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직 1년. 그간의 영어 고민과 노력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현재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딱 1년이 지난 시점이 마침 3살배기 아들의 방학(pre-school ; 유치원 개념)이라 가족과 함께 독일/프랑스/룩셈부르크 몇개 도시로 2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들이 잠 들고 난 이후 혼자 호텔 로비에 앉아 “인생의 목표와 앞으로 해야 할 일…” 고민을 하며 맥주를 홀짝이곤 했다. Refresh를 위해 떠난 휴가에서 생각만 더 많아진 것 같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과거를 복기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그 중 영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을 풀어보고자 한다.

사실 작년 말에 ‘영어’에 대해 한 차례 글을 쓴 적이 있고 [링크 : 영어, 오랜 숙제], 업무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링크 : 토론 문화에 익숙해지기]도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1년 간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는지, 지금은 어떤지,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노력을 해 보려 하는지를 짧게 얘기해보겠다.


English 24/7 환경으로 이직 후 겪은 어려움

세부적으로 보면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순수하게 ‘영어’만 보자면 아래의 두 가지이다.

1. 다양한 억양/발음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그들의 영어 발음, 억양에 익숙치 않아서 처음엔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첫 매니저는 독일인이었고, 지금 새로운 매니저는 프랑스인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이집트, 인도, 마케도니아, 아르헨티나, 헝가리, 러시아, 영국, 미국 등 정말 여기저기서 왔다. 각자의 발음이, 억양이, 표현이 다른 게 당연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2.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절실하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특히 내가 하는 업무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내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로 얘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buy in)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영어’의 문제로 생각을 했다. 내가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보니 문장을 머리 속에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 길어지다보면 꼬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점은 ‘영어’보다는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점(논리)’이 문제였다. 미팅이나 1:1 대화 시에 별 준비없이 대화를 진행하다보니, 가끔은 나 자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잘 모르겠거나, 생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애드립을 (더구나) 영어로 하려다보니, 말이 꼬이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어떤 노력을 했나?

1년 동안 영어에 익숙해지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노력해봤다. 솔직히 엄청 열심히 하진 않은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 했고, 업무 자체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고, 각종 행정 업무 처리도 밤마다 해야 했고(세금, 교육, 이사 등), 가끔은 Netflix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박함’을 무기로 계속 영어의 끈을 놓지 않았다.

1. 미팅, 대화 전에 미리 내 생각을 정리해 놓는다. (현재 진행 중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위의 ‘문제점’ 부분에서 이미 얘기했지만,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영어’가 아니라 ‘논리’에 있다고 본다. ‘논리’가 서 있으면 영어로는 어떻게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얼마나 간지나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느냐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논리’가 상당히 약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선생님/상사의 말이 곧 진리이며, ‘실행력’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 이었던 것 같다. 허나 네덜란드에 와보니 모두들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들이 틀린 게 아니고 다만 ‘다른 것’이다. 이 다른 생각이 설득력만 있다면 된다. 모두들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으며 자신이 있다.

내게 중요한 건, 나도 나만의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이며, 이 생각이 충분히 논리적이어서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내겐 사실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에 미팅이나 대화 전에 짧게라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에버노트에 미리 정리해 놓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물론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미리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 최소한 ‘자신감’은 있는 상태에서 대화에 임하게 된다.

2. 책은 최대한 원서로 읽는다.  

동료에게 빌려 읽든, Kindle 버전을 구매해서 읽든 웬만한 책은 원서로 본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와 표현은 엄청나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붙는 게 느껴진다. 원래 어떤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편인데, 여기서 한국어 책은 구할 수 없기에 영어 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요샌 ‘좋은 표현’을 찾아 표기해놓고 정리해놓는 습관을 기르려 하고 있다.

3.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영어 뿐 아니라 업무 관련해서도 도움을 얻기 위해 종종 Product management, English phrasal verbs, Startup, Growth hacking 관련한 영어 팟캐스트를 출퇴근 시 듣곤 했다. 업계 최신 소식을 듣거나, 영어 듣기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꾸준히 들을만한 좋은 컨텐츠를 찾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4. 영어 원서를 Audio book으로 읽는다.

Kindle로 책을 읽다보니 아마존에서 인수한 Audiobook 서비스인 Audible를 자연스럽게 접하곤 했다. 최근에 1달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서 Ray Dalio의 Principle이라는 책을 들었다. 장점이라면 운동(자전거, 조깅)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저녁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었고, 단점이라면 메모해 놓고 싶은 내용이나 표현이 있어도 메모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북마크 처리는 할 수 있지만 오디오 특성 상 특정 표현을 저장해놓거나 메모해 놓는 기능은 없다. 운동 중에 사용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유료 서비스 사용은 보류 중이다. 소설책이나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의 경우는 오디오북도 괜찮을 것 같다.

5. 영어 관련한, 혹은 영어로 얘기하는 Youtube 컨텐츠를 많이 봤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할까?”, “영어 논리적으로 말하기”와 같은 영어 컨텐츠(내용도 영어)를 많이 보고 들었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또한, 몇몇 한국인 Youtuber들(교포 혹은 준교포) 중 내 스타일의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이 말하는 스타일을 mimic하여 실제 업무 시에 적용해보려고도 했다. Tone, 억양, 속도 등을 주로 따라했다. Youtube 컨텐츠는 정말 방대해서 내 스타일의 채널만 찾으면 본인에게 적합한 좋은 컨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끊임없는 컨텐츠 추천으로 인해 중독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나도 영어공부하러 Youtube를 열었다가 2시간 후에 스타크래프트나 축구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본인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하다. (참고로, Youtube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사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Youtube에 머물러 있었는가?라고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1. 웬만한 영어는 들린다.  

