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직 1년. 그간의 영어 고민과 노력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현재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딱 1년이 지난 시점이 마침 3살배기 아들의 방학(pre-school ; 유치원 개념)이라 가족과 함께 독일/프랑스/룩셈부르크 몇개 도시로 2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이 잠 들고 난 이후 혼자 호텔 로비에 앉아 “인생의 목표와 앞으로 해야 할 일…” 고민을 하며 맥주를 홀짝이곤 했다. Refresh를 위해 떠난 휴가에서 생각만 더 많아진 것 같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과거를 복기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그 중 영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을 풀어보고자 한다.

사실 작년 말에 ‘영어’에 대해 한 차례 글을 쓴 적이 있고 [링크 : 영어, 오랜 숙제], 업무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링크 : 토론 문화에 익숙해지기]도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1년 간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는지, 지금은 어떤지,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노력을 해 보려 하는지를 짧게 얘기해보겠다.


English 24/7 환경으로 이직 후 겪은 어려움

세부적으로 보면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순수하게 ‘영어’만 보자면 아래의 두 가지이다.

1. 다양한 억양/발음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그들의 영어 발음, 억양에 익숙치 않아서 처음엔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첫 매니저는 독일인이었고, 지금 새로운 매니저는 프랑스인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이집트, 인도, 마케도니아, 아르헨티나, 헝가리, 러시아, 영국, 미국 등 정말 여기저기서 왔다. 각자의 발음이, 억양이, 표현이 다른 게 당연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2.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절실하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특히 내가 하는 업무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내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로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buy in)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영어’의 문제로 생각을 했다. 내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보니 문장을 머리 속에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 길어지다보면 꼬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점은 ‘영어’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점(논리)’이 문제였다. 미팅이나 1:1 대화 시에 별 준비없이 대화를 진행하다보니, 가끔은 나 자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모르겠거나, 생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애드립을 (더구나) 영어로 하려다보니, 말이 꼬이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어떤 노력을 했나?

1년 동안 영어에 익숙해지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노력해봤다. 솔직히 엄청 열심히 하진 않은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 했고, 업무 자체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고, 각종 행정 업무 처리도 밤마다 해야 했고(세금, 교육, 이사 등), 가끔은 Netflix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박함’을 무기로 계속 영어의 끈을 놓지 않았다.

1. 미팅, 대화 전에 미리 내 생각을 정리해 놓는다. (현재 진행 중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위의 ‘문제점’ 부분에서 이미 얘기했지만,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영어’가 아니라 ‘논리’에 있다고 본다. ‘논리’가 서 있으면 영어로는 어떻게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간지나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느냐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논리’가 상당히 약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선생님/상사의 말이 곧 진리이며, ‘실행력’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 이었던 것 같다. 허나 네덜란드에 와보니 모두들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들이 틀린 게 아니고 다만 ‘다른 것’이다. 이 다른 생각이 설득력만 있다면 된다. 모두들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으며 자신이 있다.

내게 중요한 건, 나도 나만의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이며, 이 생각이 충분히 논리적이어서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내겐 사실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에 미팅이나 대화 전에 짧게라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에버노트에 미리 정리해 놓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물론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미리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 최소한 ‘자신감’은 있는 상태에서 대화에 임하게 된다.

2. 책은 최대한 원서로 읽는다.  

동료에게 빌려 읽든, Kindle 버전을 구매해서 읽든 웬만한 책은 원서로 본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와 표현은 엄청나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붙는 게 느껴진다. 원래 어떤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편인데, 여기서 한국어 책은 구할 수 없기에 영어 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요샌 ‘좋은 표현’을 찾아 표기해놓고 정리해놓는 습관을 기르려 하고 있다.

