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나라, 네덜란드에서 살아가기

본 글은 제가 처음으로 돈을 받고 기고해 본 글입니다. 독립잡지 ‘나이이즘’이라는 잡지의 2호(2019년 봄 발행)지에 실린 글입니다. 잡지 발행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제 블로그에 원문을 올려봅니다. 올해 초에 이미 제 블로그에 써놓은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이긴 합니다.

인생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다

“해외에서 일하고 살아보는 것”.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항상 있던 바람이었다. 1980년대 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의 미국 MBA 수학으로 2년간 미국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 입장에선 늦은 나이에 간 유학이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지만, 나는 워낙 어렸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해선 밝은 기억만 있다. 위의 바람이 버킷리스트에 항상 있었던 이유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한 후 아이를 출산했다. 대기업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10여년 간 일하면서, 한국에서 일과 삶(특히 아이가 있을 때)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그 와중에 미세먼지가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가까운 가족 중 두 분이 폐질환으로 삶을 마감한 가족력이 있기에, 미세먼지 이슈는 나에겐 ‘생존’의 문제였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는 나름 성과도 잘 내고 있었고, 더 잘 하고 더 많이 벌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이 성치 않고, 가족과의 시간 — 특히 아이와의 시간 — 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안되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옵션으로 이민을 준비했다. 한 옵션은 내가 쌓아온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학업부터 해야 하는 옵션이었고, 다른 옵션은 당시 다니던 회사의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비자였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비자 발급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둘 다 미래가 막연한 옵션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회사로의 이직을 도전해보지 않겠냐는 메일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면접 몇 번 통과하면 공짜로 암스테르담 관광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최종면접을 위해 암스테르담행을 눈앞에 두니, 욕심이 생겼고 갑자기 절실해졌다.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최종 합격을 했다. 

외국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2017년 7월 말, 무척 더웠던 한국을 떠나 도착한 네덜란드는 생각보다 추웠다. 햇빛보다는 비와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아이는 오자마자 고열로 며칠 동안 고생했다. 신고식을 하는 느낌이었다.

2주간의 서류 처리 및 적응기간을 거치고 8월에 입사를 했다. 수십개국에서 온 동료들과 영어로 일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솔직히 첫 6개월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영어로 종종 업무를 하곤 했지만, 하루 종일 영어로 일하는 환경은 처음이었다. 또한, 직설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다. 오해를 많이 했다. 1:1 미팅 중에 나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그들의 어법이 문화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한국 내에서 이직만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는데, 나는 이직과 함께 이민을 한 경우이다. 모든 고등교육과 직장생활을 한국에서 하다가 유럽으로 바로 넘어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업무 및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날씨 또한 예상외의 복병이었다. 부슬비가 계속 오고, 바람이 세며, 오후 4시부터 어두워진다. 이런 날씨가 4~5개월 동안 이어진다. 날씨 때문에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반면 내가 네덜란드에 바랐던 점들은 확실히 보장받았다. 우선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개인/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답게 업무시간은 유연했다. 야근은 1년 반 동안 해본 적이 없고, 퇴근 후 업무 때문에 연락받은 적도 없다. 또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세계 1위인만큼, 내 아이도 나중에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희망을 가졌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

이제 이직 후 1년 반 정도가 지나고 두번째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솔직히 이직 초기에는 업무 적응을 위해 가끔 밤에 업무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집에서까지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업무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 나한테 그 정도까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상사도 나를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압박하지 않는다. 아이의 방학이나 휴학 등 가족 일이 있을 경우는 눈치보지 않고 가족 일을 우선 챙길 수 있고, 내 업무의 양과 속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한다. 바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이다. ‘유리천장’이 있다는 것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고위 관리자 및 임원급 자리는 네덜란드인(특히 백인)의 비중이 높다. 다른 로컬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고, 벌써부터 이른 걱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만약 다른 나라로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면, 아직 30대인 지금 가야 하는 것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좀 더 행복하기 위해 이민을 왔고, 환경도 나름 괜찮은데,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어쩌면 내가 아직도 열심히, 경쟁적으로 일하는 한국인의 피가 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 중에도 밤낮없이 일해서 성공과 부를 성취하려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일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고소득일수록 세율이 엄청나게 높고(2018년 기준 연 소득 68,507 유로, 한화로 대략 8,700만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율 51.75%[링크]), 저소득 계층에 대한 교육 및 주거 등의 지원이 좋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좀 더 이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등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나이가 들고 있을 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 같은 고민