완전 미국인만 있거나 영국인만 있는 게 아닌, 세계인이 모인 회사다보니, 직원의 7~80% 이상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다. 유창함의 정도는 다 다르지만 슬랭이나 어려운 관용구가 아닌 쉬운 표현들을 주로 쓴다. 발음/억양에만 조금 적응하면 듣기가 크게 어렵진 않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 같다.

2. 웬만한 생각은 다 영어로 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정 뉘앙스나 표현의 경우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느낌)의 50%도 못 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화 중에 “이걸 어떻게 영어로 얘기하지…..”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 막히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3. 위 2번 관련해서, 생각을 말로 ‘할 순’ 있지만, 조리있게 말하는 부분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것은 on-going하는 문제점이며 의식적으로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 말하는 훈련 이전에 내가 업무 현안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해놓고, 내 생각까지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정리해 놓아야 한다. ‘내 생각’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

이것저것 많이 할 생각은 없다. 계획이 많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동영상을 촬영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미리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 카메라 앞에서 이를 발표한다. 혼자하는 작업이며 Youtube에 올릴 생각은 아직 없다. 긴 영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억양과 발음을 제대로 측정해 볼 기회이며, 1) 적당한 속도로, 2) 버벅이지 않으며, 3) 입이 꼬이지 않은 상태로 내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2. 정리해놓은 표현, 단어를 꼭 주기적으로 복습한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표현/좋은 표현이 나올 경우 노트에 적어놓곤 했다. 그런 노트가 지금 몇 권 있다. 허나 노트 정리만 해놓고 복습을 하지 않다보니, 체득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예전에 봤던 단어임에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거창한 것 필요없다. 출퇴근 길에 내가 정리해놓은 노트라도 복습하고, 괜찮은 표현들은 최대한 실제 업무 중에 사용해보려고 노력하자.

3. Netflix를 볼 때 무자막으로 본다.

집에 3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밤에 거실에서 Netflix를 볼 때 볼륨을 굉장히 낮게 하고 영어자막을 켜놓고 보곤 했다. 만약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번 돌려 보는 경우라면, 한 번은 그냥 보고, 한 번은 영어자막으로 보는 등의 방법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성격상 한 번 본 영상은 근 시일 내에 절대 다시 보지 않으며, 볼륨이 작아 무자막으로 보면 내용 이해가 힘들다. 이에 Bluetooth 지원되는 헤드폰을 구매하여 무자막으로 영화/드라마를 보고자 한다.

출장 후 리서치 내용을 조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던 모습

사실 위의 방법들이 맞는진 모르겠다만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실험 결과는 1년 정도 후에 평가해 볼 수 있겠다. 한국 나이로 40이 가까워지는 나이인데도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허나 내가 의식적으로 그 배움의 방향과 속도(더 빨리!)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얼마 가지 못해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 지하철에서 마음을 다진다.

네덜란드에서 일하기

암스테르담에 있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서비스 B사에서 일한지도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에서 외국으로의 바로 이직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링크 참고]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성과를 잘 낸다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의 문화, 프로세스, 사람들 그리고 내 Product에 많이 적응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3월이 지나면서 따뜻해지기 시작한 날씨도 ‘기분 좋아짐’에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각설하고, 오늘은 네덜란드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짧게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나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참고로 저는 IT 업체 개발부서(Product team)에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Product owner란?]

** 세계 수십 개국에서 모인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부서 특성상 일반 네덜란드 회사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출근

팀원 6명이 약속한 오전 10시 10분 전에만 출근하면 된다. 10시 10분에 standup 미팅이라고 각자 1) 어제 한 일, 2) 오늘 할 일, 3) 이슈를 공유한다. 미팅이 많은 나는 오전 9시 경에 출근해서 standup 미팅 시 팀원들과 확인해야 할 일 등 하루의 준비를 한다. 혹은 방해없이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한다.

보통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개인 볼 일 마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퇴근 및 야근

퇴근은 5시~6시 정도에 한다. 미팅이 늦게 끝나는 경우 퇴근이 좀 늦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5시 ~ 5시 반 정도에 업무를 접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출근하기에 눈치보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5시나 그 전에도 퇴근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야근’을 해서 수당을 받으려면 미리 결재를 받고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입사 후 9개월 동안 한 번도 신청해 본 적 없다. 야근이라고 해봤자 6시 반 정도까지 일하고 늦게 퇴근하는 정도였다. 6시 즈음이 되면 다들 퇴근을 하기에 더 남아서 일하고 싶은 기분도 안 든다. (억울한 기분?)

다만, 직무 특성상 ‘나 때문에 팀이 일하기 힘든 상황’을 막기 위해 가끔은 밤에 노트북을 펴고 업무를 한다. 특히 한 주의 시작을 앞둔 일요일 밤에 잠시 노트북을 열고 일하곤 한다. 월요일에 한 주의 업무를 정리하는 미팅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1:1 미팅, 개인 시간

실리콘밸리의 업무 문화 관련한 글이나,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근무중인 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1:1 대화도 일주일 전에 시간을 잡고 캘린더에 일정 저장 후 만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도 마찬가지 일 줄 알았다. 어찌보면 개인의 권리가 더 강한 유럽 아닌가? 결과는? 어느 정도 맞긴 했지만 생각보다 빡빡하진 않았다. 처음엔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급한 일의 경우 한국식으로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답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눈치라면 “방해해서 미안해. 근데 온 김에 빨리 물어볼게”라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 답을 받거나, 최소한 주제에 대해 환기를 시켜주고 공식적인 1:1 대화 일정을 잡고 오곤 한다. 물론, 급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구글 캘린더로 일정을 미리 잡고 만난다.