3.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영어 뿐 아니라 업무 관련해서도 도움을 얻기 위해 종종 Product management, English phrasal verbs, Startup, Growth hacking 관련한 영어 팟캐스트를 출퇴근 시 듣곤 했다. 업계 최신 소식을 듣거나, 영어 듣기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꾸준히 들을만한 좋은 컨텐츠를 찾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4. 영어 원서를 Audio book으로 읽는다.

Kindle로 책을 읽다보니 아마존에서 인수한 Audiobook 서비스인 Audible를 자연스럽게 접하곤 했다. 최근에 1달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서 Ray Dalio의 Principle이라는 책을 들었다. 장점이라면 운동(자전거, 조깅)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저녁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고, 단점이라면 메모해 놓고 싶은 내용이나 표현이 있어도 메모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북마크 처리는 할 수 있지만 오디오 특성 상 특정 표현을 저장해놓거나 메모해 놓는 기능은 없다. 운동 중에 사용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유료 서비스 사용은 보류 중이다. 소설책이나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의 경우는 오디오북도 괜찮을 것 같다.

5. 영어 관련한, 혹은 영어로 얘기하는 Youtube 컨텐츠를 많이 봤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할까?”, “영어 논리적으로 말하기”와 같은 영어 컨텐츠(내용도 영어)를 많이 보고 들었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또한, 몇몇 한국인 Youtuber들(교포 혹은 준교포) 중 내 스타일의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이 말하는 스타일을 mimic하여 실제 업무 시에 적용해보려고도 했다. Tone, 억양, 속도 등을 주로 따라했다. Youtube 컨텐츠는 정말 방대해서 내 스타일의 채널만 찾으면 본인에게 적합한 좋은 컨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끊임없는 컨텐츠 추천으로 인해 중독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나도 영어공부하러 Youtube를 열었다가 2시간 후에 스타크래프트나 축구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본인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하다. (참고로, Youtube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사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Youtube에 머물러 있었는가?라고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1. 웬만한 영어는 들린다.  

완전 미국인만 있거나 영국인만 있는 게 아닌, 세계인이 모인 회사다보니, 직원의 7~80% 이상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다. 유창함의 정도는 다 다르지만 슬랭이나 어려운 관용구가 아닌 쉬운 표현들을 주로 쓴다. 발음/억양에만 조금 적응하면 듣기가 크게 어렵진 않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 같다.

2. 웬만한 생각은 다 영어로 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정 뉘앙스나 표현의 경우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느낌)의 50%도 못 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 중에 “이걸 어떻게 영어로 얘기하지…..”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 막히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3. 위 2번 관련해서, 생각을 말로 ‘할 순’ 있지만, 조리있게 말하는 부분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것은 on-going하는 문제점이며 의식적으로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 말하는 훈련 이전에 내가 업무 현안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해놓고, 내 생각까지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야 한다. ‘내 생각’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

이것저것 많이 할 생각은 없다. 계획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동영상을 촬영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미리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 카메라 앞에서 이를 발표한다. 혼자하는 작업이며 Youtube에 올릴 생각은 아직 없다. 긴 영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억양과 발음을 제대로 측정해 볼 기회이며, 1) 적당한 속도로, 2) 버벅이지 않으며, 3) 입이 꼬이지 않은 상태로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2. 정리해놓은 표현, 단어를 꼭 주기적으로 복습한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표현/좋은 표현이 나올 경우 노트에 적어놓곤 했다. 그런 노트가 지금 몇 권 있다. 허나 노트 정리만 해놓고 복습을 하지 않다보니, 체득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예전에 봤던 단어임에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거창한 것 필요없다. 출퇴근 길에 내가 정리해놓은 노트라도 복습하고, 괜찮은 표현들은 최대한 실제 업무 중에 사용해보려고 노력하자.

