기가 아닌 집필과 출판 관련된 얘기를 해보려 한다. 다만 아래 내용은 나 혼자의 첫 1회 집필에 대한 경험이며 일반화하긴 힘들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바란다. 장문의 글보다는 FAQ 형식으로 독자분들께서 궁금해 하실 내용 위주로 적어보았다.

  • 혹시 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본 글에 댓글로 달아주시면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왜 책을 출판했나?

  • 막연히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20대 후반부터 하기 시작했다. 내 블로그의 다른 글(‘나는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을 보면 내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나와 있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시절 매주 일요일에 블로그에 글을 썼고, 그 글을 다음 날(월요일) 아침에 회사 내 지인(내 상사들 포함)들께 뉴스레터처럼 보내곤 했었다. 이걸 2년 동안 했다. 그때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됐으며 ‘내 책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해외에 나와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내 경력이 한국인 기준에서 보면 일반적이진 않다는 걸 느꼈다. 나는 일단 ‘재밌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 직무나 산업, 국가까지 옮기면서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녔다. 이런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배운 점들이 한국에 있는 내 후배 또래(현재 기준 20대 후반 – 30대 중반)의 독자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떻게 출판을 하게 되었나? (출판사와의 연결 고리)

  •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줬다. 네덜란드로 이주 후 Booking.com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블로그(inyongsuh.com) 및 브런치에 글로 올리기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퍼블리에 파이낸셜 타임즈 뉴스 큐레이터로 짧게 활동했었다. 그때 쓴 글 중 ‘소프트 스킬’ 관련 글이 있었고, 이 글을 본 출판사의 기획/편집 담당자가 이메일로 연락을 줘 ‘소프트 스킬’ 관련 책의 출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인연의 시작은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올리던 글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요즘은 브런치북 공모전이나 독립 출판 등 출판을 위한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들었으나 나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내기 힘들다.

집필 얼마나 오래 걸렸나?

  • 초고(첫 원고)의 집필은 계약서 기준으로 7개월 정도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더 긴 9개월 정도 소요됐다. (A4용지 약 120페이지 기준) 이 중에서도 실제로 ‘본격적으로’ 집필한 기간은 이보다 조금 더 짧았으니 집중할 수만 있다면 (직장인이더라도) 반년 정도면 초고 집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단, 내 책은 내 경험 위주의 자기계발서로 리서치에 쏟은 시간이 집필 초기를 제외하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본인이 쓰고 싶은 책이 리서치에 많은 시간이 드는 내용이라면 이 부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 초고 이후 4회 정도 퇴고를 거쳤다. 이 부분에 4개월 정도 소요가 됐다. 초고를 완료하기 전에도 편집자에게 챕터별로 미리 전달하면서 초기 피드백을 받고 퇴고를 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1차 퇴고(초고 집필 중 1차 퇴고) > (Google Doc으로 초고 전달) > 2차 퇴고(한글 파일) > 3차 퇴고(책처럼 편집한 본) > 4차 퇴고(PDF 본, 모든 챕터 제목 등 확정한 버전) > 5차 퇴고(프린트만 하면 책이 될 거의 최종본)

분량은 얼마나 되나? 채우기 힘들지 않았나?

  • 책을 쓰기 전에 가장 큰 걱정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내가 책을 쓸 자격이 있을까?”, 둘째, “A4용지 최소 120페이지는 필요하다는데 내가 그걸 채울 수 있을까?”였다.
  •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20페이지는 채웠다. 억지로 채운 것도 아니다. 쓰다보니 채워졌다. 하지만 집필 초기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고 편집자께 ‘100 페이지도 겨우 나올 것 같다’는 엄살을 부렸다. 누구나 책을 쓰기 전에 목차부터 생각하겠지만 이 ‘목차’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분량에 대한 추정의 정확도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초기부터 목차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 분량에 대한 추정은 쉬워진다.

집필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초기

  • 처음에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뼈대를 탄탄히 하기 위해 목차를 최대한 자세히 써봤지만 ‘리서치’를 해봐야 가닥이 잡힐 것 같은 내용들도 있었다. 그런 점들은 실제 글을 써가면서 리서치를 병행하며 잡아나갔다.
  • 첫 챕터를 일단 써보는 게 도움이 되었다. A4 용지 1장에 몇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등에 대한 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편집자로부터 피드백도 최대한 일찍 받으려 했다. 글이 경직되어 있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책’을 쓴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나보다. 이후 독자들이 가깝게 느낄 만한 예시를 최대한 많이 넣어보려 했다.