얼마 전에 KSAN(네덜란드 한국 학생회) 주최로 네덜란드에 있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IT 업계의 업무 문화와 환경, 내가 하는 일, 그리고 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지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술보다는 ‘진로’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나를 포함한 4명의 연사가 돌아가면서 본인들 분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마지막에 4명의 패널이 앞에 나와 질문/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2시간 정도로 짧은 행사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길었고, 특히나 학생들의 질문들이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많아서 시간이 꽤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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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행사 홍보 문구(많이 과장 되어 있다)
델프트 공대에서 열린 행사 모습(YTN 취재 기사 중)

생각보다 간절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친구들을 보고, ‘사회’에 대한 동경과 함께 두려움이 가득했던 12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해외에는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는 ‘공채’도 없고, 아시아인으로서 minority이기 때문에, 더 진로 고민이 ‘구체화’ 될 수 밖에 없다. ‘회사’만 들어가면 되는 게 아니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미리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남학생의 경우는 ‘군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에,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해외로 나와 학업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을 수록, 네덜란드라는 나라(혹은 해외)에서 일하고 살고 싶은 생각이 강할수록, 진로에 대한 고민은 더 간절해 질 수 밖에 없다.

질문을 나에게 돌려봤다. 나는 왜 여기 나와 있을까? 한국에서 나름 직장생활 잘 하고 있었고, 거쳐온 회사들에서 능력/성과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계속 달고 살았다. 직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선 내 시간을 헌신해야 하는 문화. 허나 회사를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했던 아버지 세대와 같이 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삼성전자라는 껍데기를 벗으면 내 가치는 얼마 짜리일까?’와 같은 고민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에 있는 회사로 취업을 성공하여 이직과 함께 이민을 하게 되었다. 네덜란드라는 곳의 흔히 말하는 워라벨(Work life balance)는 확실히 보장되고, 미세먼지도 거의 없었다. ‘아이가 행복한 나라 세계 1위’.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부러워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

하지만 이민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내 고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얼마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슴에 품고 있다. 내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긴 하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내 한 몸(이젠 내 한 가족) 챙길 사람은 나 뿐이다’ 마음가짐으로 18년을 살아왔다. 독기까진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고, 직장문화가 인간적인 네덜란드에 와서도 나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계속되는 긴장감은 젊을 때는 자기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내 진로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일찍 지쳐버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왜 그럴까? 나는 왜 계속 긴장을 놓지 않고 있을까?

첫번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유전적으로 폐가 안 좋을 가능성이 높은데,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내가, 그리고 내 (유전자를 받은) 아들이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는 정말로 ‘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심리적인 배수진을 치고 있다.

두번째 이유 — 아마도 가장 큰 이유 — 는 아마도 나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계속 minority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굉장히 international한 회사다. 실무자급(나는 Tech 부서에 있다)에서는 어림잡아 20~30% 정도만이 네덜란드인 정도로 보인다. 허나 Director급(부장, 이사 급) 이상을 보면 네덜란드인 비중이 상당히 높다. 훨씬 더 로컬한 회사인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지 않을까 한다. 어떻게 보면 외지인으로서 ‘유리천장’을 좀 일찍 확인한 것 같다.  사실 아직 승진 프로세스를 진행해 본 적도 없고, 평가가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이직 후 1년 반 동안 내 생각보다 업무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 자신감이 좀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서의 생활이 재미있긴 힘들다. 나는 여지껏 거쳐온 두 직장에서, 일이 힘들 때는 많았어도, 항상 ‘재미있었다’. 재미가 없으면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요즘 벌써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다행히도 유럽에 있는 네덜란드에서 ‘해고’는 쉽지 않다. 그러나 출근하는 게 즐겁지 않으면 삶이 즐겁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본다. 아무리 야근이 없는 네덜란드라고 하지만, 하루 24시간 중 1/3은 회사에 있다. 이 시간이 즐거워야 삶이 즐거워 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무실에서의 시간이 즐거워질까? 사실 아직까지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야지!’ 외에는 답을 찾진 못했다. 이 답도 지속가능한 답은 아닌 것 같다. 20년 동안 계속 성과를 잘 내긴 쉽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결국은 ‘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에 있는 직장인들도 많이들 이 생각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에 있으나, 네덜란드에 있으나, 살아남는 것에 대한 고민은 똑같고, 그 최종 종착점도 비슷해 보인다. 다만 내가 가진 장점/단점이 환경(국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함께 달라진다. 정답은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환경(이민 환경)을 파악하고, 이 환경에서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후에, 나름의 해결책을 도출한 후 기회를 찾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수천 km를 날아와서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다. 그런데 내 고민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삶의 ‘재미’라고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해외취업을 했는가?