이전에 쓴 글과 같이 전화로 업무를 처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링크]

실리콘밸리의 업무시간은 엄청 빡빡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곳 친구들도 숨 쉴 시간 없이 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럽’이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회사의 문화인 건지, 생각보다는 여유있게 일한다. 흡연자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데,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밑에 내려가 담배를 피고 온다. 다만, 한국처럼 우루루 내려가 잡담을 하면서 피거나, 여러 명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볼 일만 보고(?) 바로 올라 온다.

육아와 일

육아 휴직은 3개월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위에 출산 후 다시 복귀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Contract에 따라 다르지만 육아를 위해 근무 형태나 일시, 재택근무 비율 등을 HR과 조율하는 케이스도 봤다. 전체적으로 육아 관련해서 부모가 회사/상사 눈치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금전적으로 day care가 무료는 아니고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은 주며, 무료 공교육은 자녀가 만4살이 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맞벌이 비율이 굉장히 높은 나라라고 들었다. 내 생각이지만, 세금이 워낙 센 나라이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애들 키우면서 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회식

‘벙개’로 술을 마시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통은 며칠, 몇 주 전에 미리 날을 잡고 저녁이나 술을 마시러 간다. 모든 자리에 참석은 자유다. 팀 회식이라고 해서 꼭 갈 필요는 없다.

공식적인 팀 outing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6~7명) 회식의 경우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 먹기 전에 방 탈출(‘escape’라고 한다)이나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한국 회사의 젊은 회식 분위기와 비슷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회식은, 암스테르담 canal 을 다니는 배를 빌려서 두 시간 동안 선상에서 저녁과 술을 먹고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경우다. 배에서 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집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던 반강제적으로 즐겨야 했던 회식이었다.

가장 적응 안됐던 건 6시부터 계속 맥주만 마시고 저녁을 안 먹는 것이었다. 보통 Pub에 가서 앉거나 (대부분) 서서 맥주를 마시는데, 손님들이 많은 경우 Pub에서 튀김 안주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이 튀김 안주를 저녁 삼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9시 넘어서까지 늦게까지 마시는 경우에는 2차로 버거를 먹으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는 이전에 적은 글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한 가지 이전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점은 over-communication도 좋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고, 동아시아인들은 좀 조용한 편이라는 편견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조금은 과할 정도로 over communication을 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이 동아시아인들에 대해 편견을 언급한 적을 본 적은 없다. 허나 보통 서양에서의 아시안에 대한 stereotype이 ‘조용하고 순종적이다’라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했다)

 한국인들은 ‘틀리면 어쩌나’하고, 무언가 확신이 있거나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다른 사람/팀과 공유를 하거나,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고 ‘틀리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문화 특성상 그런 것 같다. 나도 아직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는 ‘맞고 틀린 게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고, 그 다른 생각이 어느 정도 논리와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공유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개인적으로 올해 업무 목표 중 하나가 1) 명확하게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하고, 2) 용기를 갖고 무조건 ‘많이 하자’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성격

한국 회사에도 성격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고, 별의별 사람들이 있지만, 이곳에서의 스펙트럼은 더 넓은 것 같다.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고 성격도, 배경도, 영어 발음도 천차만별이다. 어찌보면 더 일하기 힘든 것 같지만, 한국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원하는 바와 불만, 반대의견을 얘기해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는 오히려 한국보다 적은 것 같다. 다만 이제 겨우 10개월차 이기 때문에 어디가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10년 업무 경력이 있다.)

성과에 대한 평가

이 부분을 적어보려 했는데, 나는 여지껏 분기 평가 두 번 진행한 것이 업무평가의 전부였다. 또한 매니저도 딱 한 명 경험해봤기에 회사 전체적으로 성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한 지, 기준이 명확한 지 등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오래 지난 후에 따로 주제를 잡아서 글을 써보겠다.

출퇴근 교통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지만 서울과 그 크기를 비교할 순 없다. 20분 조금 넘게 메트로를 타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 남쪽 끝에 거주하며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한다. 메트로로 출퇴근하며 메트로 시간만 따지면 18분, 걷고 기다리고 하는 등의 시간을 다 합하면 30~35분 정도 걸린다.

주위를 봤을 때 나는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보통 암스테르담 시내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자전거나 트램으로 출퇴근하며 10~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특이하게 다른 도시에서 기차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기차-메트로 연결이 잘 되어 있고 근교라고 해도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딱 한 명 외에 본 적이 없다. 네덜란드 법상 출퇴근 거리에 따라 교통비 지급을 해주기 때문에 교통비 부담을 어느 정도 덜기도 한다.

성공을 정의하다, 성공을 측정하다

* 2018년 12월에 Brunch에 쓴 글입니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 누구나 성공적인 제품(product)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성공’이 무엇일까? 바로 이 ‘성공’을 정의하는 게 ‘비전 설정(이전 글)‘과 함께 모든 제품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만드는 것’은 쉽다. 개발자/디자이너들의 노력을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깊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든 제품은 이 ‘왜’에서 시작한다. 그게 호기심 에서든, 아니면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든,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이든. 그 ‘왜’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돈을 더 벌거나(매출을 늘리거나),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거나, 어떤 일을 더 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그리고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결국 수익을 더 내는 게 최종 목표일 것이다.

