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을 매니징하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

‘PM의 정의, PM이 해야 할 일’등에 대해서 늘 논쟁이 많죠?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등에 비해 역할과 책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직무입니다. 정답도 없구요. 그러면 이런 PM들을 ‘매니징’한다는 것은 어떨까요? 링크된 글의 저자에 따르면 이는 ‘모호함’의 제곱(ambiguity² ; 직역은 늘 어색합니다..)입니다. 😂

이번 글은 현재 Shopify의 VP of Product인 Brandon Chu의 글입니다. 여러 명의 PM을 매니징해 본 경험이 있는 그가 밝히는 ‘효과적으로 PM을 매니징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1. The mental model for managing PMs — 그들은 사업가이고 당신은 그들의 투자자라고 생각하라 (they’re entrepreneurs, you’re the investor)

  • PM은 기업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사업가로 생각하고 당신은 그들의 비전을 산 투자자로 생각해보라. 각 PM의 오퍼레이션에 깊이 관여하지 말되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그들이 보지 못한 부분(blind spot)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라.
  • 당신도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다양한 백그라운드(실제 스타트업 창업을 몇 번 해본 PM, FANG 등에서 일했던 PM 등)에서 온 직원들의 다양한 관점/능력을 통해 당신도 그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 그들이 당신보다 뛰어날 수 있다. 그들이 가능성을 펼치고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줘라.

2. Developing PMs — 적절한 업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까?

  • Whole customer experience를 출시해 보는 경험은 PM의 성장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PM은 그의 팀이 제공하는 end-to-end 고객 경험을 통해 가치를 만든다.
  • 당신의 임무는 해당 PM이 매니징 가능한 최대 범위의 업무를 맡겨 그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업무 범위를 정해준다’라는 것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라’라는 지시의 개념이 아닌 어떠한 크기의 ‘목표(goal)’가 적절한 지 PM과 함께 조절하는 개념이라 보면 좋겠다. 능력이 뛰어나고 야심이 있고 잠재력이 큰 PM의 경우는 더 큰 목표를 맡기면 될 것이다.
  • 그럼 어떻게 그 ‘적절한 범위’를 알 수 있을까? 우선 제품/프로젝트(의 복잡도)를 6가지 관점(이 6가지에 대해서는 첨부된 링크 확인바람)에서 분석을 한 후, 해당 PM이 이 제품/프로젝트를 맡아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함께 오래 일한 PM이라면 가능성/잠재력에 대한 판단이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새로 입사한 PM이라면 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처음엔 좀 난이도가 낮은 제품을 맡기고 적응과 성과의 속도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해 주면 된다.

3. Assessing PMs for performance — PM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까?

  • PM은 특정 몇 개의 ‘스킬’만으로 일하는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하기 굉장히 어렵다. 아래의 4가지 관점에서 PM의 성과를 평가해 보자.
    1. 제품 성과(Product performance) : 이론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PM의 평가를 순전히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 1) 어떤 제품은 그 성공여부의 판단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2) 모든 제품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고, 3) 어떤 제품을 맡느냐에 따라 성과의 크기가 다를 수 있고, 4) PM은 팀의 일원으로 디자이너나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서도 제품의 성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 다른 직원들과 얼마나 소통을 잘 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가? : Product management는 직무적으로 리더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잠재적인 성과는 얼마나 다른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함께 일하는 팀원, 동료 PM, 유관 부서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자.
    3. 의사 결정 능력 : 모든 의사결정은 기회 비용이 수반된다. PM이 내린 결정을 깊이 분석해보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논의를 해보라. 이는 좋은 코칭 기회가 되기도 한다.
    4. 전략적인 사고 능력 :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에서 제품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저는 아직 PM을 매니징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니저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은 다음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어떻게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2) 매니저와의 대화를 내가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다, (3) 매니저도 사람이다. 매니저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대화를 할 수 있다(인간적인 bonding에 좋음). 그것이 제가 종종 ‘Product leadership’에 대한 글을 찾아보고 독자분들과 공유하는 이유입니다.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 (3편)

* 이 글은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의 세 번째 글로 아래의 두 글을 먼저 읽는 게 좋습니다.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 (2)

위 두 글을 짧게 요약하자면, 첫번째 글에서는 PO(Product Owner)와 PM(Product Manager)이 거의 동일한 일을 한다고 주장했으나, 두번째 글에서는 Tomtom과 같은 회사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PM과 PO이 서로 다른 역할로 함께 일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했다. 이번 3편(아마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아요)에서는 최근에 여러 회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발견한 또 다른 조직 구조들을 포함하여 정리해 보겠다.