네덜란드에 있는 Booking.com에서 Product manager로 일하게 된 지 이제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2017년 봄, 이민/이직을 결정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동안, 그리고 여기 와서 일하는 동안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취업하셨어요?”였다. 나는 한국에서 공부했고, 한국에서만 일했고, 취업 당시 한국에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많은 분들도 같은 상황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뒤돌아보니까 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고 일하는 얘기만 했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은 절대 “이렇게 하면 해외취업 할 수 있다”가 아니다. 단 1회 뿐인 해외 이직 경험을 가지고 일반화된 글을 쓰고 싶진 않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이 글의 목적은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함에 있다. 이 글을 해외취업을 위한 왕도보다는, 한 사람(글쓴이)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했는지를 참고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준비가 막연한 사람을 위한 팁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해외에서 외국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Tech 업계에 있다. 이 점도 참고해서 읽었으면 좋겠다.

긴 글 읽을 시간 없는 분을 위해 본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 짧은 문장으로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5. 열정을 보여라 :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LinkedIn 프로필 업데이트

HR / 헤드헌터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LinkedIn에 이력서를 지속 업데이트 해놔야 하며, 당연히 영어로 적어야 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직무명으로 적어놔야 한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는 LinkedIn을 통해 네덜란드에 있는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에 Booking.com(이하 ‘회사’라고 하겠다)과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채용 담당자와 통화하기 전에 헤드헌터와 먼저 통화를 해서 양쪽(회사와 나)이 서로 궁합이 잘 맞을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내가 회사의 문화와 잘 맞을 지, 내 경력이 그쪽에서 찾는 역할과 맞을 지, 네덜란드로 이주할 용의가 있는지, 회사에서 맞춰 줄 수 있는 연봉 범위가 내 기준과 맞을 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전화통화 처음에 내가 한 질문은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하게 되었나?”였다. 이에 대한 헤드헌터의 답은 간단했다. 회사에서 찾고 있는 직무가 Senior Product Owner 였는데, 당시 내 LinkedIn 프로필에 등록된 쿠팡에서의 직무/직급이 Senior Product Owner였기 때문이다. 즉, 검색어와 내 직무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최근 회사에서 기존 다년간 Product owner라고 써오던 직무를 Product manager로 공식적으로 변경하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Product manager’가 좀 더 업계 standard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Product owner와 Product manager의 업무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허나 당장 Glassdoor에서 이 두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Product manager” 키워드의 검색결과가 훨씬 많다.

Glassdoor에서 미국 내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Job 검색 결과 (19년 1월 기준)

위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으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는 게 좋다’ 였다. 특히, 한국에서 해외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한국어로 쓰던 직무명을 그냥 영어로 번역하면 어색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대충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해외 취업을 위한 첫째 단계가 바로 우선 HR 혹은 헤드헌터의 ‘눈에 띄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나는 쿠팡 전에 삼성전자에 있으면서 ‘상품기획’ 업무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 상품기획(자)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알아 들을 것이다. 허나 ‘상품 기획자’를 영어로 Product planner라고 직역해서 Glassdoor에서 검색해보면 극소수의 검색 결과만 나온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상품 기획’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래 참고)

그럼 어떻게 하면 업계 표준에 가까운 직무명을 찾아볼 수 있을까? 바로 LinkedIn을 활용하면 된다. 나와 같은 업계의 회사명으로 검색해서, 비슷해 보이는 직무를 가진 사람을 찾아보고, 그 사람의 프로필을 읽어봐서 내가 하는 일이랑 비슷하면 우선 1차 기준 통과다. 그 다음 단계로는 그 사람의 직무명(예, Product manager)으로 다시 한 번 LinkedIn 검색을 해서 여러 사람을 찾아보고, 검색 결과가 많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업무가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면 그 직무명을 내 프로필에 당당히 올리면 된다. (직무명 말고도 업무 상세내용도 다른 사람들 것을 참고해서 쓰면 훨씬 수월하다. 물론, 그냥 copy하면 안된다.)