그럼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각 개인이나 팀의 ‘성공’일까? 회사 전체나 영업 조직 입장에서 보면 최종 outcome이 ‘수익’이 되어야 함은 맞다. 하지만 영업이나 마케팅 조직을 제외하고선 본인들의 노오력이 수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 지에 대해 측정하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디자인팀’의 KPI(핵심 성과 지표)를 ‘매출(수익)’으로 잡는다고 해서, 좋은(혹은 나쁜) 디자인이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측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럼 각 팀들은 어떤 식으로 ‘성공’을 정의하고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왜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해야 할까?


왜 일을 할때 ‘성공’의 정의와 측정이 중요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제 우리가 한 일의 결과가 “회사나 고객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는 개개인의 Motivation과도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결제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치자. 이미 결제 SW는 잘 돌아가고 있다. 왜 회사에선 이 개발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어야 할까(팀의 존재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싶을 수도 있고, 단순히 현상 유지만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 고객의 결제 경험을 개선하고 싶을 수도 있다. 회사의 전략이나 가치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이유’가 중요하다. 만약 그냥 현상유지만 하고자 한다면, 최대 목표는 결제 시스템이 안정되게 돌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럼 ‘성공’은 결제 시스템이 1년 동안 장애없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걸 성취했는지는 장애율(%)이나 장애시간 등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고객의 ‘결제 경험을 개선’하는 게 주요 목표(개발팀을 두는 이유)라면, 고객의 결제 성공율이나 결제 관련한 고객센터 문의/불만 건수 등으로 ‘경험’의 질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이 회사 혹은 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팀의 존재이유 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성취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비즈니스 지표가 좋아지거나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구성원의 성취감도 높아질 것이고 평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표가 나빠지거나 개선이 더디다면 반대의 결과가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무언가 ‘배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표 A를 개선시키기 위해 B라는 노력을 했는데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B가 과연 맞는 해결책이었는지 회고해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 배우고 좀 더 개선된 B’ 라는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척도’가 없거나 애매하다면 어떨까? 밤을 새서 일을 했는데, 내 노력이 회사/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가 힘들 것이다. 성공도, 실패도, 배움도 없다. 좀 과장하면 출근했고 그냥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하는 것 아닐까?

어떻게 성공을 정의해야 할까?

성공을 정의하는 법은 쉬워보이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미 조직이 정해놓은 이루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린 고객이 얼마나 결제를 쉽게 끝마쳤는지를 나타낼 수 있는 결제 성공률을 제 1 지표로 사용할거야. 결제 수수료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야’ 라고 조직이 방향을 설정해 놓은 경우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조직이나 새 제품의 경우는 어떨까? 이때는 우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우리 팀이) 이루고자 하는 게 “(우리 온라인 호텔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 예약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우선 정의를 하는 것이다.

이후에 항상 따라오는 질문은 ‘그럼 예약 경험을 개선했다는 걸 어떻게 측정할까?’이다. 이는 상황마다 다르고 회사나 조직의 비젼에 따라도 다를 것 같다. 최종적으로 숙소 예약을 무사히 끝마쳤는지를 보는 ‘예약 성공률’을 척도로 삼을 수도 있고, 아이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해서 개선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지표를 사용하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를 찾아내면 된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리고 위의 주요 지표 외에 내가 손해보지 말아야 할 부분(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의 숙소 예약 성공률’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만약 ‘전체 고객의 예약 성공률’이 낮아진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가족 관련한 UI를 수정하다가 일반 고객의 경험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런 결과가 생긴다면 아마도 회사 전체로서는 손해일 것이고, 팀의 주요 지표는 상승했겠지만 이를 ‘성공’이라 보긴 힘들 것이다. 이것처럼,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 지표를 생각해 볼 때, 내가 손해를 감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 부분을 제대로 짚고 가지 않는다면 나중에 팀이 프로젝트/기능 개선의 산출물의 성공여부를 측정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풀어놓은 얘기는 사실 내가 1년 동안 팀원들과 좌충우돌하면서 배운 내용이다. 내가 현재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제품은 고객 측면이 아닌 숙소 관리자(호텔리어나 Airbnb 식 숙소의 호스트)들이 사용하는 Mobile app이다. 하지만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느냐’, ‘숙소를 성공적으로 예약했느냐’와 같이 확실한 고객 측면의 ‘성공’과는 달리, 숙소 관리자 측면의 ‘성공’은 정의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 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숙소 예약을 받는 게 최종 목적이겠지만, ‘내 제품(Tool)’이 정말 좋아서 더 많은 예약을 받았다고 쉽게 판단하긴 힘들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결국 ‘예약 성공률’, ‘주문 성공률’ 등의 주요 지표를 사용하기 힘들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그 문제에 따라 다른 지표를 사용해서 성공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매번 팀원들과 고민해서 지표를 뽑아내기도 힘들고, ‘이 지표가 좋아진다는 게 정말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건지‘(내가 맞는 측정지표를 찾아낸 건지) 등 확실하지 않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내 개인적인 상황이 ‘성공’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지만 어려운 것인 지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어떤 제품을 만들던, 문제를 해결하던,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우선 정의하고, 측정지표까지 확실히 설정하고 (팀원들도 이해하고 동의해야 한다) 일을 시작해야, 나중에 내 솔루션(결과물)이 무언가 개선했는지 혹은 문제를 해결했는지 알기가 쉽고, 이는 팀의 생산성 뿐 아니라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비전과 제품(Product) 리더쉽

* 2018년 2월에 Brunch에 쓴 글입니다. 

