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정의하다, 성공을 측정하다

* 2018년 12월에 Brunch에 쓴 글입니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 누구나 성공적인 제품(product)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성공’이 무엇일까? 바로 이 ‘성공’을 정의하는 게 ‘비전 설정(이전 글)‘과 함께 모든 제품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만드는 것’은 쉽다. 개발자/디자이너들의 노력을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깊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든 제품은 이 ‘왜’에서 시작한다. 그게 호기심 에서든, 아니면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든,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이든. 그 ‘왜’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돈을 더 벌거나(매출을 늘리거나),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거나, 어떤 일을 더 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그리고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결국 수익을 더 내는 게 최종 목표일 것이다.

그럼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각 개인이나 팀의 ‘성공’일까? 회사 전체나 영업 조직 입장에서 보면 최종 outcome이 ‘수익’이 되어야 함은 맞다. 하지만 영업이나 마케팅 조직을 제외하고선 본인들의 노오력이 수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 지에 대해 측정하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디자인팀’의 KPI(핵심 성과 지표)를 ‘매출(수익)’으로 잡는다고 해서, 좋은(혹은 나쁜) 디자인이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측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럼 각 팀들은 어떤 식으로 ‘성공’을 정의하고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왜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해야 할까?


왜 일을 할때 ‘성공’의 정의와 측정이 중요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제 우리가 한 일의 결과가 “회사나 고객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는 개개인의 Motivation과도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결제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치자. 이미 결제 SW는 잘 돌아가고 있다. 왜 회사에선 이 개발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어야 할까(팀의 존재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싶을 수도 있고, 단순히 현상 유지만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 고객의 결제 경험을 개선하고 싶을 수도 있다. 회사의 전략이나 가치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이유’가 중요하다. 만약 그냥 현상유지만 하고자 한다면, 최대 목표는 결제 시스템이 안정되게 돌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럼 ‘성공’은 결제 시스템이 1년 동안 장애없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걸 성취했는지는 장애율(%)이나 장애시간 등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고객의 ‘결제 경험을 개선’하는 게 주요 목표(개발팀을 두는 이유)라면, 고객의 결제 성공율이나 결제 관련한 고객센터 문의/불만 건수 등으로 ‘경험’의 질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이 회사 혹은 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팀의 존재이유 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성취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비즈니스 지표가 좋아지거나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구성원의 성취감도 높아질 것이고 평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표가 나빠지거나 개선이 더디다면 반대의 결과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무언가 ‘배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표 A를 개선시키기 위해 B라는 노력을 했는데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B가 과연 맞는 해결책이었는지 회고해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 배우고 좀 더 개선된 B’ 라는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척도’가 없거나 애매하다면 어떨까? 밤을 새서 일을 했는데, 내 노력이 회사/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가 힘들 것이다. 성공도, 실패도, 배움도 없다. 좀 과장하면 출근했고 그냥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하는 것 아닐까?

어떻게 성공을 정의해야 할까?

성공을 정의하는 법은 쉬워보이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미 조직이 정해놓은 이루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린 고객이 얼마나 결제를 쉽게 끝마쳤는지를 나타낼 수 있는 결제 성공률을 제 1 지표로 사용할거야. 결제 수수료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야’ 라고 조직이 방향을 설정해 놓은 경우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조직이나 새 제품의 경우는 어떨까? 이때는 우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우리 팀이) 이루고자 하는 게 “(우리 온라인 호텔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 예약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우선 정의를 하는 것이다.

이후에 항상 따라오는 질문은 ‘그럼 예약 경험을 개선했다는 걸 어떻게 측정할까?’이다. 이는 상황마다 다르고 회사나 조직의 비젼에 따라도 다를 것 같다. 최종적으로 숙소 예약을 무사히 끝마쳤는지를 보는 ‘예약 성공률’을 척도로 삼을 수도 있고, 아이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해서 개선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지표를 사용하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를 찾아내면 된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리고 위의 주요 지표 외에 내가 손해보지 말아야 할 부분(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의 숙소 예약 성공률’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만약 ‘전체 고객의 예약 성공률’이 낮아진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가족 관련한 UI를 수정하다가 일반 고객의 경험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런 결과가 생긴다면 아마도 회사 전체로서는 손해일 것이고, 팀의 주요 지표는 상승했겠지만 이를 ‘성공’이라 보긴 힘들 것이다. 이것처럼,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 지표를 생각해 볼 때, 내가 손해를 감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 부분을 제대로 짚고 가지 않는다면 나중에 팀이 프로젝트/기능 개선의 산출물의 성공여부를 측정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풀어놓은 얘기는 사실 내가 1년 동안 팀원들과 좌충우돌하면서 배운 내용이다. 내가 현재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제품은 고객 측면이 아닌 숙소 관리자(호텔리어나 Airbnb 식 숙소의 호스트)들이 사용하는 Mobile app이다. 하지만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느냐’, ‘숙소를 성공적으로 예약했느냐’와 같이 확실한 고객 측면의 ‘성공’과는 달리, 숙소 관리자 측면의 ‘성공’은 정의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 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숙소 예약을 받는 게 최종 목적이겠지만, ‘내 제품(Tool)’이 정말 좋아서 더 많은 예약을 받았다고 쉽게 판단하긴 힘들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결국 ‘예약 성공률’, ‘주문 성공률’ 등의 주요 지표를 사용하기 힘들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그 문제에 따라 다른 지표를 사용해서 성공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매번 팀원들과 고민해서 지표를 뽑아내기도 힘들고, ‘이 지표가 좋아진다는 게 정말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건지‘(내가 맞는 측정지표를 찾아낸 건지) 등 확실하지 않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내 개인적인 상황이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지만 어려운 것인 지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어떤 제품을 만들던, 문제를 해결하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우선 정의하고, 측정지표까지 확실히 설정하고 (팀원들도 이해하고 동의해야 한다) 일을 시작해야, 나중에 내 솔루션(결과물)이 무언가 개선했는지 혹은 문제를 해결했는지 알기가 쉽고, 이는 팀의 생산성 뿐 아니라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비전과 제품(Product) 리더쉽