중기

  • 분량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7개 챕터 중 챕터 3, 4, 5 부분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여기서 많이 ‘뽑아야’ 하는데 ‘뽑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압박감이 많았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젊은 독자들이 읽기에 글이 경직되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와 같은 ‘형식’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였다.

말기

  • 중요한 챕터들을 다 집필하고 이제 마무리와 1차 퇴고를 해야 했다. 분량에 대한 부담도 없어졌다. 그런데 이 시점에 갑자기 내 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내가 쓴 것만 다 잘 지켜도 신급의 직장인이 될 것 같았다. 다듬을수록 부족함도 계속 느꼈다. 편집자께도 이런 부분을 열어놓고 얘기했고 아내 및 가까운 분들께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글 잘 쓴다는 유시민 작가가 쓴 글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쓴 글이 전 국민에게 똑같이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조언 및 참고가 필요한 사람이 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내 몫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타

  • 초기에는 ‘퇴근하고 하루 한 장만 집필하면 5개월이면 끝나네?’와 같이 굉장히 낙관적으로 미래를 봤다. 하지만 직장인이면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저자(나..)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밤 10시부터 집필을 한다면, 과연 저런 습관을 쉽게 들일 수 있을까? 택도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주말로 집필시간을 옮겼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점심 먹을 때까지 글을 쓰고 아이와 놀고 하루를 보내고 저녁부터 다시 집필을 했다.
  • 출판까지 ‘장기전’으로 보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한 얼마 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까지 퍼졌다.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3월 초부터 계속 재택 근무를 했다. 작고 추운 방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이나 주말에 글을 썼다. 일주일에 3-4번은 아이 재우고 밤에 밖에서 조깅을 했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체형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뿐더러, 집필 중 잘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집필을 통해 깨달은 점을 공유해 준다면?

  •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잘 짜여진 목차가 정말 중요하다. 처음 아웃라인을 짤 때부터 최대한 세분화하여 목차를 정리해놓는 것이 (1) 책 전체(논리)의 흐름을 잡는데 중요하며 (2) 집필에 소요되는 시간 및 분량을 미리 추정할 수 있다.
  • 세부적인 목차로 뼈대를 세우고 거기 살을 계속 붙이는 식으로 집필을 진행했다. 본문 블록(예, 한 소챕터 내의 내용)들은 기본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적어 나갔다.
    • 가벼운 리서치 후에 생각의 가닥을 잡고
    • 기본적인 논리를 본문에 풀어내고
    • 그 이후 계속 조금씩 살을 붙여나간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나 그래프를 추가하고 세부 내용을 위한 추가적인 자료 조사도 한다.
    • 글을 풀어낸 방법(단순 산문식이 맞는지, 대화식으로 표현할지, 불렛포인트로 할지, 그래프를 넣을 지, 소제목 등을 더 세분화할 지, 앞/뒷 부분에 요약본을 넣을 지 등)이 최선의 방법인지 계속적으로 의심해 보고 (독자들이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독자의 기준에서 생각해본다) 논리적으로 앞뒤 이상이 없는지 계속 확인해 본다.
  • “일단 내용 대충 채워놓고 나중에 퇴고하면서 정리해야지”와 같은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흐름이 이상한 글이 참 많았다. 근데 일단 다 써놓고 보면 이미 생각했던 내용에 내 사고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퇴고가 힘들어진다.
  • “내가 책을 낼 자격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한 경험들이 작고 사소한 것 같아도 누군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이고 좋은 참고/배움이 될 수도 있어. 지금 내가 있는 자리,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바라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야.”
  • 중간중간 글이 안 써지고 권태(?)가 올 때 ‘내가 이 책을 집필하려는 목적’, 즉 북극성/나침반같은 그것을 나에게 계속 리마인드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그것은 (바로 위에 적은) ‘나의 특별한 경험과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공유하여 그 분들이 조직 생활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집필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예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그것이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라면 더욱 좋다.
  • 맞춤법에 대한 중요성은 열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사실 이 블로그 글에서도 맞춤법 틀린 부분이 많을 것이다) 애매한 부분은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와 같은 툴을 사용해서 검사를 했고,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질문/답변 게시판도 참고를 많이 했다.