또 하나, 내가 회사에서 ‘과장’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Manager’라고 올리진 말자. 한국에서는 ‘과장’, ‘차장’ 등의 직급이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내가 한 일, 내가 맡은 책임의 크기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anager 외에 내 직무도 꼭 함께 적어야 한다. LinkedIn 잠시만 돌아다녀도 좋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nkedIn 프로필을 한국어로 적는 경우도 봤는데, 한국 내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당연히 영어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면접 전 철저한 사전조사는 필수 

면접 전에 해당 회사의 업무 문화, 현재 상황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Glassdoor 등을 통해 면접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 최대한 알아봐라.

현재 회사 면접 프로세스 진행 전에 Glassdoor나 Google, Youtube 등에서 ‘Booking.com interview question’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해봤다. 이직 경험이 딱 한 번 있었기 때문에, 면접이 익숙하진 않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만 10년 넘게 일하다가 해외 업체와의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프로세스/언어 적으로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서 검색을 많이 했고, 내용을 정리하고, 예상 질문 리스트도 뽑아서, 모든 예상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회사의 크기에 따라 검색 결과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경우에 놓인다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1. LinkedIn에서 해당 업체명으로 검색을 해보고, 나와 connection이 있을만한 사람(학교, 국가 등)을 찾아 연락해 본다. 실제 이전 직장인 쿠팡에 입사할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이, 당시 쿠팡에 다니던 지인(친하진 않았지만 안면은 있던 직장 동료)의 팁이었다. “케이스 면접을 봐”(컨설팅 업계에서 주로 쓰는 방식)라는 짧은 한 마디를 듣고, 케이스 면접 책을 구입해서 주말 내내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준비를 했었고, 실제 면접 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보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플러스다.

2. HR에 당당하게 회사 자료를 요구한다. 회사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살펴보고 입사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 취업이라고 아무데나 가려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HR에 해당 회사의 문화, 업무 프로세스, 추구하는 바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보통 실무자와 면접 전에 HR과 1차 면접이 있을테니, 회사의 외적인 자료는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되, 내부의 문화나 업무 방식 등에 대한 부분은 HR과의 전화 통화 시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정리/숙지

면접 전에 예상 질문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고 답변을 어떻게 할 지 최소한 키워드라도 적어놓고 숙지했다.

면접 예상질문을 최대한 많이 적어보고, 모든 질문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봤다. 그리고 반쯤 암기하듯이 숙지했다. 예상질문은 아래와 같은 경로를 통해 뽑아봤다.

1. Glassdoor 검색 (위 참고)

2. 직무명으로 검색 (예, product manager interview question)

3. 일반적으로 물어보는 면접 질문 리스트업 (왜 지원했니, 장/단점, 5년 후에 뭐하고 있을 것 같아? 등)

해외 취업의 경우, 최종 면접 전까지는 화상 혹은 전화로 면접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목소리 외의 방법(예, 바디 랭귀지, 시각적인 도움 등)으로 맥락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무조건 내 생각을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리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

질문에는 짧고 명료하게 대답해라

면접 중 질문에 대해서는 두괄식, 그리고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답변했다. 영어에 진짜 자신있지 않은 경우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영어를 못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팡에서 종종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영어 문장을 길게 끌게 되면 말이 꼬이게 되고, 말이 꼬이게 되면 내 생각도 꼬이게 되어서, 요점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질문에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 우선 내 생각을 말하고(요점),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 덕분인지 암스테르담에서 치른 최종 면접에서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었다. (피드백은 원래 따로 안주는데, 나는 면접 후 “합격하던 안하던 피드백을 달라”고 HR 담당자에게 요청했었다)

+ Structured, disciplined, yet creative.

+ Very good communication skills. Able to describe work with clarity.

+ very clear communication – to the point, understands when to explain more/less

열정을 보여라!   

회사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해갔고, 이를 당당히 알렸다.

세 차례 전화 면접을 합격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치를 최종 면접 관련 메일을 받았을 때, 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특정 Business case에 대해 내 생각과 계획을 준비해서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혼자 생각을 정리한 후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를 ‘실제 업무 상황’이라 가정하고 ‘사용자 리서치’를 우선 하고,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정리한 후,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 지 몇 가지 케이스를 준비해 갔다. 누구도 사용자 리서치를 하라고 하진 않았으나, 모든 문제와 기회는 고객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퇴근 후에 지인들을 만나 실제 Booking.com 웹사이트/앱을 사용해보라고 하고,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를 관찰하고,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사항을 가설화했다.