* 2018년 2월에 Brunch에 쓴 글입니다. 

 

우리는 업무와 일상 중에 “비전(Vision)”이란 말 참 많이 쓴다. Product management에서도 이 비전이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어찌보면 ‘성과를 내는 팀(high performing team)’을 빌딩하고, 이 팀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벌써 네덜란드로 이주해 숙소예약업체인 B사에서 Product owner(이하 PO)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실제로 내 팀을 꾸리고 무언가 만들어나기기 시작한 것은 4분기(10~12월)부터니까 진짜 PO로 일한 것은 4개월 남짓 된 셈이다. 지난 해 말에 4분기 회고(Retrospective meeting ;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팀이 잘한 점,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내는 팀이 될 수 있을 지 논의하는 미팅)를 했을 때 팀원들이 언급한 부분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비전’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전을 명확하지 않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방향이 헷갈린다는 점이었다. 팀의 PO 입장에서 부끄러웠다. 사실 회고 전에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특정 상황에서 내가 팀을 잘못 리드하여 시간을 좀 허비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늘도 내가 못한 점, 고생한 부분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이끌고 멋진 서비스를 개발하는 PO’이고 싶었으나 다시 한 번 ‘좌충우돌하는 외노자 3년차 PO’ 버전으로 ‘비전’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고자 한다.

* 이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비전(vision), 방향, 목표(objective) 등을 섞어서 썼으나, 엄밀히 말하면 비전/미션/목표 등은 조금씩 다른 개념이고, 회사마다 정의가 다른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굳이 정확히 나눠서 얘기하진 않겠다.


비전, 의사결정의 중요 요인

솔직히 4분기 동안 ‘비즈니스 지표’ 입장에선 못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신생팀이지만 굉장히 좋은 성적을 냈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는 쉬운 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우리 팀은 우리 조직(팀의 상위부서) 10개 제품팀 중 유일한 모바일 앱 개발팀이다. 우리 팀의 첫 시작이었던 4분기에는 기존에 PC Web에서 성공적이었던 기능들을 모바일 앱으로도 제공을 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이 예측가능한 기능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팀의 목표(Objective)에는 이 비즈니스 지표 외에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목표도 있었다. 비전의 부재는 이 두번째 목표 달성을 위한 기능을 기획, 디자인, 구현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

미지의 영역인 만큼 처음에는 사용자(우리 팀의 경우는 호텔리어나 숙소 소유주가 end user이다)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기능들을 요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러 목소리를 듣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우선순위화(prioritize)하고 첫번째 기능에 대한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조직의 주요 목표는 우리 회사 웹사이트 상에 ‘예약 가능한 방/호텔’을 늘리는 게 목표인데, 우리 팀은 ‘방이 더 잘 팔리게(방이 booking되는 것)’ 웹 사이트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둘 다 우리 사용자의 비즈니스가 잘 되도록 돕는 것은 맞았으나, 우리 조직의 주요 목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능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PO인 나는 조직의 요구사항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목표 지표가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개발 사양도 확정하지 못한 채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결국 조직의 목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났고, 이 방향대로 구현을 완료하여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으나,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였다.

테스트의 성공 여부를 떠나, 지난 4분기 말을 되돌아보면, 이 테스트 하나 때문에 팀이 좀 힘든 시기를 겪었다. 서두에서 얘기했지만, 회고 미팅 시 ‘비전’에 대해 얘기가 나온 것이 이 테스트 때문이었다.

그럼 왜 ‘비전’이 언급되었을까? 그건 바로 우리가 의사결정의 갈피를 잡기 힘들었던 이유가, 우리 팀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모든 팀원들의 이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비전은 쉽게 말하면 북극성(North star)과 같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가야 할/달성해야 할 목표점이다. 제품(Product)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향해 팀을 리드해야 할 책임이 어느 정도 PO에게 있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팀을 잘못 리드한 것도 그렇고, 팀원들의 팀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이유도 어찌보면 나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자면 많이 댈 수 있다. 해외로 이직 후 맞이한 첫 분기이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와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가 얕을 수 있고, 호텔 비즈니스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히 따라잡진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핑계를 떠나 모자람을 인정하고 다음 분기(2018년 1분기)를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분기가 다가왔다.