쉽게 그림으로 정리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케이스들은)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 1번 : 제 첫번째 글의 케이스. 회사는 PO 혹은 PM 직무 중 하나만 운영한다. 제가 일하는 Booking.com이나 예전에 있던 쿠팡이 이런 케이스였다. (참고로 Booking.com은 원래 Product owner로 운영하다가 약 2년 전에 모든 PO를 PM으로 바꾸었다. Role의 변화없이 정말 이름만 바꾸었다)
  • 2번 : 제 두번째 글의 케이스. 회사는 PO와 PM 둘 다 운영하며 두 직무의 책임과 역할의 범위는 다르다. 내가 직접 확인한 케이스는 Tomtom이라는 글로벌 Navigation & map 업체.
  • 3번 : 이번에 새로 발견한 케이스. PO가 PM에게 보고를 하는 구조이다. 두번째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PM은 좀 더 멀리 바라보는 직무로, 제가 좋아하는 문구 “Build the right product to the right customer”에서 ‘right product’와 ‘right customer’ 부분에 포커스(어떤 고객군에게 어떤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하는 직무라면, PO는 그 비전을 feature set으로 breakdown 해서 제품팀(개발자, 디자이너 등)과 함께 최대한 빨리 결함없는 right product을 ‘build’하는 쪽에 포커스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어떤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PM이 PO를 매니징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IKEA와 PVH(Calvin Klein, Tommy Hilfiger 등 패션 브랜드 회사)의 IT 조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IKEA의 경우 PO —> Sr. PO —> PM 과 같이 직급이 올라가는 구조로 Product Manager가 실제 Group Product Manager(여러 명의 PM을 관리하는 직책)이나 Director급의 직급이었다.

이번 편이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편의 마지막이라 한 이유는, 이제 굳이 이걸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올해 하반기에 10개 회사와 최소한 한 차례 통화나 인터뷰를 했었고 이를 통해 확인한 것은 ‘각 회사마다 해당 직무(PO, PM)에 대한 정의와 기대는 다 다르다’라는 것이다. 회사가 순수한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는지, 조직의 IT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가 어느 수준인지, 작은 스타트업인지 이미 조직이 많이 커진 기업인지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해당 직무에 대한 기대는 다 다르다.

이에 두번째 글의 말미에도 언급했지만 이직을 위해 Job apply를 할 때 Job description을 상세히 읽어보고, 조직의 크기, 구조, 책임의 범위 등에 대해 리쿠르터와 꼭 먼저 확인을 하자. 그래서 회사가 본인에게 기대하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내 경력상 도움이 될 경험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리쿠르터와 통화를 할 때 아래의 질문들을 꼭 하는 편이다.

  • 현재 조직이 어떤 상황인가? 해당 Job을 Posting한 이유는 뭔가?
  • PM(PO)의 숫자 그리고 전체 개발팀의 크기는 어느 정도이며, 나는 누구에게 보고 하고, 전체 조직 구조는 대략 어떻게 되는가?
  • (첫번째 질문과 유사하지만) 나에게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 조직에서의 성장에 대한 기회는 어느 정도인가? 회사에서 이 조직에 거는 기대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성장/확장 계획을 갖고 있는가?

짧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오랜만에) 포스팅한다. 독자들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알아두면 좋을’ 정보라 생각해서 글을 적고 싶었다. 본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편의 글들 중 1번과 2번 글은 ‘PO나 PM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로 활용했으면 좋겠고, 이번 마지막 글은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정도의 정보성 글로 (독자분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 (2편)

내 블로그의 첫 글 <그래서 Product owner는 뭐하는 사람이에요?>이 브런치에서만 조회수가 6천이 넘었다. 그리고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라는 글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한국에서 Product own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한가보다.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Product manager(이하 PM)과 Product owner(이하 PO)는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독자 분이 브런치 댓글을 아래와 같이 남겨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같은 건 아니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말이다.

<내 글에 달린 댓글 중 발췌. 참고로 SAFe는 Scaled Agile Framework로 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공식 웹사이트 검색해보시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제 내가 다녔던 회사(쿠팡, Booking.com)나, 면접 봤던 회사들이나, 지인들이 일하는 회사 등에서 PM과 PO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PM or PO 였고 그 둘이 하는 일은비슷했다.