3. Netflix를 볼 때 무자막으로 본다.

집에 3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밤에 거실에서 Netflix를 볼 때 볼륨을 굉장히 낮게 하고 영어자막을 켜놓고 보곤 했다. 만약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번 돌려 보는 경우라면, 한 번은 그냥 보고, 한 번은 영어자막으로 보는 등의 방법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성격상 한 번 본 영상은 근 시일 내에 절대 다시 보지 않으며, 볼륨이 작아 무자막으로 보면 내용 이해가 힘들다. 이에 Bluetooth 지원되는 헤드폰을 구매하여 무자막으로 영화/드라마를 보고자 한다.

출장 후 리서치 내용을 조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던 모습

사실 위의 방법들이 맞는진 모르겠다만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실험 결과는 1년 정도 후에 평가해 볼 수 있겠다. 한국 나이로 40이 가까워지는 나이인데도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허나 내가 의식적으로 그 배움의 방향과 속도(더 빨리!)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얼마 가지 못해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 지하철에서 마음을 다진다.

네덜란드에서 일하기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서비스 B사에서 일한지도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에서 외국으로의 바로 이직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링크 참고]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성과를 잘 낸다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의 문화, 프로세스, 사람들 그리고 내 Product에 많이 적응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3월이 지나면서 따뜻해지기 시작한 날씨도 ‘기분 좋아짐’에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각설하고, 오늘은 네덜란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짧게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나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참고로 저는 IT 업체 개발부서(Product team)에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Product owner란?]

** 세계 수십 개국에서 모인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부서 특성상 일반 네덜란드 회사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출근

팀원 6명이 약속한 오전 10시 10분 전에만 출근하면 된다. 10시 10분에 standup 미팅이라고 각자 1) 어제 한 일, 2) 오늘 할 일, 3) 이슈를 공유한다. 미팅이 많은 나는 오전 9시 경에 출근해서 standup 미팅 시 팀원들과 확인해야 할 일 등 하루의 준비를 한다. 혹은 방해없이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한다.

보통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개인 볼 일 마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퇴근 및 야근

퇴근은 5시~6시 정도에 한다. 미팅이 늦게 끝나는 경우 퇴근이 좀 늦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5시 ~ 5시 반 정도에 업무를 접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출근하기에 눈치보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5시나 그 전에도 퇴근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야근’을 해서 수당을 받으려면 미리 결재를 받고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입사 후 9개월 동안 한 번도 신청해 본 적 없다. 야근이라고 해봤자 6시 반 정도까지 일하고 늦게 퇴근하는 정도였다. 6시 즈음이 되면 다들 퇴근을 하기에 더 남아서 일하고 싶은 기분도 안 든다. (억울한 기분?)

다만, 직무 특성상 ‘나 때문에 팀이 일하기 힘든 상황’을 막기 위해 가끔은 밤에 노트북을 펴고 업무를 한다. 특히 한 주의 시작을 앞둔 일요일 밤에 잠시 노트북을 열고 일하곤 한다. 월요일에 한 주의 업무를 정리하는 미팅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1:1 미팅, 개인 시간

실리콘밸리의 업무 문화 관련한 글이나,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근무중인 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1:1 대화도 일주일 전에 시간을 잡고 캘린더에 일정 저장 후 만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도 마찬가지 일 줄 알았다. 어찌보면 개인의 권리가 더 강한 유럽 아닌가? 결과는? 어느 정도 맞긴 했지만 생각보다 빡빡하진 않았다. 처음엔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급한 일의 경우 한국식으로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답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눈치라면 “방해해서 미안해. 근데 온 김에 빨리 물어볼게”라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 답을 받거나, 최소한 주제에 대해 환기를 시켜주고 공식적인 1:1 대화 일정을 잡고 오곤 한다. 물론, 급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구글 캘린더로 일정을 미리 잡고 만난다.

이전에 쓴 글과 같이 전화로 업무를 처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링크]

실리콘밸리의 업무시간은 엄청 빡빡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 친구들도 숨 쉴 시간 없이 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럽’이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회사의 문화인 건지, 생각보다는 여유있게 일한다. 흡연자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데,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밑에 내려가 담배를 피고 온다. 다만, 한국처럼 우루루 내려가 잡담을 하면서 피거나, 여러 명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볼 일만 보고(?) 바로 올라 온다.