사실 이번 5번은 직무 등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에 실제 리서치를 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참고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자가 정말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보이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다. 보통은 플러스일 것이다. 실제 면접 중에 “내가 면접을 위해 직접 사용자들을 만나서 조사를 해봤고 이게 그 결과야”라고 내가 한 일을 언급했고,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종면접 후 받은 피드백을 보면 아래와 같은 항목을 볼 수 있다.

+User focused – conducted mini-user test to prepare for interview

 


간절함 한 스푼 넣고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쳐봐라

위에서 길게 얘기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LinkedIn 프로필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업데이트 해라

2. 면접 전 사전조사는 필수다

3.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라

4. 질문에는 간결하게 대답해라

5. 열정을 보여라. 면접관도 사람이다

그러나 위 다섯 가지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언어에 대한 자신감 문제는 크다. 주위에 보면 해외취업을 하고는 싶으나 ‘나는 영어를 못해서….’라면서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본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영어가 장벽이라면 노력을 해서 영어 실력을 끌어올린 후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취업은 실력 이전에 간절함의 문제인 것 같다. 나의 경우 간절함이 컸다. 결혼 후 아기를 낳은 상황이었기에, 미세먼지가 없고 경쟁이 덜 한 곳,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 캐나다로 가서 컬리지 졸업 후 개발자로 재취업을 하려는 계획도 추진했었고(실제 현지 실사도 가보고, 언어 시험도 보고, 학교에 지원도 했다), 미국행도 병행 추진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온 해외 취업의 기회였고, 잡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감을 가지려고 하진 않았다. “이거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면접을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꿨다. “좀 잘 되면 최종면접 가서 암스테르담 공짜로 관광하겠네?”가 합격 전까지 내 마인드였다.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현재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당연하겠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일을 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의 장벽이 크게 느껴지겠지만, Tech 업계 기준에서보면 한국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진보된 나라이고, 오히려 이곳이 더 후진적인 (개인 생각이다) 케이스도 종종 본다. 실력의 차이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감이 없다면 준비를 많이 하면 된다. 내가 했던 것처럼. 다른 고민은 일단 최종 합격을 한 후 해도 된다.

그러니, 간절함을 가지되, 기대치를 좀 낮추되(공짜 관광하러 간다고 생각해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자.

네덜란드에서 일하기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서비스 B사에서 일한지도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에서 외국으로의 바로 이직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링크 참고]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성과를 잘 낸다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의 문화, 프로세스, 사람들 그리고 내 Product에 많이 적응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3월이 지나면서 따뜻해지기 시작한 날씨도 ‘기분 좋아짐’에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각설하고, 오늘은 네덜란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짧게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나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참고로 저는 IT 업체 개발부서(Product team)에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Product owner란?]

** 세계 수십 개국에서 모인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부서 특성상 일반 네덜란드 회사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출근

팀원 6명이 약속한 오전 10시 10분 전에만 출근하면 된다. 10시 10분에 standup 미팅이라고 각자 1) 어제 한 일, 2) 오늘 할 일, 3) 이슈를 공유한다. 미팅이 많은 나는 오전 9시 경에 출근해서 standup 미팅 시 팀원들과 확인해야 할 일 등 하루의 준비를 한다. 혹은 방해없이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한다.

보통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개인 볼 일 마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퇴근 및 야근

퇴근은 5시~6시 정도에 한다. 미팅이 늦게 끝나는 경우 퇴근이 좀 늦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5시 ~ 5시 반 정도에 업무를 접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출근하기에 눈치보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5시나 그 전에도 퇴근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야근’을 해서 수당을 받으려면 미리 결재를 받고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입사 후 9개월 동안 한 번도 신청해 본 적 없다. 야근이라고 해봤자 6시 반 정도까지 일하고 늦게 퇴근하는 정도였다. 6시 즈음이 되면 다들 퇴근을 하기에 더 남아서 일하고 싶은 기분도 안 든다. (억울한 기분?)