제품의 가치, 가야할 방향

벌써 18년 1분기가 반 정도 지나간 상황이다. 솔직히 아직 성과는 없었다. 비전 때문은 아니고 1월에 많은 회사 행사(회사 전체 annual event, 해커톤 등)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말부터 모든 팀원들이 함께 팀의 비전을 설정했고, 그 이후로도 팀원들에게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계속 언급을 했다. 그 덕분인지 팀원들의 팀 목표에 대한 이해도는 좀 더 높아진 것 같다. 1월 말에 팀원들에게 ‘우리 팀 목표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 목표가 너를 가슴 뛰게 하는지’, ‘우리 목표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지’ 3가지 질문으로 비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이 생각보단 괜찮았다.

이와 별개로 1분기에 개발/런칭하고자 하는 주요 기능들에 대해 팀원들과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있다. 몇 가지를 잠시 언급해보고자 한다.

1. 모든 팀원들이 팀의 방향에 완전히 align 하기 전에는,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시 ‘다른 목표’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하자.

팀이 어느 정도 제 궤도에 올랐다 생각을 하고 팀의 미래(라고 해봤자 몇주/달 앞) 먹거리를 찾기 위해 잠시 조금 다른 쪽을 살펴보고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이게 바로 다음에 Focus해야 할 것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진행을 멈췄다. 자칫하면 다시 한 번 팀원들이 팀의 주요 목표/방향에 대해 헷갈려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을 맛본 후에 다른 목표에 대해 언급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회사/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2. 명문화하지만 말고 비전을 시각화(Visualize)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몇 줄의 문장으로 비전을 명문화 할 수도 있지만, 대충이지만 미래 제품의 모습을 스케치하여 팀과 소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스케치의 방향대로 갈 지 안 갈지도 정해지진 않은 것이지만, 우리 제품의 가치를 드러내고 미래에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미지화하는 것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호텔리어들은 무지 바쁘다. 우리 제품은 모바일 앱 기반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상황을 실시간으로/간결하게 알려주고 수행해야 할 일을 제안하자. 클릭 한 번으로 Yes/No 선택하여 본인들의 호텔을 쉽게 관리하게 하자.”라는 내용을 모바일 화면으로 스케치하여 소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제품의 기능 신규 기획이나 개선을 할 때, 팀원들과 근원적인 부분(Why?)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면서, 이에 대한 답이 비전과 같은 방향임을 확인하자.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걸 “왜 해야 하고”,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지 고민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계속 “왜”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이에 대한 답이 제품의 비전과 같은 방향인지 확인을 해야 ‘팀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4. 제품 로드맵 설정 및 의사결정 시 항상 다시 ‘비전’을 되짚어보자. 이와 같은 방향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우선순위가 낮아야 한다. (위의 Why?와 어느 정도 연관된 부분)

‘비전’은 연초, 분기초에만 언급하는 게 아니다. 팀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수시로 되돌아가서 짚어봐야 하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능이라 할지라도 팀의 비전과 방향이 맞지 않는다면 우선순위를 낮춘 후 다음에 다시 고려하거나, 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다른 팀을 찾는 게 좋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기 전에 비전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Publy라는 서비스를 눈여겨 봐왔다. 워낙 글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질 좋은 컨텐츠처럼 보이는(안 읽어봤으니 평가하기 힘든 상태) Publy의 글을 읽어보려 했으나, ‘개별 구매’가 불가능했던 점 때문에 결제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Facebook에서 우연히 Publy의 이승국PO가 태그된 글을 봤고,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아래의 인용글은 내가 “왜 컨텐츠 개별구매는 안되고 월 subsciption 비즈니스 모델만 운영하나요? 저는 읽고 싶은 것만 돈내고 읽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승국PO의 답변이다. (사실 이 분은 Chief Product Officer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질 당시에는 이를 모르는 상태였다)

서인용님 안녕하세요.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subscription만 운영하는 이유는 비전/미션과 연결된 부분도 있습니다.
개별 콘텐츠를 유료로 팔게 되면 소비가 아무래도 자신의 관심사 위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르거나,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ubscription으로 구매를 하게되면 처음에는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남은 기간 다른 콘텐츠를 보는데 있어 훨씬 자유로워지고 이런 시도에서 자신이 몰랐던 콘텐츠에서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이런 콘텐츠 소비 패턴을 갖추어서 좀 더 다양한 분야에 깊이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고객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PUBLY에 어떤 관심사가 있어서 그 콘텐츠를 보러 들어오는게 아니라 PUBLY가 추천해주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들어와서 본다는 것입니다.

사실 몇몇 콘텐츠가 개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개별 구매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지만, 우선 멤버십을 활용해서 봐달라고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서 멤버십의 가치를 느끼고 좀 더 오래 유지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1달 멤버십 가격이 개별 콘텐츠 구매 가격보다 딱히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만 현재 초기 예약 판매가 개별 판매의 기능도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 실제로 멤버십 구매와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어떻게 해결을 할지 고민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넷플릭스만큼 쉽게 해지하고 쉽게 재결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의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만, 전 개인적으로 한국에 좋은 글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시대에 영문 콘텐츠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겠지만,
1) 언어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영문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는 적어도 한글 콘텐츠를 훨씬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2)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영문이든 한글이든 콘텐츠의 universal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그 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우리 문화에서 이루어지는 바, 우리 문화의 맥락을 담은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3) 지식 콘텐츠는 그 문화 안에서 소비하고, 활용하고, 논의하면서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시켜나가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아예 영미권 문화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 내부에서 좋은 콘텐츠가 계속 나오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해외카드’ 결제 지원이 안되어서 아쉽게도 유료서비스 사용을 못하고 있지만, 솔직히 위 답변을 듣고 바로 유료회원 가입을 할 작정이었다. 읽어보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그리고 자신들의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믿음(I believe that – !)을 확인할 수 있고, 실제 고객들의 피드백까지 언급하고 있다.