하지만 최근에 내 주위의 한 회사에서 PO와 PM이 함께 있는 사례를 발견했다. 바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Tomtom이라는 디지털 지도 관련 회사(tomtom.com)이다. 나름 유명한 네덜란드의 IT 회사로 이 분야에선 유명한 회사다. 위의 사실을 알게 된 계기는 아래와 같다.

이 회사의 Senior PO 직무가 Linkedin이 떴었고, 제품이 재밌어 보여서 내 주위의 Tomtom 출신 동료에게 회사는 어떤지, 그 팀은 어떤지 그리고 PO라는 직무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다.

  • 동료 : “Tomtom은 PM과 PO가 나뉘어져 있어. 난 Tomtom 외엔 IT 회사 경험이 없어서 모든 회사가 그런 줄 알았어. 그래서 오히려 Booking.com에 처음 왔을 때 Product owner가 하는 일의 범위가 넓어서 놀랐어.(이 당시 우리 회사에서는 Product owner로 부르고 있었고, 2019년부터 Product manager라고 이름이 공식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당시 Product owner였고 지금은 Product manager가 공식 직무이다) Tomtom에서는 PM은 고객과 만나고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장기 계획과 로드맵을 짜는 일을 주로 했고, PO는 개발팀(제품팀)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개발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백로그를 관리하는 일을 주로 했었거든. Booking.com의 PO는 그 둘을 다 하고 있잖아.”
  • 나 : “어? 나는 모든 회사의 PO나 PM이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일을 하는 줄 알았어. 내 경험상 그랬고 주위에서도 Tomtom과 같은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 동료 : “어, 그래서, 내가 아는 너는 Tomtom 기준에서의 PM일은 즐겨할 것 같은데, PO일은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얘기해주는 거야. 한 번 그쪽과 확인해봐.”

위의 대화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있던(LinkedIn connection) Tomtom의 PM에게 직접 물어봤다.

  • 나 : “I heard from ex-TomTom employee that there is also a Product Manager role in TomTom who’s mostly in change of the vision/roadmap/user research and so on, while POs are mostly in charge executing the roadmap in agile method. If so, I am not interested in PO role. I wanted to clarify this and I thought about you.”
  • 그녀의 대답은 ‘그렇다’ 였다.

그렇다. 내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 덕분에 알게된 사실을 실제 내 주위에서 사례로 검증을 했다.

더 궁금해져서 이것 저것 자료를 찾아보다가 아래와 같은 Atlassian의 동영상을 찾게 되었다. 참고로 Atlassian은 개발 협업 툴 Jira와 Trello(인수함)로 유명한 호주의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위 동영상의 2:40 정도를 보면 PM과 PO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이 역할과 책임을 구분한다.  (위 동영상과 같은 내용으로 Atlassian blog 글도 있다)

  • Product manager : Mission, vision, high level problems, what success looks like
  • Product owner : break down and translate the vision to day-to-day activities

즉, PM은 장기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고 비즈니스 목표를 정의하는 직무이며, PO는 그 큰 그림을 실제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구현할 수 있도록 작은 태스크로 나누고, 요구사항을 명확히 정의하며, 태스크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제품팀이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이끄는 직무이다.

이 글에선 위와 같이 PM과 PO를 구분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몇 천명이 읽은 내 예전 글에서는 PM과 PO가 하는 일이 거의 동일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내게 PM과 PO가 뭐가 달라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회사에선 비슷하다. 그러나 회사마다 역할과 책임을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일부 회사에선 그 둘을 나누기는 한다’라는 것을 덧붙이며 말이다.

이런 리서치와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배운 점은 딱 하나다. 독자분들께도 이 한 마디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모든 회사마다 PM과 PO의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다 다르다. 그러니 이직할 때, 입사 지원할 때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회사에서(위에서)는 어떤 기대를 하는 자리인지, 개발팀과는 어떻게 일하는지, 의사결정의 권한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지원하라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잘 모르겠으면 면접 과정에서 리쿠트링 담당자나 면접관에서 물어보면 된다. 나도 면접할 때 면접관에게 늘 하는 질문이 “그 회사, 그 자리에서 내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있는가?”이다. 물론 어떤 조건이 좋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무엇이 좋다 나쁘다 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말이다. 