 

우리는 업무와 일상 중에 “비전(Vision)”이란 말 참 많이 쓴다. Product management에서도 이 비전이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어찌보면 ‘성과를 내는 팀(high performing team)’을 빌딩하고, 이 팀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벌써 네덜란드로 이주해 숙소예약업체인 B사에서 Product owner(이하 PO)로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실제로 내 팀을 꾸리고 무언가 만들어나기기 시작한 것은 4분기(10~12월)부터니까 진짜 PO로 일한 것은 4개월 남짓 된 셈이다. 지난 해 말에 4분기 회고(Retrospective meeting ;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팀이 잘한 점,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내는 팀이 될 수 있을 지 논의하는 미팅)를 했을 때 팀원들이 언급한 부분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비전’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전을 명확하지 않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방향이 헷갈린다는 점이었다. 팀의 PO 입장에서 부끄러웠다. 사실 회고 전에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특정 상황에서 내가 팀을 잘못 리드하여 시간을 좀 허비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늘도 내가 못한 점, 고생한 부분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이끌고 멋진 서비스를 개발하는 PO’이고 싶었으나 다시 한 번 ‘좌충우돌하는 외노자 3년차 PO’ 버전으로 ‘비전’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고자 한다.

* 이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비전(vision), 방향, 목표(objective) 등을 섞어서 썼으나, 엄밀히 말하면 비전/미션/목표 등은 조금씩 다른 개념이고, 회사마다 정의가 다른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굳이 정확히 나눠서 얘기하진 않겠다.


비전, 의사결정의 중요 요인

솔직히 4분기 동안 ‘비즈니스 지표’ 입장에선 못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신생팀이지만 굉장히 좋은 성적을 냈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는 쉬운 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우리 팀은 우리 조직(팀의 상위부서) 10개 제품팀 중 유일한 모바일 앱 개발팀이다. 우리 팀의 첫 시작이었던 4분기에는 기존에 PC Web에서 성공적이었던 기능들을 모바일 앱으로도 제공을 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이 예측가능한 기능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팀의 목표(Objective)에는 이 비즈니스 지표 외에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목표도 있었다. 비전의 부재는 이 두번째 목표 달성을 위한 기능을 기획, 디자인, 구현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끼쳤다.

미지의 영역인 만큼 처음에는 사용자(우리 팀의 경우는 호텔리어나 숙소 소유주가 end user이다)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기능들을 요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러 목소리를 듣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우선순위화(prioritize)하고 첫번째 기능에 대한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조직의 주요 목표는 우리 회사 웹사이트 상에 ‘예약 가능한 방/호텔’을 늘리는 게 목표인데, 우리 팀은 ‘방이 더 잘 팔리게(방이 booking되는 것)’ 웹 사이트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둘 다 우리 사용자의 비즈니스가 잘 되도록 돕는 것은 맞았으나, 우리 조직의 주요 목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능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PO인 나는 조직의 요구사항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목표 지표가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개발 사양도 확정하지 못한 채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결국 조직의 목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났고, 이 방향대로 구현을 완료하여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으나,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였다.

테스트의 성공 여부를 떠나, 지난 4분기 말을 되돌아보면, 이 테스트 하나 때문에 팀이 좀 힘든 시기를 겪었다. 서두에서 얘기했지만, 회고 미팅 시 ‘비전’에 대해 얘기가 나온 것이 이 테스트 때문이었다.

그럼 왜 ‘비전’이 언급되었을까? 그건 바로 우리가 의사결정의 갈피를 잡기 힘들었던 이유가, 우리 팀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모든 팀원들의 이해가 달랐기 때문이다. 비전은 쉽게 말하면 북극성(North star)과 같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가야 할/달성해야 할 목표점이다. 제품(Product)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향해 팀을 리드해야 할 책임이 어느 정도 PO에게 있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팀을 잘못 리드한 것도 그렇고, 팀원들의 팀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이유도 어찌보면 나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자면 많이 댈 수 있다. 해외로 이직 후 맞이한 첫 분기이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와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가 얕을 수 있고, 호텔 비즈니스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히 따라잡진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핑계를 떠나 모자람을 인정하고 다음 분기(2018년 1분기)를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분기가 다가왔다.


제품의 가치, 가야할 방향

벌써 18년 1분기가 반 정도 지나간 상황이다. 솔직히 아직 성과는 없었다. 비전 때문은 아니고 1월에 많은 회사 행사(회사 전체 annual event, 해커톤 등)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말부터 모든 팀원들이 함께 팀의 비전을 설정했고, 그 이후로도 팀원들에게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계속 언급을 했다. 그 덕분인지 팀원들의 팀 목표에 대한 이해도는 좀 더 높아진 것 같다. 1월 말에 팀원들에게 ‘우리 팀 목표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 목표가 너를 가슴 뛰게 하는지’, ‘우리 목표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지’ 3가지 질문으로 비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이 생각보단 괜찮았다.

이와 별개로 1분기에 개발/런칭하고자 하는 주요 기능들에 대해 팀원들과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있다. 몇 가지를 잠시 언급해보고자 한다.

1. 모든 팀원들이 팀의 방향에 완전히 align 하기 전에는,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시 ‘다른 목표’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하자.