본문 집필과는 별개의 깨달음

  • 책을 쓰면서 “내가 지난 몇 년간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경험했구나. 책 한권 쓸 정도면 나중에 정말 이걸로 강의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을 운영해 가시는 분들은 다 노하우가 있다. 보통 ‘내공’이라 얘기하는 것들 말이다. 다만 그것을 생각과 글로 풀어내는 것은 글쓰기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책 한 권의 집필을 마치고 출판까지 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니, (책의 질과 재미를 떠나) 모든 작가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그 16,000원 짜리 책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그 사람이 경험하고 고민한 것들의 액기스가 들어있다. 책값이 비싼 것이 아니다.

만약 1년 전으로 돌아가 책을 다시 집필한다면 어떤 점을 다르게 하겠는가?

  • 목차, 개요와 리서치에 집필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이다. 단순히 소챕터까지의 목차 수준이 아니고 소챕터 내의 본문에 들어갈 논리까지 bullet point 형식으로라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놓고 본문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인세는 얼마나 받았나?

  • 책 정가의 10% 수준이다. 첫 출판이기 때문에 10%가 정당한 수준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다. 일반적인 인세 수준인 것 같다. ‘초보 작가’로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한 분도 있었다.
  •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 인세에서 굉장히 작은 수준의 세금만 낸다. 3.3%(3% 소득세, 0.3% 주민세). 나의 경우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한국 간 세금 조약에 따라 이것보다 높은 세금을 내게 되었다.
  • 첫 인세는 3개월 만에 정산을 받았다. 선인세(출판 전 미리 받는 인세)를 제외한 금액을 정산받았다. 그 후는 반년에 한 번씩 정산을 한다. 이는 출판사와의 계약에 따라 다를 것이다.

돈은 많이 벌었나?

  •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겠다. 돈을 많이 벌려고 시작한 집필은 아니었기 때문에 첫 3개월의 인세 수준에 희비가 왔다갔다 하진 않았다.
  • 이 수준으로 ‘전업 작가’를 하려면 (1) 매년 한 권씩 책을 출판하고, (2) 복수의 책들에 대한 인세가 쌓여야만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물론 책이 많이 팔리면 얘기는 달라지겠고 저자의 인지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 참고로 나의 경우 책을 출판하고 3개월 되기 전에 출판사 기준으로 ‘손익 분기점’은 넘었다고 들었다. 출판사 기준에서 대박을 낼 책을 아니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많이 책정되지 않은 점(적은 ‘비용’)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와의 협업 관련한 경험은?

  • 책 제목은 꼭 미리 생각해보고 출판사에 먼저 제안하라. 나의 경우는 솔직히 글을 다 쓰고도 책 타이틀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고 출판사의 의견을 어느 정도 따랐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문 집필만큼 책 제목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책 제목은 마케팅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팔릴만한’ 제목으로 미는 경우가 많다)
  • 챕터나 소챕터 제목의 경우는 편집자께서 좋은 제안을 많이 해주었다. 나의 경우는 나보다 젊어 보이는 편집자께서(사실 얼굴 한 번 못 뵀다) 젊은 독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표현들을 제안해주셔서, 더 좋은 이름으로 챕터/소챕터의 타이틀을 변경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6개월 단위의 정산이 답답해서 ‘정산은 늦어도 좋지만 데이터(판매량)를 더 자주 확인할 수 있겠냐’고 출판사에 물어봤다. 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언제 어디서 내 책이 팔리는 지 알고 싶었다. 답변은 ‘주기적인 업데이트는 힘들고 필요하면 담당 편집자를 통해 요청을 달라’는 것이었다. 편집자와의 대화 및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운 점은, 출판 산업은 여전히 옛 시스템에 갇혀 있다는 점이었다. 내 책이 어디서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 출판사마다 유통망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legacy함에 답답함도 많이 느꼈다. (예전에 쿠팡에서 외부 은행 및 통신사들과 일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프로덕트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스킬들