나는 단순히 ‘왜 컨텐츠 개별 구매가 안돼요?’라고 물어봤을 뿐인데, 이승국PO는 고맙게도 본인의 생각을 장문의 메시지로 답변해주었다. 물론 Publy도 여러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시뮬레이션도 하고 실제 테스트도 많이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많은 재무 시뮬레이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비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마침 이때가 2018년 1분기 시작하는 1월 초 시점이었기에 더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 위 대화 내용은 이승국PO님께 허락을 구하고 인용하였습니다.


제품 리더쉽(Product leadership)

한국에서 직장 생활 10.5년을 하고 네덜란드로 온 지 반년이 지났다. 한국 직장생활 중 대부분인 8년을 대기업 S사에서 보냈는데, 솔직히 ‘스마트폰을 많이 팔자’ 외에는 회사가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회사 다닐 당시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을 못한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해 보이지만, Top-down으로 주요 목표가 내려오는 한국 대기업의 특성상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못느꼈던 것 같다. 주로 ‘어떻게 실행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의 회사도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다. 사실 매출 규모로만 보면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거인들(알리바바, 텐센트)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 그러나 팀의 목표는 팀에서 정한다. 팀의 상위 조직에도 목표가 있으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로 아래의 팀을 쪼는 경우는 아직 못봤다. 스타트업도 아닌 대기업인데 회사 문화는 굉장히 자율적이다.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팀이 가야 할 큰 방향 자체는 정해져 있지만(예를 들어, 신규회원 유입이 목표인 마케팅 조직이 갑자기 고객 감동서비스를 하겠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던 회사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참 좋아보이지만 PO로서 힘든 점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으나 모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하고, 그곳에 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사용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이루려 하는 것이 뭔지,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사용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을 하고, 각종 리서치/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PO는 자신의 팀이 개발하는 제품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뎌지고, 팀원들은 열정적으로 일할 동기를 잃는다. 이것이 Product leadership이며 이는 비전에서 시작한다.

(솔직히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이 부분을 잘 못했다. 그래서 회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PO는 꼭 데이터 분석을 잘 해야 할까

 

3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창 떠오르던 이커머스 업체 C사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방대한 고객(user)/상품(C사가 판매하는 상품)/제품(우리가 개발/서비스하는 제품) 관련 데이터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비록 그 전 회사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였지만 직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다른 부서(개발팀)의 데이터에 접근을 해서 분석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고, 아마 인프라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이유보다는 1) Android라는 타사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한계, 2) 판매 물량 대부분 B2B(통신사나 도매/소매 업체)로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시장분석 및 이를 base로 한 제품 기획에 필요한 ‘고객’ 데이터가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 같다. 당시 주로 하던 데이터 분석은 모 시장조사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받은 글로벌 휴대폰 판매 raw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국가별로 가격대별 제조사별 Market share를 확인하거나, 모델별 판매량을 기반으로 자사 모델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타사 주력모델을 대비하기 위한 분석들이었다. 분석을 위한 도구는 거의 Microsoft Excel 이었다. 이미 3~6년 전 일이지만, 워낙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환경이 빨리 바뀌는 산업이기에 당시 ‘제품 경쟁력’을 고민하면서 실시간 데이터에 대해 목 말라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시장조사 데이터나 리서치들은 몇 달 지난 데이터들이었다)

 

이직 후 C사에서의 환경은 전혀 달랐다. 직접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SQL query로 데이터를 추출/가공/분석하거나, 고객 이슈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해서 대응하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다. Web base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8년 동안 제조사에서만 일하다 온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렇지만 항상 좋을 순 없는 법. 향상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또 다른 고민을 가져오기도 했다. 오늘은 이 글을 통해 아래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자 한다.

 

  1. 업무 환경에서 향상된 데이터의 접근성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 부정적인 부분
  2. Product owner가 데이터 분석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까?
  3. 데이터 과학이란 또 다른 세계에 대해

 


무한한 데이터.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무작정 좋을 뿐인가?

 

더 많은 고객 프로필/행동 데이터를 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내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진 것은 분명했다. 무한한 가능성인 것 같았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데이터 까보는 것도 잠깐일 뿐, 너무 많은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보니, 이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향상된 데이터 접근성이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겠다. 기술적/사업적인 기준보다는 Product owner인 내 개인적인 기준이다.