팀이 어느 정도 제 궤도에 올랐다 생각을 하고 팀의 미래(라고 해봤자 몇주/달 앞) 먹거리를 찾기 위해 잠시 조금 다른 쪽을 살펴보고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이게 바로 다음에 Focus해야 할 것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진행을 멈췄다. 자칫하면 다시 한 번 팀원들이 팀의 주요 목표/방향에 대해 헷갈려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을 맛본 후에 다른 목표에 대해 언급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회사/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2. 명문화하지만 말고 비전을 시각화(Visualize)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몇 줄의 문장으로 비전을 명문화 할 수도 있지만, 대충이지만 미래 제품의 모습을 스케치하여 팀과 소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스케치의 방향대로 갈 지 안 갈지도 정해지진 않은 것이지만, 우리 제품의 가치를 드러내고 미래에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미지화하는 것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호텔리어들은 무지 바쁘다. 우리 제품은 모바일 앱 기반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상황을 실시간으로/간결하게 알려주고 수행해야 할 일을 제안하자. 클릭 한 번으로 Yes/No 선택하여 본인들의 호텔을 쉽게 관리하게 하자.”라는 내용을 모바일 화면으로 스케치하여 소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제품의 기능 신규 기획이나 개선을 할 때, 팀원들과 근원적인 부분(Why?)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면서, 이에 대한 답이 비전과 같은 방향임을 확인하자.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걸 “왜 해야 하고”,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지 고민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계속 “왜”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이에 대한 답이 제품의 비전과 같은 방향인지 확인을 해야 ‘팀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4. 제품 로드맵 설정 및 의사결정 시 항상 다시 ‘비전’을 되짚어보자. 이와 같은 방향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우선순위가 낮아야 한다. (위의 Why?와 어느 정도 연관된 부분)

‘비전’은 연초, 분기초에만 언급하는 게 아니다. 팀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수시로 되돌아가서 짚어봐야 하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능이라 할지라도 팀의 비전과 방향이 맞지 않는다면 우선순위를 낮춘 후 다음에 다시 고려하거나, 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다른 팀을 찾는 게 좋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기 전에 비전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Publy라는 서비스를 눈여겨 봐왔다. 워낙 글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질 좋은 컨텐츠처럼 보이는(안 읽어봤으니 평가하기 힘든 상태) Publy의 글을 읽어보려 했으나, ‘개별 구매’가 불가능했던 점 때문에 결제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Facebook에서 우연히 Publy의 이승국PO가 태그된 글을 봤고,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아래의 인용글은 내가 “왜 컨텐츠 개별구매는 안되고 월 subsciption 비즈니스 모델만 운영하나요? 저는 읽고 싶은 것만 돈내고 읽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승국PO의 답변이다. (사실 이 분은 Chief Product Officer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질 당시에는 이를 모르는 상태였다)

서인용님 안녕하세요.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subscription만 운영하는 이유는 비전/미션과 연결된 부분도 있습니다.
개별 콘텐츠를 유료로 팔게 되면 소비가 아무래도 자신의 관심사 위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르거나,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ubscription으로 구매를 하게되면 처음에는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남은 기간 다른 콘텐츠를 보는데 있어 훨씬 자유로워지고 이런 시도에서 자신이 몰랐던 콘텐츠에서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이런 콘텐츠 소비 패턴을 갖추어서 좀 더 다양한 분야에 깊이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고객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PUBLY에 어떤 관심사가 있어서 그 콘텐츠를 보러 들어오는게 아니라 PUBLY가 추천해주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들어와서 본다는 것입니다.

사실 몇몇 콘텐츠가 개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개별 구매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지만, 우선 멤버십을 활용해서 봐달라고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서 멤버십의 가치를 느끼고 좀 더 오래 유지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1달 멤버십 가격이 개별 콘텐츠 구매 가격보다 딱히 비싸지도 않습니다.)

다만 현재 초기 예약 판매가 개별 판매의 기능도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 실제로 멤버십 구매와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어떻게 해결을 할지 고민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넷플릭스만큼 쉽게 해지하고 쉽게 재결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의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만, 전 개인적으로 한국에 좋은 글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시대에 영문 콘텐츠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겠지만,
1) 언어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영문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는 적어도 한글 콘텐츠를 훨씬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2)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영문이든 한글이든 콘텐츠의 universal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그 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우리 문화에서 이루어지는 바, 우리 문화의 맥락을 담은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3) 지식 콘텐츠는 그 문화 안에서 소비하고, 활용하고, 논의하면서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시켜나가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아예 영미권 문화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 내부에서 좋은 콘텐츠가 계속 나오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해외카드’ 결제 지원이 안되어서 아쉽게도 유료서비스 사용을 못하고 있지만, 솔직히 위 답변을 듣고 바로 유료회원 가입을 할 작정이었다. 읽어보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그리고 자신들의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믿음(I believe that – !)을 확인할 수 있고, 실제 고객들의 피드백까지 언급하고 있다.

나는 단순히 ‘왜 컨텐츠 개별 구매가 안돼요?’라고 물어봤을 뿐인데, 이승국PO는 고맙게도 본인의 생각을 장문의 메시지로 답변해주었다. 물론 Publy도 여러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시뮬레이션도 하고 실제 테스트도 많이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많은 재무 시뮬레이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비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마침 이때가 2018년 1분기 시작하는 1월 초 시점이었기에 더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 위 대화 내용은 이승국PO님께 허락을 구하고 인용하였습니다.


제품 리더쉽(Product leadership)

한국에서 직장 생활 10.5년을 하고 네덜란드로 온 지 반년이 지났다. 한국 직장생활 중 대부분인 8년을 대기업 S사에서 보냈는데, 솔직히 ‘스마트폰을 많이 팔자’ 외에는 회사가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회사 다닐 당시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을 못한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해 보이지만, Top-down으로 주요 목표가 내려오는 한국 대기업의 특성상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못느꼈던 것 같다. 주로 ‘어떻게 실행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의 회사도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다. 사실 매출 규모로만 보면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거인들(알리바바, 텐센트)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 그러나 팀의 목표는 팀에서 정한다. 팀의 상위 조직에도 목표가 있으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로 아래의 팀을 쪼는 경우는 아직 못봤다. 스타트업도 아닌 대기업인데 회사 문화는 굉장히 자율적이다.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팀이 가야 할 큰 방향 자체는 정해져 있지만(예를 들어, 신규회원 유입이 목표인 마케팅 조직이 갑자기 고객 감동서비스를 하겠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던 회사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참 좋아보이지만 PO로서 힘든 점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으나 모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하고, 그곳에 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사용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이루려 하는 것이 뭔지,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사용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을 하고, 각종 리서치/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PO는 자신의 팀이 개발하는 제품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뎌지고, 팀원들은 열정적으로 일할 동기를 잃는다. 이것이 Product leadership이며 이는 비전에서 시작한다.