Cracking the PM Interview라는 책을 공저한 Jackie Bavaro의 미디움 글입니다. 본인과 본인 팀원들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경력 개발을 위한 중요한 스킬을 정리했습니다. 사실 논리정연한 글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한 중요한 스킬을 쭈욱 나열한 글입니다. 제가 봤을 때 이 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직무로 전환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직무 내에서의 경력 개발은 담당 업무의 범위를 넓히고(increasing scope), 더 복잡한 문제(complexity)를 해결하고, 더 자율적(autonomy)으로 일하고, 더 큰 임팩트(impact)를 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Career growth within a role is usually about increasing scope, complexity, autonomy, and impact”)

제가 Booking.com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도 위와 동일합니다. 한 제품, 한 문제에만 포커스를 하며 일하다가 스킬이 늘고 좀 더 넓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매니저도 당신의 실력을 믿고 더 많은 수의/더 복잡한 문제를 맡기게 됩니다. 그럴수록 더 큰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게 되구요.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시니어/리더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매니저와 수시로 본인의 경력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Career goal에 대한 논의를 말이죠. 매니저는 당신이 더 많은 성과를 내어 경력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매니저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알아야겠죠.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좀 어색할 수도 있는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매니저가 내 목표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주지 못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 힘들겠죠. 자율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 고유의 업무 문화/프로세스를 잘 알고 이를 토대로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하기도 하구요.

‘임팩트’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제품/업무가 회사의 전략/비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선 파악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회사의 리더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일 경우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없으며 오히려 리소스를 낭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채용을 더 경험하고 배우라는 것, 사이드 프로젝트를 잘 선정해서 실행하라는 것 등 몇 가지의 조언들이 더 있습니다. 완전 짧은 글은 아니기에 5분 정도는 시간을 두고 읽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Buffer Analyze, 고객 0명에서 1천명까지의 여정

  • 이 글은 제가 커리어리(퍼블리 뉴스, careerly.co.kr)에 큐레이션하여 올린 리뷰 글입니다.

예전에 제목(“Two Years Ago, We Started Building a Product that Now Earns Over $500,000. Here’s How We Did it“)을 보고 저장해놓았던 글을 꺼내 읽었습니다. Buffer라는 Product(소셜 미디어 퍼블리싱 툴)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분석’ 부분만 떨어져 나와 standalone 서비스(Buffer Analyze)로 시작하여 유료 고객 1천명까지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저자는 Buffer Analyze의 Product manager이며 총 5명 – 1 PM, 1 디자이너, 3 개발자 – 으로 팀을 꾸렸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본문 자체도 그리 길지 않고 읽기 쉬우니 스크린샷이나 그래프를 보고 싶다면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 리서치 : 초기에는 리서치에 집중. 잠재 고객 20-30명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메일로도 대화를 하고, 수백개의 설문조사 결과를 받았다. 10번째 콜부터 어느 정도 패턴이 보였다. (frustration, recurring challenges in workflows, etc)

– 제품 개발 프로세스 : 리서치를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제품 디자인을 시작했다. 제품 개발 일정 내내 리서치, 디자인, 개발을 모두 병렬로 동시에 진행했다. 예를 들면, PM이 기능 D를 리서치를 하는 동안 디자이너는 기능 C를 디자인하고 기능 B가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기능 A는 측정(사용)되고 있다.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저는 이런 프로세스가 빠른 릴리즈에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운영하면 팀원들의 motivation에 해가 되는 프로세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첫 고객 : 처음부터 많은 기능을 넣진 않았다.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툴에 비하면 간소하지만 우선은 소수라도 실제 사용자들을 통해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기존 Buffer의 사용자들에게 개별로 이메일을 보내고 50% early-access 할인을 제공하는 등 어떻게든 진짜 사용자를 획득하고자 했고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려 했다. 개발 시작 후 7개월만에 첫 고객을 얻었고 첫 매출 25불을 올렸다.

– 100명의 고객 : 기존 Buffer의 고객들을 모두 spreadsheet에 넣고 그들이 누구인지 분석했다. 그리고 우선순위별로 그룹을 나누어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첫 그룹은 40%의 회신율을 보였으나 그 다음 그룹은 25%로 떨어졌다. 1천 여통의 이메일을 보냈고 약 10개월 만에 고객수 100명을 찍고 5천불의 MRR(Monthly Recurring Revenue)를 달성했다.

– 첫 500명의 고객 : 이메일 전략은 잘 먹혔으나 스케일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self-serve signup 기능의 우선순위를 높여 개발했다.