 

긍정적인 결과
  1. 고객의 데이터(개인정보 말고 행동 패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사용자들이 내가 기획/개발한 제품을 내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제품을 지속 개선할 수 있다. 이직 후 내가 가장 만족해했던 부분이다.
  2. 뻔한 얘기지만, 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미래 트렌드를 prediction 할 수 있다(고 믿는다)
  3. 위 1번의 연장선일 수 있지만, 내가 기여한 제품의 performance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은 나중에 인사 ‘평가’ 프로세스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우리 부장님 잘 모셔서’ 고과 잘 받는 모습은 피할 수 있고, (다른 팀/팀원들도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해 조금은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영향
  1.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것은 좋으나, 간혹가다 데이터를 핑계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생긴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 ‘이 부분 더 데이터를 파보자’라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도 안 해본 것 아니다. 하지만 impact가 클 데이터 분석이 아닐 경우, 일단 결정을 하고 테스트를 빨리 해서 결과를 빨리 확인해보는 게 나을 수 있다.
  2. 데이터 분석을 하다보면 궁금증에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위 1번과 비슷한 얘기일수도 있으나, 만약 제품이나 팀의 direction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touch하려다 보면 ‘디테일에서 길을 잃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큰 트렌드를 통해 방향을 잡고, 세부적인 내용은 개발팀과 함께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면 되는데, ‘데이터 분석을 위한 분석’이 되어 버리게 되면 본래의 의도(전략 방향 설정을 위한 트렌드 분석)가 distort된다. 이 역시 내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다. (쓰다보니 자괴감이….)
  3. 고객님들이 사용하는 제품/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 일이 5시에 안 끝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것은 회사 업무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고객 이슈가 급히 생길 경우 밤에 노트북 열어서 데이터 확인해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것은 사실 부정적인 부분이라기 보단 비즈니스 성격과 팀/Role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집에까지 와서 일하던 내 모습을 내 아내는 싫어했다.
다른 글에서 다뤘다시피 PO(Product Owner)는 Web 기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IT 업체에 있는 Role이다. 이에 PO와 데이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에 PO가 데이터를 파보는 것은 어찌보면 문제점 파악 및 의사결정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너무 데이터에 몰입하다보면 정작 PO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을 간과하거나 더 나아가 나무에 빠져 숲을 못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Product owner(혹은 Product manager)는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잘 하면 잘 할수록 좋다”. 본인의 Product을 전담할 데이터 분석 담당자가 없는 경우(대부분이 그럴 것 같다), 외부 분석 담당팀이나 개발팀 내 Back-end 개발자(서버 개발자)에게 데이터 분석 요청을 해야 하는데, 상대방 업무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정확히 내 입맛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PO가 직접 DB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추출/분석/시각화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생산적일 것이고, 덤으로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Product)의 내부 데이터 구조도 파악할 수 있다.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다루는데 쓰는 시간은 잘 관리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PO로서의 업무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 PO는 사용자의 요구사항/문제점을 파악하여, 제품/팀의 방향을 정하고, 개발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Main role이다. 데이터 분석은 이 과정에서 고객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거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개발팀이 개발한 제품/기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PO가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하려고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절대 ‘데이터’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분석”은 지양해야 하겠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아 C사 입사 후 SQL query를 배워 상용 데이터에 종종 접근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하곤 했다. (실제 Raw data는 아니었고, 분석을 위해 Raw data를 복사해놓은 분석용 DB 데이터였다.) DB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후 필요한 경우 Microsoft Excel의 일부 유용한 함수(vlookup, countif  등)/피벗 테이블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여 분석에 활용하곤 했다. 개인용으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 가공’에서 끝내기도 했지만, 공유나 보고용으로 데이터를 가공한 경우에는 Excel 내장 그래프/차트 기능으로 ‘시각화’까지 신경써서 했다.
참고로, 아래 정도가 내가 데이터를 직접 추출/분석한 케이스(목적)였다. 솔직히 좀 더 복잡한 지표를 분석(장문의 query를 작성)하거나, Tableau 등의 전문화된 시각화툴을 사용하여 Dashboard를 만드는 케이스 등은 직접 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석 담당자(C사에서는 Business Analyst라 불렀다)께 요청을 하여 처리하곤 했다.

 

  1. 주요 비즈니스 지표 분석 (예, 매출 성장 추이, 결제 성공율, 고객 재방문율 등)
  2. 고객 이슈(CS) 직접 대응 (예, 고객센터 매니저가 급히 ‘고객 A가 할인쿠폰을 사용해서 결제했다고 하는데, 할인 적용이 안되었다고 한다. 실제 쿠폰이 적용 된 건지, 언제 된 건지, 얼마 결제가 된건지 확인을 해달라’라고 전화해서 부탁하는 경우)
  3. 주요 지표는 아니지만 내 제품을 고객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때 (예, ‘새로운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실제 쿠폰을 다운받은 고객은 몇 명이고, 아무것도 안하고 바로 나가버린 고객은 몇 명인지 등을 확인하고 싶을 때’ 등)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 호텔 관련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B사로 이직 후에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과 협업을 할 일이 많아졌다. 당연히 C사에도  있는 Role이나, 나는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했었다. 이에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나는 그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그들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이에 이 글 마지막에서는 ‘PO와 데이터 과학’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PO/PM은 데이터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데이터 분석의 경우와 같은 의견이다. 당연히 알면 좋고, 많이 알면 더 좋다. 하지만 이 역시 필수는 아니다.