PO는 꼭 데이터 분석을 잘 해야 할까

 

3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창 떠오르던 이커머스 업체 C사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방대한 고객(user)/상품(C사가 판매하는 상품)/제품(우리가 개발/서비스하는 제품) 관련 데이터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비록 그 전 회사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였지만 직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다른 부서(개발팀)의 데이터에 접근을 해서 분석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고, 아마 인프라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이유보다는 1) Android라는 타사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한계, 2) 판매 물량 대부분 B2B(통신사나 도매/소매 업체)로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시장분석 및 이를 base로 한 제품 기획에 필요한 ‘고객’ 데이터가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 같다. 당시 주로 하던 데이터 분석은 모 시장조사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받은 글로벌 휴대폰 판매 raw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국가별로 가격대별 제조사별 Market share를 확인하거나, 모델별 판매량을 기반으로 자사 모델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타사 주력모델을 대비하기 위한 분석들이었다. 분석을 위한 도구는 거의 Microsoft Excel 이었다. 이미 3~6년 전 일이지만, 워낙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환경이 빨리 바뀌는 산업이기에 당시 ‘제품 경쟁력’을 고민하면서 실시간 데이터에 대해 목 말라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시장조사 데이터나 리서치들은 몇 달 지난 데이터들이었다)

 

이직 후 C사에서의 환경은 전혀 달랐다. 직접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SQL query로 데이터를 추출/가공/분석하거나, 고객 이슈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해서 대응하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다. Web base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8년 동안 제조사에서만 일하다 온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렇지만 항상 좋을 순 없는 법. 향상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또 다른 고민을 가져오기도 했다. 오늘은 이 글을 통해 아래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자 한다.

 

  1. 업무 환경에서 향상된 데이터의 접근성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 부정적인 부분
  2. Product owner가 데이터 분석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까?
  3. 데이터 과학이란 또 다른 세계에 대해

 


무한한 데이터.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무작정 좋을 뿐인가?

 

더 많은 고객 프로필/행동 데이터를 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내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진 것은 분명했다. 무한한 가능성인 것 같았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데이터 까보는 것도 잠깐일 뿐, 너무 많은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보니, 이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향상된 데이터 접근성이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겠다. 기술적/사업적인 기준보다는 Product owner인 내 개인적인 기준이다.

 

긍정적인 결과
  1. 고객의 데이터(개인정보 말고 행동 패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사용자들이 내가 기획/개발한 제품을 내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제품을 지속 개선할 수 있다. 이직 후 내가 가장 만족해했던 부분이다.
  2. 뻔한 얘기지만, 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미래 트렌드를 prediction 할 수 있다(고 믿는다)
  3. 위 1번의 연장선일 수 있지만, 내가 기여한 제품의 performance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은 나중에 인사 ‘평가’ 프로세스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우리 부장님 잘 모셔서’ 고과 잘 받는 모습은 피할 수 있고, (다른 팀/팀원들도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해 조금은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영향
  1.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것은 좋으나, 간혹가다 데이터를 핑계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생긴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 ‘이 부분 더 데이터를 파보자’라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도 안 해본 것 아니다. 하지만 impact가 클 데이터 분석이 아닐 경우, 일단 결정을 하고 테스트를 빨리 해서 결과를 빨리 확인해보는 게 나을 수 있다.
  2. 데이터 분석을 하다보면 궁금증에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위 1번과 비슷한 얘기일수도 있으나, 만약 제품이나 팀의 direction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touch하려다 보면 ‘디테일에서 길을 잃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큰 트렌드를 통해 방향을 잡고, 세부적인 내용은 개발팀과 함께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면 되는데, ‘데이터 분석을 위한 분석’이 되어 버리게 되면 본래의 의도(전략 방향 설정을 위한 트렌드 분석)가 distort된다. 이 역시 내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다. (쓰다보니 자괴감이….)
  3. 고객님들이 사용하는 제품/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 일이 5시에 안 끝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것은 회사 업무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고객 이슈가 급히 생길 경우 밤에 노트북 열어서 데이터 확인해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것은 사실 부정적인 부분이라기 보단 비즈니스 성격과 팀/Role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집에까지 와서 일하던 내 모습을 내 아내는 싫어했다.
다른 글에서 다뤘다시피 PO(Product Owner)는 Web 기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IT 업체에 있는 Role이다. 이에 PO와 데이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에 PO가 데이터를 파보는 것은 어찌보면 문제점 파악 및 의사결정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너무 데이터에 몰입하다보면 정작 PO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을 간과하거나 더 나아가 나무에 빠져 숲을 못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Product owner(혹은 Product manager)는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잘 하면 잘 할수록 좋다”. 본인의 Product을 전담할 데이터 분석 담당자가 없는 경우(대부분이 그럴 것 같다), 외부 분석 담당팀이나 개발팀 내 Back-end 개발자(서버 개발자)에게 데이터 분석 요청을 해야 하는데, 상대방 업무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정확히 내 입맛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PO가 직접 DB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추출/분석/시각화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생산적일 것이고, 덤으로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Product)의 내부 데이터 구조도 파악할 수 있다.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다루는데 쓰는 시간은 잘 관리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PO로서의 업무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 PO는 사용자의 요구사항/문제점을 파악하여, 제품/팀의 방향을 정하고, 개발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Main role이다. 데이터 분석은 이 과정에서 고객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거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개발팀이 개발한 제품/기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PO가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하려고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절대 ‘데이터’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분석”은 지양해야 하겠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아 C사 입사 후 SQL query를 배워 상용 데이터에 종종 접근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하곤 했다. (실제 Raw data는 아니었고, 분석을 위해 Raw data를 복사해놓은 분석용 DB 데이터였다.) DB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후 필요한 경우 Microsoft Excel의 일부 유용한 함수(vlookup, countif  등)/피벗 테이블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여 분석에 활용하곤 했다. 개인용으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 가공’에서 끝내기도 했지만, 공유나 보고용으로 데이터를 가공한 경우에는 Excel 내장 그래프/차트 기능으로 ‘시각화’까지 신경써서 했다.
참고로, 아래 정도가 내가 데이터를 직접 추출/분석한 케이스(목적)였다. 솔직히 좀 더 복잡한 지표를 분석(장문의 query를 작성)하거나, Tableau 등의 전문화된 시각화툴을 사용하여 Dashboard를 만드는 케이스 등은 직접 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석 담당자(C사에서는 Business Analyst라 불렀다)께 요청을 하여 처리하곤 했다.