다만, 직무 특성상 ‘나 때문에 팀이 일하기 힘든 상황’을 막기 위해 가끔은 밤에 노트북을 펴고 업무를 한다. 특히 한 주의 시작을 앞둔 일요일 밤에 잠시 노트북을 열고 일하곤 한다. 월요일에 한 주의 업무를 정리하는 미팅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1:1 미팅, 개인 시간

실리콘밸리의 업무 문화 관련한 글이나,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근무중인 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1:1 대화도 일주일 전에 시간을 잡고 캘린더에 일정 저장 후 만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도 마찬가지 일 줄 알았다. 어찌보면 개인의 권리가 더 강한 유럽 아닌가? 결과는? 어느 정도 맞긴 했지만 생각보다 빡빡하진 않았다. 처음엔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급한 일의 경우 한국식으로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답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눈치라면 “방해해서 미안해. 근데 온 김에 빨리 물어볼게”라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 답을 받거나, 최소한 주제에 대해 환기를 시켜주고 공식적인 1:1 대화 일정을 잡고 오곤 한다. 물론, 급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구글 캘린더로 일정을 미리 잡고 만난다.

이전에 쓴 글과 같이 전화로 업무를 처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링크]

실리콘밸리의 업무시간은 엄청 빡빡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 친구들도 숨 쉴 시간 없이 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럽’이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회사의 문화인 건지, 생각보다는 여유있게 일한다. 흡연자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데,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밑에 내려가 담배를 피고 온다. 다만, 한국처럼 우루루 내려가 잡담을 하면서 피거나, 여러 명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볼 일만 보고(?) 바로 올라 온다.

육아와 일

육아 휴직은 3개월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위에 출산 후 다시 복귀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Contract에 따라 다르지만 육아를 위해 근무 형태나 일시, 재택근무 비율 등을 HR과 조율하는 케이스도 봤다. 전체적으로 육아 관련해서 부모가 회사/상사 눈치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금전적으로 day care가 무료는 아니고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은 주며, 무료 공교육은 자녀가 만4살이 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맞벌이 비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라고 들었다. 내 생각이지만, 세금이 워낙 센 나라이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애들 키우면서 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회식

‘벙개’로 술을 마시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통은 며칠, 몇 주 전에 미리 날을 잡고 저녁이나 술을 마시러 간다. 모든 자리에 참석은 자유다. 팀 회식이라고 해서 꼭 갈 필요는 없다.

공식적인 팀 outing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6~7명) 회식의 경우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 먹기 전에 방 탈출(‘escape’라고 한다)이나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한국 회사의 젊은 회식 분위기와 비슷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회식은, 암스테르담 canal 을 다니는 배를 빌려서 두 시간 동안 선상에서 저녁과 술을 먹고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경우다. 배에서 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집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던 반강제적으로 즐겨야 했던 회식이었다.

가장 적응 안됐던 건 6시부터 계속 맥주만 마시고 저녁을 안 먹는 것이었다. 보통 Pub에 가서 앉거나 (대부분) 서서 맥주를 마시는데, 손님들이 많은 경우 Pub에서 튀김 안주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이 튀김 안주를 저녁 삼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9시 넘어서까지 늦게까지 마시는 경우에는 2차로 버거를 먹으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는 이전에 적은 글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한 가지 이전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점은 over-communication도 좋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고, 동아시아인들은 좀 조용한 편이라는 편견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조금은 과할 정도로 over communication을 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이 동아시아인들에 대해 편견을 언급한 적을 본 적은 없다. 허나 보통 서양에서의 아시안에 대한 stereotype이 ‘조용하고 순종적이다’라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했다)

 한국인들은 ‘틀리면 어쩌나’하고, 무언가 확신이 있거나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다른 사람/팀과 공유를 하거나,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고 ‘틀리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문화 특성상 그런 것 같다. 나도 아직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는 ‘맞고 틀린 게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고, 그 다른 생각이 어느 정도 논리와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공유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개인적으로 올해 업무 목표 중 하나가 1) 명확하게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하고, 2) 용기를 갖고 무조건 ‘많이 하자’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성격

한국 회사에도 성격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고, 별의별 사람들이 있지만, 이곳에서의 스펙트럼은 더 넓은 것 같다.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고 성격도, 배경도, 영어 발음도 천차만별이다. 어찌보면 더 일하기 힘든 것 같지만, 한국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원하는 바와 불만, 반대의견을 얘기해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는 오히려 한국보다 적은 것 같다. 다만 이제 겨우 10개월차 이기 때문에 어디가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10년 업무 경력이 있다.)