 

모든 웹 기반 서비스들은 결국 데이터 기반이고, 이 안에서 가설을 세워 ‘가치’를 찾고 ‘검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이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가설이든, 이 ‘가설’을 기반으로 실험(experiment)를 하고 이의 결과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이때 A/B 테스트와 같이 일부 트래픽만 실험에 참여한 경우, 이 실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예, 전체의 10%만 신규 기능을 사용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100%가 사용했을 때도 똑같이 결과가 좋으란 법은 없다)

 

이렇게 대규모 데이터로 ‘실험’을 하거나, 실험의 기반이 되는 Insight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뒤지는 경우 데이터 과학자와 일하게 될 경우가 많다. 데이터 과학자의 정확한 Role은 이 채용 공고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짧게 얘기하자면 기존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서 미래를 예측(prediction)하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주거나, 상품을 추천해주기 위한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도 아직 이 데이터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이다. 대신 PO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흔히 ‘도메인 지식’이라 얘기하는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가 토대가 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각도에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여름 휴가시즌에 호텔들은 방 가격(A)을 매일 어떻게 결정할까”와 같은 질문이 있다면, 단순히 ‘휴양객이 많은 8월 초(B : 수요)에 가격이 가장 높을 것이다’를 넘어서 당시 호텔들의 객실이 얼마나 차 있는지(C : 객실 예약율), 그 호텔들의 작년 휴가시즌 가격은 어땠는지(D : 작년가격) 등 여러가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생각해놓고, 이 값(B, C, D)들의 변화에 따라 A(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때 이 B, C, D를 뽑아낼 수 있는 게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분석의 목적에 따라 ‘여름 휴가’를 8월로만 한정할 것인지, 7-8월 2달간 데이터를 볼 것인지, 유럽만 볼 것인지, 4성급 이상 호텔만 확인할 것인지 등 여러가지 상세한 조건들을 결정하여 분석에 적용을 해야 한다. 이를 결정하기 위한 기반도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PO는 본연의 Role을 잊지 말고 데이터 분석/예측도 결국 문제 분석과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과정 혹은 Tool로 생각해야 한다. PO가 슈퍼맨이 될 수는 있지만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본인의 제품과, 이 제품의 시장/산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좋은 질문에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데이터 분석가/과학자가 옆에 있다면 그 PO의 제품과 팀은 좀 더 밝고 깨끗한 안경을 끼고 고객과 시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란 얘기는 이제 많이 들어봤을텐데, 데이터 과학은 이들을 아우르는 범주이다. 실무에서는 일부 product을 제외하고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추천, 검색, 랭킹 등 product을 담당하지 않아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3년 전 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e-commerce 업체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이직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Product owner가 뭐하는 거야?’ 라는 질문이었고(이에 대한 내 의견은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직 후에 Product owner의 역할/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내가 궁금해했던 다른 하나가 Product manager랑 Product owner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였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회사 얘기에서 빠지지 않는 게 PM(Product manager) 이기 때문이었다.

Product manager와 Product owner는 다른 직무인가?

위 질문에 대해 나는 ‘아니다. 같다고 보면 된다’ 라고 대답한다. 내 생각에 Product owner(이하 PO)는 agile 개발 방법론을 따르는 일부 software 회사에서 (개발조직 내) 비즈니스 담당을 하는 role로 부르는 이름이고, Product manager(이하 PM)는 IT(software based)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인 것 같다. PO나 PM이나 모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품(product)의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우선순위) 결정하여 개발팀과 함께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가는 게 Main role이다. 일례로, 아래는 글로벌 검색업체 G사(^^)의 Product manager 직무의 responsibility 조건이다.

  • Launch products.
  • Identify market opportunities and define product vision and strategy
  • Understand customer needs and gather product requirements.
  • Develop new products and enhance existing products.
  • Engage closely with the engineering team to help determine the best technical implementation methods as well as a reasonable execution schedule.

이전 글에서 쿠팡 & Booking.com의 PO 직무 내용과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같은 일을 하지만 회사에 따라 PM으로 불리기도 하고, PO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본다. 참고로, PM이나 PO들이 하는 업무를 IT 업계에서는 Product management 업무라고 한다. 이 Product management 업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구글 검색을 해도 좋고, 아래 몇 가지 도서/사이트를 참고해보면 될 것 같다.

  • 도서 Inspired(링크) : PM이 무엇인지, 어떤 게 좋은 PM인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설정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책으로 생각한다. 번역본 ‘인스파이어드’도 있다.
  • Silicon Valley Product Group(링크) : 웹사이트로, 좋은 PM, 나쁜 PM 등 Product management 관련하여 괜찮은 문서들이 다수 있다. 위 도서 Inspired의 저자가 만든 그룹.
  • Ken Norton 블로그(링크) : 유명 Product manager Ken Norton의 블로그로 PM 관련한 유용한 조언/팁들이 많다.
  • 그 외에도 많지만, 도서/웹사이트 소개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에 여기서 그만.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연락해주세요.