 

  1. 주요 비즈니스 지표 분석 (예, 매출 성장 추이, 결제 성공율, 고객 재방문율 등)
  2. 고객 이슈(CS) 직접 대응 (예, 고객센터 매니저가 급히 ‘고객 A가 할인쿠폰을 사용해서 결제했다고 하는데, 할인 적용이 안되었다고 한다. 실제 쿠폰이 적용 된 건지, 언제 된 건지, 얼마 결제가 된건지 확인을 해달라’라고 전화해서 부탁하는 경우)
  3. 주요 지표는 아니지만 내 제품을 고객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때 (예, ‘새로운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실제 쿠폰을 다운받은 고객은 몇 명이고, 아무것도 안하고 바로 나가버린 고객은 몇 명인지 등을 확인하고 싶을 때’ 등)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 호텔 관련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B사로 이직 후에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과 협업을 할 일이 많아졌다. 당연히 C사에도  있는 Role이나, 나는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했었다. 이에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나는 그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그들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이에 이 글 마지막에서는 ‘PO와 데이터 과학’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PO/PM은 데이터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데이터 분석의 경우와 같은 의견이다. 당연히 알면 좋고, 많이 알면 더 좋다. 하지만 이 역시 필수는 아니다.

 

모든 웹 기반 서비스들은 결국 데이터 기반이고, 이 안에서 가설을 세워 ‘가치’를 찾고 ‘검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이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가설이든, 이 ‘가설’을 기반으로 실험(experiment)를 하고 이의 결과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이때 A/B 테스트와 같이 일부 트래픽만 실험에 참여한 경우, 이 실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예, 전체의 10%만 신규 기능을 사용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100%가 사용했을 때도 똑같이 결과가 좋으란 법은 없다)

 