육아와 일

육아 휴직은 3개월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위에 출산 후 다시 복귀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Contract에 따라 다르지만 육아를 위해 근무 형태나 일시, 재택근무 비율 등을 HR과 조율하는 케이스도 봤다. 전체적으로 육아 관련해서 부모가 회사/상사 눈치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금전적으로 day care가 무료는 아니고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은 주며, 무료 공교육은 자녀가 만4살이 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맞벌이 비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라고 들었다. 내 생각이지만, 세금이 워낙 센 나라이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애들 키우면서 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회식

‘벙개’로 술을 마시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통은 며칠, 몇 주 전에 미리 날을 잡고 저녁이나 술을 마시러 간다. 모든 자리에 참석은 자유다. 팀 회식이라고 해서 꼭 갈 필요는 없다.

공식적인 팀 outing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6~7명) 회식의 경우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 먹기 전에 방 탈출(‘escape’라고 한다)이나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한국 회사의 젊은 회식 분위기와 비슷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회식은, 암스테르담 canal 을 다니는 배를 빌려서 두 시간 동안 선상에서 저녁과 술을 먹고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경우다. 배에서 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집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던 반강제적으로 즐겨야 했던 회식이었다.

가장 적응 안됐던 건 6시부터 계속 맥주만 마시고 저녁을 안 먹는 것이었다. 보통 Pub에 가서 앉거나 (대부분) 서서 맥주를 마시는데, 손님들이 많은 경우 Pub에서 튀김 안주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이 튀김 안주를 저녁 삼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9시 넘어서까지 늦게까지 마시는 경우에는 2차로 버거를 먹으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는 이전에 적은 글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한 가지 이전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점은 over-communication도 좋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고, 동아시아인들은 좀 조용한 편이라는 편견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조금은 과할 정도로 over communication을 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이 동아시아인들에 대해 편견을 언급한 적을 본 적은 없다. 허나 보통 서양에서의 아시안에 대한 stereotype이 ‘조용하고 순종적이다’라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했다)

 한국인들은 ‘틀리면 어쩌나’하고, 무언가 확신이 있거나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다른 사람/팀과 공유를 하거나,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고 ‘틀리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문화 특성상 그런 것 같다. 나도 아직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는 ‘맞고 틀린 게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고, 그 다른 생각이 어느 정도 논리와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공유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개인적으로 올해 업무 목표 중 하나가 1) 명확하게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하고, 2) 용기를 갖고 무조건 ‘많이 하자’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성격

한국 회사에도 성격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고, 별의별 사람들이 있지만, 이곳에서의 스펙트럼은 더 넓은 것 같다.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고 성격도, 배경도, 영어 발음도 천차만별이다. 어찌보면 더 일하기 힘든 것 같지만, 한국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원하는 바와 불만, 반대의견을 얘기해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는 오히려 한국보다 적은 것 같다. 다만 이제 겨우 10개월차 이기 때문에 어디가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10년 업무 경력이 있다.)

성과에 대한 평가

이 부분을 적어보려 했는데, 나는 여지껏 분기 평가 두 번 진행한 것이 업무평가의 전부였다. 또한 매니저도 딱 한 명 경험해봤기에 회사 전체적으로 성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한 지, 기준이 명확한 지 등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오래 지난 후에 따로 주제를 잡아서 글을 써보겠다.

출퇴근 교통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지만 서울과 그 크기를 비교할 순 없다. 20분 조금 넘게 메트로를 타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 남쪽 끝에 거주하며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한다. 메트로로 출퇴근하며 메트로 시간만 따지면 18분, 걷고 기다리고 하는 등의 시간을 다 합하면 30~35분 정도 걸린다.