 


Software 업계 외 Product manager

위에서 얘기한 PO와 PM의 역할은 모두 IT 업계, 특히 software 기반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업체에 한한 내용이다. ‘Product’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 전혀 다른 업무를 managing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상품화’하여 판매한다고 해서 보험 상품을 관리하는 사람을 Product manager라고 하진 않는 것 같지만(그렇다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Software package를 개발/판매하는 회사나, 제조업체에서는 판매하는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마케팅 까지 총괄하는 담당자를 Product manager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첫 직장에서도 ‘Product manager’라는 직무가 있었다. 한국의 본사에는 Global Product Management 팀이 있었고, 이 팀의 주요 역할은 사양(H/W, S/W specification)이 확정된 제품의 개발, 생산, 마케팅 일정을 관리하고, 해당 제품의 Global distribution/pricing(손익)을 결정하고, 영업을 지원하고, 수익성 및 회사 전략을 기반으로 제품의 단종(생산/판매 중단)까지 책임지는 업무(product life cycle management)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 워낙 큰 회사기 때문에, 고객 리서치 및 시장상황을 토대로 신제품의 사양을 기획/결정하는 업무는 다른 부서가 맡았다)

또한 해외 판매 법인/지사에도 Product manager라는 직무가 있었는데, 이 담당자들은 해당 지역/국가 내에서 판매중인 제품의 도입(소개)부터 마케팅 전략 및 런칭을 기획하고, 판매를 지원하는 업무를 했다. 해당 지역/국가에서 판매할 신제품의 도입 및 마케팅 계획을 담당하고, 전체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시장 상황(경쟁사 제품, 판매량)과 본사 제품 전략을 토대로 제품의 가격 및 단종을 결정하는 업무가 주요 업무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쉽게 얘기하면 사무실에서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야 한다)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팔 때 전시만 해놓고(디자인) 가격표만 붙여놓는다고(가격) 다 팔리는 게 아니잖은가? 이 제품이 고객에게 왜 좋고, 경쟁 제품보다 뭐가 좋고, 이 가격 붙일만한 가치가 어디 있는지 등의 내용/정보를 마케팅/홍보/영업팀에 전달하여 최적의 마케팅/광고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이 판매 법인의 Product manager 직무 관련해서 가장 참고할 만한 도서로는 이걸 꼽고 싶다. 마케팅 천재가 된 홍대리. 애플 한국법인의 Product manager가 된 홍대리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얘기한 두 Product manager(본사 & 해외 지사)들과 업무를 많이 했었다. 쉽지 않은 업무로 본인이 맡은 제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넘쳐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한다. 괜히 ‘전도사’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다.

제품을 런칭하기까지의 길이 얼마나 고된 지…

Program manager, Technical program manager

지금까지도 헷갈린데 또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다. Program manager. 정말 쉽게 말하면 기존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Project manager라고 불렀던 직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쿠팡에 Technical Program manager라는 직무가 있고, 미국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도 Technical Program manager라는 직무가 있다.

이 분들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려면 우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Product manager, Product owner가 담당하는 product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PO/PM들이 담당하는 Product의 예를 들자면, 결제/주문/물류/상품평 등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의 일부분이다. 각 PO/PM들은 본인들이 담당하는 Product들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다른 Product와 연관되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경험이고, 고객 경험의 흐름에 따라 Product들이 자연스럽게 연관이 된다.

예를 들자면, 고객이 쿠팡 웹사이트에 들어가서(Home), 상품을 검색(Search)하고, 상품리스트(Product list)에서 상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고(Cart), 주문서(Checkout)를 통해 결제(Payment)한 후, 로켓배송을 통해 배송을 받는(물류) 과정에서 고객은 각각의 Product들(위에서 괄호에 있는 내용)을 거쳐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Product들은 직간접적으로 서로 Data를 주고받으며 고객이 주문을 마치고 무사히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

Program manager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개발 과정에서 (연관되는) 여러 Product들의 상황을 파악하여 문제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Technical Program manager는 말 그대로, 깊은 지식/경험을 기반으로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까지도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아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본인이 해결한다기 보단, 여러 개발팀을 이끌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사실 Technical Program manager(이하 TPM)들과 같이 일해 본 적은 있으나, 당시는 해당 직무가 소개된 지 얼마되지 않아 과도기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위에 설명한 TPM에 대한 소개가 좀 틀렸을 수도 있으나, 1년여의 간접 경험을 통한 내용이기에 완전히 다른 방향은 아닐 것 같다. TPM이 좀 더 궁금한 사람은 구글에서 Amazon Technical program manager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Amazon TPM의 responsibility 검색해 본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 가지를 아래에 붙여넣어 본다. 문제점 해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주 내용이다.

  • Working closely with service owners(다른 Product owner) and partner teams(다른 개발조직) to understand roadmaps and drive overall new feature introductions.
  • Anticipating bottlenecks, managing risk and escalations, and balancing the business needs versus technical constraints.
  • Communicating with influence with technology owners, customers, and upper management.

Product owner는 뭐하는 사람이니?

3년 전 모 e-commerce 업체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이직을 했을 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Product owner(이하 PO)라는 직무를 이렇게 생각했다.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product)들 중 특정 제품군을 담당하는 관리자.