– 글을 쓰고 있는 현재(2019년 7월), Buffer Analyze는 약 1천명의 고객을 획득했고 매달 4만7천불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연으로 환산하면 50만불 정도다. (위 100명 달성 후 8개월만의 일임) 하지만 현재 7명의 팀원과 인프라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1년에 1백만 불 정도는 벌어야 수지타산이 맞다. (더 성장해야 한다는 뜻)

PM을 매니징하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

‘PM의 정의, PM이 해야 할 일’등에 대해서 늘 논쟁이 많죠?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등에 비해 역할과 책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직무입니다. 정답도 없구요. 그러면 이런 PM들을 ‘매니징’한다는 것은 어떨까요? 링크된 글의 저자에 따르면 이는 ‘모호함’의 제곱(ambiguity² ; 직역은 늘 어색합니다..)입니다. 😂

이번 글은 현재 Shopify의 VP of Product인 Brandon Chu의 글입니다. 여러 명의 PM을 매니징해 본 경험이 있는 그가 밝히는 ‘효과적으로 PM을 매니징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1. The mental model for managing PMs — 그들은 사업가이고 당신은 그들의 투자자라고 생각하라 (they’re entrepreneurs, you’re the investor)

  • PM은 기업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사업가로 생각하고 당신은 그들의 비전을 산 투자자로 생각해보라. 각 PM의 오퍼레이션에 깊이 관여하지 말되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그들이 보지 못한 부분(blind spot)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라.
  • 당신도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다양한 백그라운드(실제 스타트업 창업을 몇 번 해본 PM, FANG 등에서 일했던 PM 등)에서 온 직원들의 다양한 관점/능력을 통해 당신도 그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 그들이 당신보다 뛰어날 수 있다. 그들이 가능성을 펼치고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줘라.

2. Developing PMs — 적절한 업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까?

  • Whole customer experience를 출시해 보는 경험은 PM의 성장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PM은 그의 팀이 제공하는 end-to-end 고객 경험을 통해 가치를 만든다.
  • 당신의 임무는 해당 PM이 매니징 가능한 최대 범위의 업무를 맡겨 그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업무 범위를 정해준다’라는 것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라’라는 지시의 개념이 아닌 어떠한 크기의 ‘목표(goal)’가 적절한 지 PM과 함께 조절하는 개념이라 보면 좋겠다. 능력이 뛰어나고 야심이 있고 잠재력이 큰 PM의 경우는 더 큰 목표를 맡기면 될 것이다.
  • 그럼 어떻게 그 ‘적절한 범위’를 알 수 있을까? 우선 제품/프로젝트(의 복잡도)를 6가지 관점(이 6가지에 대해서는 첨부된 링크 확인바람)에서 분석을 한 후, 해당 PM이 이 제품/프로젝트를 맡아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함께 오래 일한 PM이라면 가능성/잠재력에 대한 판단이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새로 입사한 PM이라면 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처음엔 좀 난이도가 낮은 제품을 맡기고 적응과 성과의 속도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해 주면 된다.

3. Assessing PMs for performance — PM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까?

  • PM은 특정 몇 개의 ‘스킬’만으로 일하는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하기 굉장히 어렵다. 아래의 4가지 관점에서 PM의 성과를 평가해 보자.
    1. 제품 성과(Product performance) : 이론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PM의 평가를 순전히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 1) 어떤 제품은 그 성공여부의 판단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2) 모든 제품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고, 3) 어떤 제품을 맡느냐에 따라 성과의 크기가 다를 수 있고, 4) PM은 팀의 일원으로 디자이너나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서도 제품의 성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 다른 직원들과 얼마나 소통을 잘 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가? : Product management는 직무적으로 리더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잠재적인 성과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함께 일하는 팀원, 동료 PM, 유관 부서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자.
    3. 의사 결정 능력 : 모든 의사결정은 기회 비용이 수반된다. PM이 내린 결정을 깊이 분석해보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논의를 해보라. 이는 좋은 코칭 기회가 되기도 한다.
    4. 전략적인 사고 능력 :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에서 제품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저는 아직 PM을 매니징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니저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은 다음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어떻게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2) 매니저와의 대화를 내가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다, (3) 매니저도 사람이다. 매니저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대화를 할 수 있다(인간적인 bonding에 좋음). 그것이 제가 종종 ‘Product leadership’에 대한 글을 찾아보고 독자분들과 공유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