주위를 봤을 때 나는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보통 암스테르담 시내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자전거나 트램으로 출퇴근하며 10~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특이하게 다른 도시에서 기차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기차-메트로 연결이 잘 되어 있고 근교라고 해도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딱 한 명 외에 본 적이 없다. 네덜란드 법상 출퇴근 거리에 따라 교통비 지급을 해주기 때문에 교통비 부담을 어느 정도 덜기도 한다.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면?

반년 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현 회사의 면접을 통과하고 나서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에게 큰 장애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는 업무에 사용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이 글 참고), 그 당시 다니던 회사와 동일한 Product owner라는 직무(이 글 참고)로 그대로 이직을 한 것이었고, 또한 기존 회사들에서 외국인들과의 업무 경험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에 올린 ‘토론 문화’ 관련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네덜란드 이직 3개월 차에 나에게 ‘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살아온 환경이 우리를 만든다. 다르다는 걸 인식하는 게 첫 걸음

네덜란드, 미국 등 미주/북유럽 계 서양권 사람들은 비판적으로 토론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미국에서 지냈던 것을 제외하면 순수히 한국에서만 30년 이상 살아온 토종이기 때문에, 이해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상대방을 direct하게 비판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이것이 지난 주에 ‘토론 문화’ 관련 글을 올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 후 한 주 동안 회사 내의 몇몇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열어놓고 의견을 물어봤다. 사람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만 이 고민을 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또한 이로 인해 조금 마음이 놓였다. 몇 가지 피드백들을 잠시 소개해본다.

– Data scientist from Russia :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땐 똑같이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목소리가 높은 동료(기존에 일하던 Data scientist)를 옆에서 보면서 따라 해보니까 극복이 되더라”
– Product director from England : “나는 사실 너와 반대였어. 나는 영국에서 스타트업 쪽에서만 계속 일했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 위주였어. 여기(현재 회사) 와서 처음에는 동료 중 한 명을 울리기까지 했고, 그 후 오히려 좀 더 Tone down 하게 되었어”
– Product manager from India : “나도 너처럼 처음에는 직설적인 피드백에 적응하기 힘들었어. 인도도 비평은 돌려서 하는 경향이 있거든. 시간이 해결해 준 것 같아. 너도 그럴거야. Improve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넌 잘 하고 있어. 다만 익숙해지기 시간이 걸릴 뿐이지”
– Business 관련 직무 from America/Korea : “나는 이 전 회사(네덜란드 내 컨설팅 회사)에서 고생을 엄청했어. 네덜란드 사람들은 토론 시 엄청 직설적인데, 나는 말 잘 하기로는 최고인 컨설팅 회사에 입사를 했으니 더 힘들었지.”

정도와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에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이 차이를 좁혀나간다. ‘적응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Gap을 좁혀나가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 Gap과 이에 대한 원인을 자가 인식/진단하여 주위 사람들과 공유를 했고, 이런 활동이 어느 정도 내 스트레스와 걱정을 덜어주었다. “Once you identify your sickness, you are halfway cured“라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 회사에 120% 적응해서 멋지구리하게 일해보리라 하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위에서 ‘네덜란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친구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라고 한국 대기업(나와 같은 S모 회사)에서 잠깐 일하다 프랑스 INSEAD에서 MBA를 마치고 암스테르담에 있는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현재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한국인이라고 했지만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친구이기에 토종 한국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어쨋든 이 친구가 본인도 이런 차이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했을 때 사실 좀 놀라웠다. 영어가 Native language이고 실제 말도 논리적으로 잘 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가뜩이나 직설적으로 토론하는 네덜란드에서 말빨이라면 최고라는 컨설턴트(최고 컨설팅 업체 중 하나다)들과 같이 일하다보니, 힘든 점이 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똑같은 고생을 했다는 ‘공감’을 넘어서 나는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절실했기에 이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렇게 해서 추천받은 책이 바로 “The Culture Map” 이라는 책(Amazon 링크)이다. 이 친구도 실제로 이 책을 읽은 후에 고민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바로 책을 빌렸고, 주말 동안 금방 읽었다. 책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라마다 성향이 다르다. 그 차이를 인식하고, 필요/상황에 따라 이를 좁혀나가면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이다.