(솔직히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이 부분을 잘 못했다. 그래서 회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PO는 꼭 데이터 분석을 잘 해야 할까

 

3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창 떠오르던 이커머스 업체 C사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방대한 고객(user)/상품(C사가 판매하는 상품)/제품(우리가 개발/서비스하는 제품) 관련 데이터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비록 그 전 회사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였지만 직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다른 부서(개발팀)의 데이터에 접근을 해서 분석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고, 아마 인프라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이유보다는 1) Android라는 타사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한계, 2) 판매 물량 대부분 B2B(통신사나 도매/소매 업체)로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시장분석 및 이를 base로 한 제품 기획에 필요한 ‘고객’ 데이터가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 같다. 당시 주로 하던 데이터 분석은 모 시장조사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받은 글로벌 휴대폰 판매 raw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국가별로 가격대별 제조사별 Market share를 확인하거나, 모델별 판매량을 기반으로 자사 모델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타사 주력모델을 대비하기 위한 분석들이었다. 분석을 위한 도구는 거의 Microsoft Excel 이었다. 이미 3~6년 전 일이지만, 워낙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환경이 빨리 바뀌는 산업이기에 당시 ‘제품 경쟁력’을 고민하면서 실시간 데이터에 대해 목 말라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시장조사 데이터나 리서치들은 몇 달 지난 데이터들이었다)

 

이직 후 C사에서의 환경은 전혀 달랐다. 직접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SQL query로 데이터를 추출/가공/분석하거나, 고객 이슈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해서 대응하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다. Web base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8년 동안 제조사에서만 일하다 온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렇지만 항상 좋을 순 없는 법. 향상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또 다른 고민을 가져오기도 했다. 오늘은 이 글을 통해 아래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자 한다.

 

  1. 업무 환경에서 향상된 데이터의 접근성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 부정적인 부분
  2. Product owner가 데이터 분석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까?
  3. 데이터 과학이란 또 다른 세계에 대해

 


무한한 데이터.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무작정 좋을 뿐인가?

 

더 많은 고객 프로필/행동 데이터를 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내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진 것은 분명했다. 무한한 가능성인 것 같았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데이터 까보는 것도 잠깐일 뿐, 너무 많은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보니, 이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향상된 데이터 접근성이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겠다. 기술적/사업적인 기준보다는 Product owner인 내 개인적인 기준이다.

 

긍정적인 결과
  1. 고객의 데이터(개인정보 말고 행동 패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사용자들이 내가 기획/개발한 제품을 내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제품을 지속 개선할 수 있다. 이직 후 내가 가장 만족해했던 부분이다.
  2. 뻔한 얘기지만, 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미래 트렌드를 prediction 할 수 있다(고 믿는다)
  3. 위 1번의 연장선일 수 있지만, 내가 기여한 제품의 performance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은 나중에 인사 ‘평가’ 프로세스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우리 부장님 잘 모셔서’ 고과 잘 받는 모습은 피할 수 있고, (다른 팀/팀원들도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해 조금은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영향
  1.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것은 좋으나, 간혹가다 데이터를 핑계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생긴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 ‘이 부분 더 데이터를 파보자’라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도 안 해본 것 아니다. 하지만 impact가 클 데이터 분석이 아닐 경우, 일단 결정을 하고 테스트를 빨리 해서 결과를 빨리 확인해보는 게 나을 수 있다.
  2. 데이터 분석을 하다보면 궁금증에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위 1번과 비슷한 얘기일수도 있으나, 만약 제품이나 팀의 direction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touch하려다 보면 ‘디테일에서 길을 잃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큰 트렌드를 통해 방향을 잡고, 세부적인 내용은 개발팀과 함께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면 되는데, ‘데이터 분석을 위한 분석’이 되어 버리게 되면 본래의 의도(전략 방향 설정을 위한 트렌드 분석)가 distort된다. 이 역시 내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다. (쓰다보니 자괴감이….)
  3. 고객님들이 사용하는 제품/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 일이 5시에 안 끝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것은 회사 업무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고객 이슈가 급히 생길 경우 밤에 노트북 열어서 데이터 확인해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것은 사실 부정적인 부분이라기 보단 비즈니스 성격과 팀/Role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집에까지 와서 일하던 내 모습을 내 아내는 싫어했다.
다른 글에서 다뤘다시피 PO(Product Owner)는 Web 기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여 운영하는 IT 업체에 있는 Role이다. 이에 PO와 데이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에 PO가 데이터를 파보는 것은 어찌보면 문제점 파악 및 의사결정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너무 데이터에 몰입하다보면 정작 PO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을 간과하거나 더 나아가 나무에 빠져 숲을 못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Product owner(혹은 Product manager)는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잘 하면 잘 할수록 좋다”. 본인의 Product을 전담할 데이터 분석 담당자가 없는 경우(대부분이 그럴 것 같다), 외부 분석 담당팀이나 개발팀 내 Back-end 개발자(서버 개발자)에게 데이터 분석 요청을 해야 하는데, 상대방 업무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정확히 내 입맛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PO가 직접 DB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추출/분석/시각화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생산적일 것이고, 덤으로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Product)의 내부 데이터 구조도 파악할 수 있다.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다루는데 쓰는 시간은 잘 관리해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대로 PO로서의 업무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 PO는 사용자의 요구사항/문제점을 파악하여, 제품/팀의 방향을 정하고, 개발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Main role이다. 데이터 분석은 이 과정에서 고객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거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개발팀이 개발한 제품/기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PO가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하려고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절대 ‘데이터’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분석”은 지양해야 하겠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아 C사 입사 후 SQL query를 배워 상용 데이터에 종종 접근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하곤 했다. (실제 Raw data는 아니었고, 분석을 위해 Raw data를 복사해놓은 분석용 DB 데이터였다.) DB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후 필요한 경우 Microsoft Excel의 일부 유용한 함수(vlookup, countif  등)/피벗 테이블을 사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여 분석에 활용하곤 했다. 개인용으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 가공’에서 끝내기도 했지만, 공유나 보고용으로 데이터를 가공한 경우에는 Excel 내장 그래프/차트 기능으로 ‘시각화’까지 신경써서 했다.
참고로, 아래 정도가 내가 데이터를 직접 추출/분석한 케이스(목적)였다. 솔직히 좀 더 복잡한 지표를 분석(장문의 query를 작성)하거나, Tableau 등의 전문화된 시각화툴을 사용하여 Dashboard를 만드는 케이스 등은 직접 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석 담당자(C사에서는 Business Analyst라 불렀다)께 요청을 하여 처리하곤 했다.