성과에 대한 평가

이 부분을 적어보려 했는데, 나는 여지껏 분기 평가 두 번 진행한 것이 업무평가의 전부였다. 또한 매니저도 딱 한 명 경험해봤기에 회사 전체적으로 성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한 지, 기준이 명확한 지 등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오래 지난 후에 따로 주제를 잡아서 글을 써보겠다.

출퇴근 교통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지만 서울과 그 크기를 비교할 순 없다. 20분 조금 넘게 메트로를 타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 남쪽 끝에 거주하며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한다. 메트로로 출퇴근하며 메트로 시간만 따지면 18분, 걷고 기다리고 하는 등의 시간을 다 합하면 30~35분 정도 걸린다.

주위를 봤을 때 나는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보통 암스테르담 시내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자전거나 트램으로 출퇴근하며 10~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특이하게 다른 도시에서 기차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기차-메트로 연결이 잘 되어 있고 근교라고 해도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딱 한 명 외에 본 적이 없다. 네덜란드 법상 출퇴근 거리에 따라 교통비 지급을 해주기 때문에 교통비 부담을 어느 정도 덜기도 한다.

오랜 숙제, 영어

네덜란드에 있는 기업에 취업을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 궁금해했던 게 내 영어 구사 능력이었다. 특히 개발자가 아닌 개발팀의 비즈니스 담당자(Product Owner)로 취업을 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이에 오랜만의 올리는 첫 글로 영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너 영어 얼마나 잘 하니?

 

영어 실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객관적인 ‘점수’로만 얘기해보면 아래와 같다.

  • TOEIC 955,  TOEFL 90, IELTS 7.5~8.0, OPIC Advanced

입사를 위해, 승진을 위해,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유학도 잠시 고민/추진해보고, 캐나다 이민도 준비해보면서 다양한 영어 시험을 경험해본 것 같다.  어렸을 적(만 6살)에 미국에서 2년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솔직히 중학교부터 영어 ‘시험’들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점수’는 잘 나왔던 것 같다.

다만 이건 ‘점수’ 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내 영어 실력에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업무에 적응하고 있는 지금 매일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다. 일상 회화는 무리없이 할 수 있으나 뉘앙스를 충분히 전달하진 못하고,  회사 미팅 중에 의견을 내세우거나 보고를 할 때 논리 정연하게 얘기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한국에서도 회사에서 영어로 일할 일들이 종종 있었으나 요즘처럼 하루 종일 영어로 일하는 경우는 (해외 출장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현재 내 뇌가 영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처음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영어 어떻게 공부했니?

어렸을 때 잠깐 미국에서 살기는 했었으나 귀국 후 15년간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그 2년의 기간 동안 영어 듣기와 발음에 대한 감은 몸이 흡수를 했기에, 그 ‘빨’로 중/고등학교 내내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열심히 놀다가 제대를 하니, 내게 남은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난 항상 ‘난 미국에서 살았어’라고 생각하며 콧대가 높았는데, 15년이 지난 후에 영어 ‘회화’를 해보려니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소심한 성격은 아니라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으나, ‘말하기’ 능력에 있어서 나는 내가 항상 생각했던/내가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제대 후 대학 3, 4 학년 내내 노트에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고, 영어 신문(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종종 읽고, 매주말에 신촌/이대에 있는 영어 토론 모임에 출석하며 영어를 말할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공이 공학인지라 영어에 파묻혀 살진 않았지만, 영어가 재밌었고, 이에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영어를 읽거나/말하곤 했다. 그 덕분인지 따로 공부를 안했음에도 대학 입학 때 600점 중반이었던 TOEIC 점수가 4학년 때는 890점까지 올라갔었던 것 같다.

입사 후에는 적성 고민을 하면서 개발직이 아닌 비즈니스 쪽으로의 기회를 찾고 있었고,  다행히 여러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인도에 개발연구소를 세울 때 초기 셋팅을 하러 가서 몇 달간 인도인 엔지니어들 교육을 시키기도 했고, 첫 직장의 마지막 2년은 중남미 해외영업부서에서 일을 하며 거래처 미팅/내부 법인 트레이닝에서 제품 발표도 많이 하고, 여러 중남미 동료들과 직접 대화/컨퍼런스 콜/이메일 등을 통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리고 Toastmasters라는 영어 토론 모임에서 다년간 운영진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미팅을 이끄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고, 업무와 다른 다른 주제의 발표도 많이 해 볼 수 있었다. 이 즈음에 주위에서 잘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서인지 자신감과 함께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던 때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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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stmasters 연설대회 리딩 중 (잘 찍힌 컷…)

두번째 직장은 특이하게 Director급 이상, 특히 임원급 대부분이 미국인이거나 미국에서 일하던 외국인이었다. 그래서 ‘보고’ 시에는 영어로 미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사내 문서도 되도록 영어로 작성을 했다. 특히 이메일이 아닌 장문의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경험을 해봤던 게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의 문서를 참조하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 지, 내가 부족한 게 뭔지 계속 배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lean startup, Product management 관련된 개념, 일하는 법, 용어 등을 배울 수 있었고,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bridge가 되어 주었다.