8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문화적 차이

이 책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회사 대 회사일 수도 있고, multi culturer team일 수도 있고) 시에 Conflict을 만들 수 있는 원인을 8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나라별로 그 ‘정도’를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그 예를 아래의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국가별로 아래 8가지 항목을 비교하였다.

  1. 의견 전달이 분명하고 직접적인 방식인지, 문맥의 파악이 중요한 방식인지(전체 맥락 내에서 해석을 해야 하는지 등)
  2. Negative 피드백을 직설적으로 하는지, 돌려서 하는지
  3. 상대방을 설득 시(예, Presentation) 해결책을 중시하는지, 그 원리(결과를 도출한 방식)를 더 중요시하는지
  4. 수평적인 조직문화인지, 수직적인지
  5. 의사결정 시 모두의 동의가 우선시 하는지, Boss가 결정하는 문화인지
  6. ‘능력’으로 신뢰가 생기는지, ‘관계’에서 신뢰가 생기는지
  7. 상대방 의견에 동의 못할 때 바로 맞서는지, 아니면 갈등을 피하는 편인지
  8. 시간 약속에 칼 같은지, 유연한 지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굉장히 이해하기 쉽고, 실제 업무/생활에 적용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누가 MBA 교수 아니랄까봐 실제 사례들을 풍부히 제시한다. 예를 들자면, 미국 회사와 독일 회사가 함께 일할 때 Persuading 항목에서 Application first인 미국 사람은 프리젠테이션 시 바로 결론/해결책부터 얘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Principle first에 속하는 독일 사람은 처음부터 그 결론이 어떻게 해서 도출됐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이 안 풀리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본인이 만약 글로벌 비즈니스 혹은 팀워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위 8가지 항목 중 하나로 인해 고생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일단 위 항목들 중 본인의 상황에 적합한 항목을 찾고, 해당 섹션에서 제시하는 해결책(방향)을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다시 나의 상황으로 돌아와보자. 한국은 꽤 많은 항목에서 네덜란드와 반대 지점에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솔직히 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이며, consensus를 중시하는 의사결정 문화이다. 그리고 disagree도 굉장히 강한 편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은 부정적인 피드백은 돌려서 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이며 의사결정도 Top-down인 편이다. Public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disagree도 좀 꺼려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네덜란드 회사에 적응을 할 때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한국 내에서 이직만 해도 스트레스가 큰데, 이민에 이직까지 했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이상한 것일 수도 있고…)

출처 : Flickr

다름을 인정하자. 조금씩 맞춰나가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 스트레스의 원인이 ‘토론 문화’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난 후는 좀 더 세분화하여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 외에 개인 성향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이지만 내 스스로 ‘전형적인 한국인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도 결국 ‘집단 내에서 특수한 경우’이지, 이 집단의 문화적 성향을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고 본다.

학술적으로 내 상황을 분석해보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차이를 제대로 인식을 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서인지, 더 빠져들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최근에 내가 하고 있던 고민이 책의 내용과 굉장히 align하고 있기에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머리로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게 첫걸음이다. 이것을 계속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 조금씩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할까’에 대해서는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살고/일하고 있는 나의 예를 계속 들었기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표현을 몇 번 썼지만, 사실 이 책은 외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국 회사,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 회사 직원들에게도 굉장히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고로, 이 책 추천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그 일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 덧글 1 (업데이트) : 오늘은 이스라엘 출신 동료랑 같은 주제로 얘기해봤는데, 워낙에 직설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유명한 이스라엘 사람답게, 본인은 여기(현재 회사) 와서 Tone down 해야 했다고 …