 

  1. 주요 비즈니스 지표 분석 (예, 매출 성장 추이, 결제 성공율, 고객 재방문율 등)
  2. 고객 이슈(CS) 직접 대응 (예, 고객센터 매니저가 급히 ‘고객 A가 할인쿠폰을 사용해서 결제했다고 하는데, 할인 적용이 안되었다고 한다. 실제 쿠폰이 적용 된 건지, 언제 된 건지, 얼마 결제가 된건지 확인을 해달라’라고 전화해서 부탁하는 경우)
  3. 주요 지표는 아니지만 내 제품을 고객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때 (예, ‘새로운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실제 쿠폰을 다운받은 고객은 몇 명이고, 아무것도 안하고 바로 나가버린 고객은 몇 명인지 등을 확인하고 싶을 때’ 등)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 호텔 관련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B사로 이직 후에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과 협업을 할 일이 많아졌다. 당연히 C사에도  있는 Role이나, 나는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했었다. 이에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나는 그들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그들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이에 이 글 마지막에서는 ‘PO와 데이터 과학’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PO/PM은 데이터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데이터 분석의 경우와 같은 의견이다. 당연히 알면 좋고, 많이 알면 더 좋다. 하지만 이 역시 필수는 아니다.

 

모든 웹 기반 서비스들은 결국 데이터 기반이고, 이 안에서 가설을 세워 ‘가치’를 찾고 ‘검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이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가설이든, 이 ‘가설’을 기반으로 실험(experiment)를 하고 이의 결과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이때 A/B 테스트와 같이 일부 트래픽만 실험에 참여한 경우, 이 실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예, 전체의 10%만 신규 기능을 사용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100%가 사용했을 때도 똑같이 결과가 좋으란 법은 없다)

 

이렇게 대규모 데이터로 ‘실험’을 하거나, 실험의 기반이 되는 Insight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뒤지는 경우 데이터 과학자와 일하게 될 경우가 많다. 데이터 과학자의 정확한 Role은 이 채용 공고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짧게 얘기하자면 기존 데이터 속에서 Insight를 찾거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서 미래를 예측(prediction)하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주거나, 상품을 추천해주기 위한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도 아직 이 데이터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른다고 해서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이다. 대신 PO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흔히 ‘도메인 지식’이라 얘기하는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가 토대가 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각도에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여름 휴가시즌에 호텔들은 방 가격(A)을 매일 어떻게 결정할까”와 같은 질문이 있다면, 단순히 ‘휴양객이 많은 8월 초(B : 수요)에 가격이 가장 높을 것이다’를 넘어서 당시 호텔들의 객실이 얼마나 차 있는지(C : 객실 예약율), 그 호텔들의 작년 휴가시즌 가격은 어땠는지(D : 작년가격) 등 여러가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생각해놓고, 이 값(B, C, D)들의 변화에 따라 A(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때 이 B, C, D를 뽑아낼 수 있는 게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분석의 목적에 따라 ‘여름 휴가’를 8월로만 한정할 것인지, 7-8월 2달간 데이터를 볼 것인지, 유럽만 볼 것인지, 4성급 이상 호텔만 확인할 것인지 등 여러가지 상세한 조건들을 결정하여 분석에 적용을 해야 한다. 이를 결정하기 위한 기반도 결국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PO는 본연의 Role을 잊지 말고 데이터 분석/예측도 결국 문제 분석과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과정 혹은 Tool로 생각해야 한다. PO가 슈퍼맨이 될 수는 있지만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본인의 제품과, 이 제품의 시장/산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좋은 질문에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데이터 분석가/과학자가 옆에 있다면 그 PO의 제품과 팀은 좀 더 밝고 깨끗한 안경을 끼고 고객과 시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이란 얘기는 이제 많이 들어봤을텐데, 데이터 과학은 이들을 아우르는 범주이다. 실무에서는 일부 product을 제외하고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추천, 검색, 랭킹 등 product을 담당하지 않아봐서 그럴지도 모른다)