정리하자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1. 꾸준히 공부해라. 개인적으로 ‘하루 30분 공부’ 이런 건 못한다. 하지만 틈틈이 듣고, 읽고, 외우고 하면 일년 후에 조금은 나아진 자신을 볼 수 있다. (영어 신문 타이틀만 훑기, 미드 영어자막으로 보기, 좀 오래 걸려도 책 원서로 읽기 등)
  2. 기회를 만들어라. 못한다고 두렵다고 미루면 평생 못한다. 영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하고, 모임에 참여하고/이끌고, 남 앞에서 발표도 해보는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틀’을 좀 더 넓혀 나가야 한다.

부처님 말씀 같으나, 나는 위 두 가지를 15년 넘게 실천해오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단어장에 모르는 단어/표현을 정리하는 것은 계속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애기 재우고 새벽에 미드를 보면서도 옆에 단어장에 좋은 표현을 적는다. (공부 때문에 보는 미드는 아니다)

솔직히 네덜란드에 와서 일하는 것 두려웠고, 지금도 자신감이 충만하진 않다. 하지만 항상 어려운 상황에 던져지게 되어도 언젠간 적응하고 잘 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그래서 너무 조급해 하진 않으려 한다.

 

지금은 뭐하고 있니?

요즘은 회사에서 내가 느끼는 영어 스트레스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있다. 몇 가지가 있다.

  1. 여러 국가에서 모인 사람들이랑 일하기에 각각 표현이 다르고 특히 억양이 굉장히 다르다. 그래서 알아듣는 것부터 어렵다.
  2.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미팅은 데이터 분석, data science 관련된 내용들이다. 내가 아직 이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도 있지만, data analysis/science 관련 용어들도 잘 catch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 일반 대화를 하다가도 중간에 단어나 표현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추거나 문장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원어민이 아니니 당연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자존심 상한다.
  4.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원하는 뉘앙스로 다 전달하지 못한다. (위 3번이랑 겹친다)

우선 1번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2번을 위해서는 사내 Training이나 MOOC(Udemy, Coursera 등)에서 데이터 분석, 통계, 데이터 과학 등에 대한 영어 강좌를 틈틈히 들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3, 4번의 개선을 위해서는 ‘자주 쓰는 동사구'(phrasal verb?)나 표현 등을 매주 몇 개씩 외우면서 매일 대화에서 최대한 사용해보면서 체화해보려 한다. 솔직히 하루 해보고 흐지부지 되었지만,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유용한 표현을 암기하고 일상 대화에서 사용하다보면 나중에는 구사 가능한 표현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

또한 위 3, 4번의 개선을 위해 Youtube에서 많은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원어민처럼 말하기’ 위해서 여러 동영상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혼자서 계속 영어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라’이다. ‘아 오늘 아침에 미팅이 하나 있지’ 라는 출근길 생각도 ‘Ah, I have a meeting with Robbert at 10am today’ 와 같이 영어로 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영/영 사전을 사용하라는 조언도 많다. 그래서 2주 전 정도부턴 회사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 Merriam Webster 영/영 사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영어로 생각하는 것’은 아직 훈련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지만, 매일 영어 문서를 읽고 쓰고 영어로 미팅하고 대화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반 년 후에 다시 보자

위에서 얘기한 방법들을 몇 달간 사용해 볼 것이다. 훈련의 결과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적어지지 않을까 한다. 반년 후에 다시 내 상태를 살펴보고 블로그에 업데이트를 해보겠다.

영어. 욕심 생기면 끝이 없다.

 

참고

  • Toastmasters (https://www.toastmasters.org/) : 웹 사이트에서 본인 사는 동네로 검색해보면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을 찾을 수 있다. 아니면 그냥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가보라
  • Youtube 검색 “how to speak English like native speaker”
  • Product owner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