이렇게 대규모 데이터로 ‘실험’을 하거나, 실험의 기반이 되는 Insight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뒤지는 경우 데이터 과학자와 일하게 될 경우가 많다. 데이터 과학자의 정확한 Role은 이 채용 공고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짧게 얘기하자면 기존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서 미래를 예측(prediction)하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주거나, 상품을 추천해주기 위한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도 아직 이 데이터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이다. 대신 PO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흔히 ‘도메인 지식’이라 얘기하는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가 토대가 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각도에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여름 휴가시즌에 호텔들은 방 가격(A)을 매일 어떻게 결정할까”와 같은 질문이 있다면, 단순히 ‘휴양객이 많은 8월 초(B : 수요)에 가격이 가장 높을 것이다’를 넘어서 당시 호텔들의 객실이 얼마나 차 있는지(C : 객실 예약율), 그 호텔들의 작년 휴가시즌 가격은 어땠는지(D : 작년가격) 등 여러가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생각해놓고, 이 값(B, C, D)들의 변화에 따라 A(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때 이 B, C, D를 뽑아낼 수 있는 게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분석의 목적에 따라 ‘여름 휴가’를 8월로만 한정할 것인지, 7-8월 2달간 데이터를 볼 것인지, 유럽만 볼 것인지, 4성급 이상 호텔만 확인할 것인지 등 여러가지 상세한 조건들을 결정하여 분석에 적용을 해야 한다. 이를 결정하기 위한 기반도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PO는 본연의 Role을 잊지 말고 데이터 분석/예측도 결국 문제 분석과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과정 혹은 Tool로 생각해야 한다. PO가 슈퍼맨이 될 수는 있지만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본인의 제품과, 이 제품의 시장/산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좋은 질문에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데이터 분석가/과학자가 옆에 있다면 그 PO의 제품과 팀은 좀 더 밝고 깨끗한 안경을 끼고 고객과 시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란 얘기는 이제 많이 들어봤을텐데, 데이터 과학은 이들을 아우르는 범주이다. 실무에서는 일부 product을 제외하고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추천, 검색, 랭킹 등 product을 담당하지 않아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3년 전 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e-commerce 업체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이직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Product owner가 뭐하는 거야?’ 라는 질문이었고(이에 대한 내 의견은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직 후에 Product owner의 역할/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내가 궁금해했던 다른 하나가 Product manager랑 Product owner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였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회사 얘기에서 빠지지 않는 게 PM(Product manager) 이기 때문이었다.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는 다른 직무인가?

위 질문에 대해 나는 ‘아니다. 같다고 보면 된다’ 라고 대답한다. 내 생각에 Product owner(이하 PO)는 agile 개발 방법론을 따르는 일부 software 회사에서 (개발조직 내) 비즈니스 담당을 하는 role로 부르는 이름이고, Product manager(이하 PM)는 IT(software based)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인 것 같다. PO나 PM이나 모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품(product)의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우선순위) 결정하여 개발팀과 함께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가는 게 Main role이다. 일례로, 아래는 글로벌 검색업체 G사(^^)의 Product manager 직무의 responsibility 조건이다.

  • Launch products.
  • Identify market opportunities and define product vision and strategy
  • Understand customer needs and gather product requirements.
  • Develop new products and enhance existing products.
  • Engage closely with the engineering team to help determine the best technical implementation methods as well as a reasonable execution schedule.

이전 글에서 쿠팡 & Booking.com의 PO 직무 내용과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같은 일을 하지만 회사에 따라 PM으로 불리기도 하고, PO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본다. 참고로, PM이나 PO들이 하는 업무를 IT 업계에서는 Product management 업무라고 한다. 이 Product management 업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구글 검색을 해도 좋고, 아래 몇 가지 도서/사이트를 참고해보면 될 것 같다.

  • 도서 Inspired(링크) : PM이 무엇인지, 어떤 게 좋은 PM인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설정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책으로 생각한다. 번역본 ‘인스파이어드’도 있다.
  • Silicon Valley Product Group(링크) : 웹사이트로, 좋은 PM, 나쁜 PM 등 Product management 관련하여 괜찮은 문서들이 다수 있다. 위 도서 Inspired의 저자가 만든 그룹.
  • Ken Norton 블로그(링크) : 유명 Product manager Ken Norton의 블로그로 PM 관련한 유용한 조언/팁들이 많다.
  • 그 외에도 많지만, 도서/웹사이트 소개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에 여기서 그만.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연락해주세요.