아마  e-commerce 사업을 하는 회사라서 위와 같이 유추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PO의 Product을 ‘판매하는 제품(군)’으로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도 회사 인사팀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진 Product owner가 뭔지도 몰랐고, 입사 후에도 한동안은 헤맸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e-commerce 회사에서 판매 제품군을 관리하고 판매업체(seller)와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는 직군을 MD라고 주로 한다. 아마 Merchandiser의 약자 일 것이다)

 

그래서 Product owner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Product owner은 보통 자체 개발한 software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IT 업체 특히 애자일 개발 방식을 따르는 회사에 있는 직무로, PO의 Product은 보통 software 중 일부 기능/모듈/서비스를 뜻한다. 예를 들어, 주문(order), 결제(payment), 검색(search), 판매자 사이트(seller office) 등은 각기 다른 product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이 product들을 담당하는 product owner들이 있는 것이다.

그럼 product owner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특정 product을 개발하여 서비스하기 위해선 개발자, 디자이너 외에 product owner와 같은 비즈니스 담당자가 필요하다. 뛰어난 기술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이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 않는가. Product owner는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래서 결국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방향타 같은 role이라 보면 된다. (물론 PO의 능력과 관심사에 따라 시선은 달라진다)

우선 일부 회사 채용 공고의 Product owner의 역할/책임을 보자. 아래는 쿠팡 e-commerce 조직의 PO 채용 공고이다.

Responsibilities: 

  • Design and launch innovative products and services
  • Own the product roadmap to improve KPIs related with your domain
  • Define and drive key initiatives in areas
  • Build a best-in-class customer shopping experience for mobile app and website
  • Analyze customer feedback and data, perform usability tests, and run A/B tests
  • Improve productivity and quality of our major operational processes
  • Find and remove bottlenecks that create pain points for customers

그리고 Booking.com 의 Product owner 채용 공고도 함께 살펴보자.

Responsibility :

  • Help identifying customers’ behaviors and needs through research and analysis.
  • Take full ownership of the product, the prioritization of new features and enhancements to existing features in line with the strategy set by Booking.com B.V.
  • Empower and collaborate with your team to unlock their full potential.
  • Analyze, understand and share learnings from experimentation to build a strong knowledge base of the product.
  • Thrive to achieve optimal implementation of changes made to the product.

PO는 회사의 조직, 상황 그리고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일들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꼽아 보자면 아래와 같다. (내 의견이다)

  1.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identify customer behaviors/needs)
  2. 제품이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product roadmap, vision), 제품을 개발하는 팀이 가장 효과가 크고 중요한 업무부터 수행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 결정을 한다(prioritization).
  3. 고객이 런칭한 기능/서비스를 우리가 원했던 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을 하고, 분석을 통해 배운 것을 다시 제품에 반영한다. (design > implementation/release > data analysis > learning > iteration of the process)

사실 나도 Product owner로 일하면서 처음 1년 동안은 닥치는대로 일했었다.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운영 업무, 타 팀 컨택 및 협의 등 어찌보면 귀찮을 수 있는 업무들을 ‘내가 할게요’ 라고 하면서 처리했었다. 그러면서 내 업무량도 늘고, 야근도 늘어갔다. 허나 product management 관련된 도서와 문서를 찾아보면서 어느 순간 이런 깨달음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아, 내가 개발자/디자이너를 돕는다고 내 본업(위 1, 2, 3번)에 focus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내가 이걸 제대로 못하면 배(team)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고, 이는 오히려 우리 팀 개발자/디자이너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입사 후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던 것 같다. PO는 제품/팀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함에도 나는 정작 ‘내 업무’의 우선순위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깨달음의 순간 이후부터는 바쁠 때일수록 되도록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려고 노력을 했었다. ‘내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그럼 Product owner는 ‘관리자’ 인건가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Product owner나 product manager 모두 Role 자체는 관리자의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개발자나 제품팀의 다른 실무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PO는 사람을 관리(people management)하지 않고 제품을 관리(product management)한다. 제품을 관리한다는 뜻은, 위의 ‘product owner는 뭐하는 사람이에요?’에 있는 3가지 주요 역할 그대로다.

위를 다시 해석해보면 ‘관리자(boss, manager)가 아니면서 개발자들에게 영향(influence)을 끼쳐 팀을 리드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 이거 해’가 아니고 ‘우리 이런 상황이니,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런 걸 하자. 그러면 이러이러한 게 좋아질 것이다’와 같이 개발자들을 설득해서 움직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많은 PO들이 울고 웃을 것 같다. 각 개발자들의 성향에 따라 개발팀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고, 나랑 생각이 다를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런 개발자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각 팀이 work on하고 있는 제품의 vision을 보여줘야 하고, 감이 아닌 데이터(DB의 데이터든, 리서치 결과든)로 얘기해야 하며, 팀이 개발하여 릴리즈한 기능들이 비즈니스에 어떠한 임팩트를 끼쳤는지도 주기적으로 공유하면서 동기부여도 해야 한다. ‘동기부여’는 PO의 main role은 아닐지 몰라도, 내가 맡고 있는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발자들도 같은 미래를 보고 같이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PO는 제품 팀의 ‘관리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필수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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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PO는 No No.

 

그런데 Product manager는 뭐에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다만, 본 Posting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볼까 한다. (이 글 참고 –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내가 경험했던 위주로 Product manager가 뭔지, product owner와는 뭐가 다른지, program manager라는 건 또 뭔지 등에 대해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