토론 문화에 익숙해지기

지난 2주일은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네덜란드 회사로 이직 후 3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업무 성과/속도가 나지 않는 것 같았고, 팀 내외적으로 챌린지도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스트레스도 많았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가 지금 자신감이 적은 상태였고, 그에 따라 팀원이나 다른 팀에서 챌린지하는 부분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걸로 진단했다. 내가 아직 내가 하는 일/제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고, 이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쿡~ 찌르면 ‘잘 모른다’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조금은 감정적인 리액션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나를 스스로 진단했지만 사실 비슷한 경우를 지난 회사에서도 겪었다. 그때는 내 상사가 나에게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싼쵸님은 다른 사람이 본인과 다른 의견으로 챌린징하거나 질문하는 경우에 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보인다. 그냥 마음을 열고 맞는 말은 받아들이고, 아닌 경우라도 본인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논리적으로 주장을 하면 된다.

당시에는 이게 내 개인적인 성향/문제라고 생각을 했으나, 이번 계기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내 개인적인 성향 외에도 어느 정도는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겪는 진통이라고도 생각을 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

요새 내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  예전 상사께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고, 다음날 받은 장문의 피드백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해 본다(참고로, 이 분은 고등/대학교를 영어권 국가에서 나왔다.)

서양권 사람들은 예전부터 debate에 익숙하고,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익숙한 반면, 한국 사람들은 공개적인 자리(미팅)에서 내 의견에 챌린지 하는 경우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하면서 풀고 있는 문제들은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토론 시 내가 어떤 프레임워크로 고민을 했고 객관적인 증거(데이터 등)를 찾아봤는 지 등이 중요할 거다. 그게 결국 논리다.

그렇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 어느 경우나 장/단점이 있고, 토론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대한 리스크가 적은 판단을 하려 한다. 논리적으로 풀어낸 생각이고, 토론에 참여한 다수가 동의한다면 그게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나는 유의미한 생각들을 주고 받는 생산적인 토론보다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대한 ‘방어’하는 토론을 하고 있었다. 서로 생각이 다른 미팅을 하다보면 “I would like to challenge you in that ~”, “I am disappointed that you said~ I think~” 등으로 시작하는 말을 듣곤 한다. (사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disappointed 라는 표현은 잘 안 썼으나 좀 직설적인 네덜란드인이 썼다.) 한국말로 직역하자면 “도전한다(challenge)”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어?”라는 생각부터 들었고 이에 방어적이고 좀 부정적인 감정이 앞섰던 것 같다.

내 옛 상사가 얘기했던 것처럼 서양에서는 토론문화가 활발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보면 내가 논리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지만) 네덜란드에서 창업하고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회사기 때문에, 직원의 20% 정도는 네덜란드이다. 이들은 특히 영어도 잘 하고 토론도 잘 한다. (* 참고 : 국가별 영어 능력평가 1위 네덜란드,  네덜란드 토론 문화 참고) 이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팀을 대변하여 미팅을 하다보면 종종 논리에서 밀리게 되고 말을 더듬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내가 계속 ‘이기려고’ 하면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패배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논리 대 논리에서 밀렸으면 깔끔히 패배를 인정하고(“Good point!”)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논리에서는 밀렸으나 여전히 수긍이 안 가는 경우라면 “Let me think about it” 라고 하고 다른 각도에서 더 고민을 하거나 데이터를 찾아보고 다시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challenge

맨날 질 순 없잖아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유연하게 수용한다고 해도, 맨날 토론에서 지면 안되지 않겠는가! 특히 나는 Product owner로서 나와 같이 일하는 개발팀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소한 이들에게 피해는 입히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토론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해보려 한다. (지난 영어 관련 글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 자신을 실험의 대상으로 한다)

1. 내 고객과 내 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 통계 및 주요 지표에 대한 데이터는 물론 고객 리서치 결과 등도 함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감의 원천이다.