 


Software 업계 외 Product manager

위에서 얘기한 PO와 PM의 역할은 모두 IT 업계, 특히 software 기반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업체에 한한 내용이다. ‘Product’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 전혀 다른 업무를 managing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상품화’하여 판매한다고 해서 보험 상품을 관리하는 사람을 Product manager라고 하진 않는 것 같지만(그렇다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Software package를 개발/판매하는 회사나, 제조업체에서는 판매하는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마케팅 까지 총괄하는 담당자를 Product manager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첫 직장에서도 ‘Product manager’라는 직무가 있었다. 한국의 본사에는 Global Product Management 팀이 있었고, 이 팀의 주요 역할은 사양(H/W, S/W specification)이 확정된 제품의 개발, 생산, 마케팅 일정을 관리하고, 해당 제품의 Global distribution/pricing(손익)을 결정하고, 영업을 지원하고, 수익성 및 회사 전략을 기반으로 제품의 단종(생산/판매 중단)까지 책임지는 업무(product life cycle management)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 워낙 큰 회사기 때문에, 고객 리서치 및 시장상황을 토대로 신제품의 사양을 기획/결정하는 업무는 다른 부서가 맡았다)

또한 해외 판매 법인/지사에도 Product manager라는 직무가 있었는데, 이 담당자들은 해당 지역/국가 내에서 판매중인 제품의 도입(소개)부터 마케팅 전략 및 런칭을 기획하고, 판매를 지원하는 업무를 했다. 해당 지역/국가에서 판매할 신제품의 도입 및 마케팅 계획을 담당하고, 전체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시장 상황(경쟁사 제품, 판매량)과 본사 제품 전략을 토대로 제품의 가격 및 단종을 결정하는 업무가 주요 업무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쉽게 얘기하면 사무실에서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야 한다)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팔 때 전시만 해놓고(디자인) 가격표만 붙여놓는다고(가격) 다 팔리는 게 아니잖은가? 이 제품이 고객에게 왜 좋고, 경쟁 제품보다 뭐가 좋고, 이 가격 붙일만한 가치가 어디 있는지 등의 내용/정보를 마케팅/홍보/영업팀에 전달하여 최적의 마케팅/광고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이 판매 법인의 Product manager 직무 관련해서 가장 참고할 만한 도서로는 이걸 꼽고 싶다. 마케팅 천재가 된 홍대리. 애플 한국법인의 Product manager가 된 홍대리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얘기한 두 Product manager(본사 & 해외 지사)들과 업무를 많이 했었다. 쉽지 않은 업무로 본인이 맡은 제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넘쳐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한다. 괜히 ‘전도사’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다.

제품을 런칭하기까지의 길이 얼마나 고된 지…

Program manager, Technical program manager

지금까지도 헷갈린데 또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다. Program manager. 정말 쉽게 말하면 기존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Project manager라고 불렀던 직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쿠팡에 Technical Program manager라는 직무가 있고, 미국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도 Technical Program manager라는 직무가 있다.

이 분들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려면 우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Product manager, Product owner가 담당하는 product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PO/PM들이 담당하는 Product의 예를 들자면, 결제/주문/물류/상품평 등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의 일부분이다. 각 PO/PM들은 본인들이 담당하는 Product들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다른 Product와 연관되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경험이고, 고객 경험의 흐름에 따라 Product들이 자연스럽게 연관이 된다.

예를 들자면, 고객이 쿠팡 웹사이트에 들어가서(Home), 상품을 검색(Search)하고, 상품리스트(Product list)에서 상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고(Cart), 주문서(Checkout)를 통해 결제(Payment)한 후, 로켓배송을 통해 배송을 받는(물류) 과정에서 고객은 각각의 Product들(위에서 괄호에 있는 내용)을 거쳐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Product들은 직간접적으로 서로 Data를 주고받으며 고객이 주문을 마치고 무사히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

Program manager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개발 과정에서 (연관되는) 여러 Product들의 상황을 파악하여 문제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Technical Program manager는 말 그대로, 깊은 지식/경험을 기반으로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까지도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아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본인이 해결한다기 보단, 여러 개발팀을 이끌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사실 Technical Program manager(이하 TPM)들과 같이 일해 본 적은 있으나, 당시는 해당 직무가 소개된 지 얼마되지 않아 과도기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위에 설명한 TPM에 대한 소개가 좀 틀렸을 수도 있으나, 1년여의 간접 경험을 통한 내용이기에 완전히 다른 방향은 아닐 것 같다. TPM이 좀 더 궁금한 사람은 구글에서 Amazon Technical program manager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Amazon TPM의 responsibility 검색해 본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 가지를 아래에 붙여넣어 본다. 문제점 해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주 내용이다.

  • Working closely with service owners(다른 Product owner) and partner teams(다른 개발조직) to understand roadmaps and drive overall new feature introductions.
  • Anticipating bottlenecks, managing risk and escalations, and balancing the business needs versus technical constraints.
  • Communicating with influence with technology owners, customers, and upper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