2. 챌린지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 내 생각과 근거를 뚜렷이 가지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완벽하지 않다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놓는다.

3. 마지막으로 설득(persuasion) 관련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 책 하나 읽는다고 갑자기 debate master가 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어떤 프레임으로 훈련을 해볼까 감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영어 훈련과 마찬가지로 토론에 대한 훈련도 짧은 시간 내에 효과를 확인하긴 힘들 것이다. 다만 하루하루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도전하고 배운다면 점진적으로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붙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고 직장생활의 80% 이상을 대기업에서 경험했다. 허나 이젠 암스테르담이란 곳에서 이곳 사람들과 부대끼고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으면 survival 하기 힘들 것이라고 느낀다. 심각해지긴 싫지만 이 또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고 배운다면, 어느 순간 달라진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업무용 통화와 퇴근 후 메시지

네덜란드에 있는 회사에서 세 달여간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시간 관련해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 몇 가지가 있다. 이번에는 이 내용들을 잠시 다뤄보고자 한다.

1. 업무용으로 전화를 써 본 적이 없다.

일단 나는 IT 기업 개발(Tech)팀에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다. 주로 개발자/디자이너/데이터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다른 팀과 컨택할 경우도 자주 있으나 그들도 대부분 개발조직 내부에 있다. 파트너 (호텔리어나 숙소 주인) 쪽 Product을 다루기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기 위해 가끔 호텔리어들을 만나기는 하나, 그들과 직접/자주 컨택할 일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같은 상황이긴 했다. 파트너가 아닌 실제 고객을 대하는 Product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허나 같은 상황임에도 두 회사간 1:1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좀 달랐다. 네덜란드에서 세 달 동안 업무를 위한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동료들이 누군가에게 업무상 전화를 하는 걸 본 적도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봤다.

  1. 나라에 따라 문화가 다르다. 한국에선 급한 일의 경우 자주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했으나, 여기선 메신저(사내 메신저)로 @태그를 걸어 Notification을 보내고 기다린다. 사전 동의없이 상대방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뺏는 행위를 지양하는 것 같다.
  2. 그리고 이 @태그를 보내면 답변을 곧 하리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답변도 생각보다 빠르다.
  3. 영어가 공용어이나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원활히 통화하는 건 아니다. Written English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4. 뭐든지 증거를 남기는 게 좋다. 전화 통화는 휘발적이다.

이게 좋은 문화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편한 점도 있으나 답답한 점이 더 크다. 물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영어가 좀 더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으나, 급한 경우는 전화로 얘기하는 게 빠를 때도 많은데 말이다.

2. 업무시간 후에 메세지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딱 한 명 (이 사람 역시 성격 급한 PO다) 제외하고는 저녁 7시 이후에 업무성격의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그런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어디 명문화된 Rule은 아니나 분위기가 그렇다.

이 역시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기를 재우고 밤에 종종 일하곤 하는데, 이때 팀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참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보내곤 한다. Work-life balance를 꿈꾸며 네덜란드에 왔는데, 이런 걸로 답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모순적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같이 고민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개발자분들이 보면 싫어할 상이다)

짧게 정리하자면, 업무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유사한 의미로, 휴가 사용 관련해서도 관대한 편이고, 휴가 중에는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간만에 짧은 글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에 적응해가고 있으나, 반면에 모자란 점도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좀 더 잘하고 싶고(비즈니스 성과), 개발팀을 잘 리드하고 싶다는 마음(리더쉽)이 큰 상황이나, 언어적인/상황적인 요인 때문에 생각만큼 잘 되진 않는다. 이에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나, 위에서 언급한 긍정적인 부분들 덕분에 너무 쪼이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같다.

유럽에서 Product manager(owner)로 일하는데 있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문화적인 부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일부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되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하기에(a.k.a 데이터+논리에 기반한 결정) 효율적인 업무는 정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